[서정원의 사견] 성인 페스티벌, 싫지만 열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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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의 이름은 애염교, 한 번 건너면 못 돌아오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인도하사, 16세 가수 스미다 아이코가 커버한 일본곡 '애염교'에 이르렀다.
스미다 아이코의 '만나고 싶어서 지금'은 '야마토 나데시코(일본 전통 여성상)'의 애수를 오롯이 담아냈고, 카노우 미유의 '큐티 허니'는 적확한 번역이 어려운 단어 '가와이(귀엽다)'를 공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지난달 연예 기획사 플레이조커가 일본 성인배우 팬미팅을 개최하려다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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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의 이름은 애염교, 한 번 건너면 못 돌아오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인도하사, 16세 가수 스미다 아이코가 커버한 일본곡 '애염교'에 이르렀다. 그때부터다. 트로트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내가 부러 찾아 듣게 된 것은. 최근 종영한 MBN 예능 '한일가왕전' 얘기다.
근래 드문 문화적 호사다. 특히 고유의 정서가 깊다. 스미다 아이코의 '만나고 싶어서 지금'은 '야마토 나데시코(일본 전통 여성상)'의 애수를 오롯이 담아냈고, 카노우 미유의 '큐티 허니'는 적확한 번역이 어려운 단어 '가와이(귀엽다)'를 공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우타고코로 리에의 '어릿광대의 소네트'는 일본인에게 '아마에(의지함)'란 무엇인가를 들려준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당시 '왜색풍'은 민족의 정신을 흐린다며 죄다 배격됐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일본 엔카와 유사하다며 방송금지 조치를 받았고, 마징가Z 주인공 '카부토 코우지'는 '강쇠돌'로 개명해야 했다.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정책을 추진하며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반대론자들은 저질·퇴폐 콘텐츠가 국내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고 염려했지만 기우였다. 2022년 한국의 대일본 문화 콘텐츠 수출액은 22억7460만달러로 17년 전보다 500% 이상 늘어난 반면 수입액은 1억2055만달러로 같은 기간 15% 증가에 그쳤다. 외려 'K컬처'는 'J컬처'를 재해석하며 청출어람했다. 발매 2주 만에 전 세계 조회 수 3000만회를 돌파한 뉴진스 신곡 '버블검'은 일본 시티팝의 발전형이다. 또 세계 만화 앱 매출 상위 5개 중 1~4위가 한국 플랫폼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만화를 한국 웹툰이 잠식하고 있다"고 썼다.
문화 체급이 이만큼 컸건만 '망탈리테(집단의식)'는 어찌 아직도 수십 년 전인가. 지난달 연예 기획사 플레이조커가 일본 성인배우 팬미팅을 개최하려다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접었다. 무려 페미니즘과 개신교 단체, 여야 기초자치단체장이 신성 동맹을 맺고 주최사를 공격했다. 대상이 일본에서 성인물로 바뀌었을 뿐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케케묵은 무기는 옛날 그대로다.
저속한 행사라는 데는 동감한다. 하나 내 '기분'이 그들의 '자유'에 앞설 순 없는 법이다. 민간단체도 호오를 표현할 자유는 있지만, 국가를 끌어들이며 반칙했다. 지방정부가 상당한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공문으로 겁박하며 사적 소유 건물의 대관을 취소시킨 건 '국가폭력'이자 '반문명'이다. 근대 문명이라는 인류의 파티는 크게 자유와 공화라는 두 규칙에 기초한다. 파티장에서 싫어하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건 내 '자유'지만, 그를 무력으로 내쫓진 않고 공존하자는 게 우리가 합의한 '공화' 헌장이다.
기획사는 6월 중 성인 페스티벌을 다시 열 계획이다. 영국 BBC 방송은 이를 다루며 논평했다. "한국 정치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가치관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전부터 과도한 조치로 다양성을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략) 당국은 앞으로 이 까다로운 딜레마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서정원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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