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엄마들 앞세우자" 치밀한 전략vs카피·차별…하이브·어도어 법적공방

2024. 5. 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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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투자자 접촉한 부대표, 엑싯 자금 0.3% 약속 받아
민 대표 "엄마들은 하이브와 계약서를 안 썼다는 점 이용하자"
하이브측, 무당경영·성인지 감수성 등도 자료 제출



하이브와 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17일 법정에서 맞붙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사익 추구를 위해 경영권 탈취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뉴진스를 차별·방치해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김상훈)는 이날 민 대표가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며 하이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심문을 열었다. 하이브는 이달 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민 대표 해임을 골자로 한 이사진 해임 및 신규 선임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민 대표가 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이날 소송 심문이 열린 것이다.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80%를 갖고 있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민 대표 해임은 거의 확실하다.

 하이브측 "가처분 인용되면 K팝 산업 신뢰 흔들린다"

이날 민 대표측 대리인은 “민 대표의 해임은 본인뿐 아니라 뉴진스, 어도어, 하이브에까지 회복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이브측 대리인은 민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주장한 ‘경영권 탈취’ 의혹을 반박했다. 민 대표 대리인은 “민 대표는 지배주주 변동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으며, 외부 투자자를 만나 투자 의향을 타진한 적도, 어도어와 뉴진스의 전속계약을 해지시킬 의도 자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이브 소속 신인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문제를 거론하며 "그동안 (하이브에) 존재해 왔던 차별과 문제들에 대한 완결판"이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 측이 이를 내부 고발한 것 역시 "채권자(민 대표)는 전속계약에 따라 뉴진스가 권리 침해를 당하는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고 주주 간 계약에 의해 하이브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 간 계약에 하이브는 민 대표가 5년간 어도어의 대표·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주주총회에서 보유주식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하이브 측은 주주 간 계약상 민 대표가 배임·횡령 등 위법 행위를 한 경우 사임을 요구할 수 있는 만큼 가처분이 기각돼야 한다고 맞섰다. 또 민 대표측이 낸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K팝 산업 내에서의 상호 신뢰는 상실될 것이며 대중음악 기획제작사업자는 사업투자 동기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이브측 대리인은 “미래 성공 여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K팝 산업에서 누가 위험을 부담하고 향후 수익 발생 시 이를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에 대한 사전 합의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전 합의가 사후적으로 쉽게 무력화 될 경우, 멀티레이블 경영자가 아티스트를 볼모로 계약을 무시하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고 제도와 시스템이 자리잡던 K팝 산업의 미래를 황폐화시키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사·N사 만난 이 부대표, 민희진에게 '엑싯 자금' 받기로 했다

하이브측 법률 대리인인 김앤장에서 작성한 변론 자료 일부 발췌./하이브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위해 글로벌 투자자를 만나는 등 주주 사이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민 대표는 어도어 설립 당시(2021년) 약속받은 지분 10%에 현금 특별상여에 해당하는 5% 지분을 추가로 받아내며 15% 보유 주주가 됐다. 이후 측근 지분 2%를 포함한 추가 지분 5%도 받았다.

30배 배수를 적용하면 풋백옵션 행사가는 기존 1000억원에서 ‘2400억원+α’로 상승한다. 하이브는 “회사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액수”라고 이를 표현했다.

하이브는 2021년 민 대표의 요구에 따라 신규 레이블을 통한 뉴진스 데뷔를 합의했고 어도어를 설립했다. 그해 11월에는 스톡옵션 부여 방식의 경제적 보상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이때 스톡옵션 가치는 약 787억원 상당이었다. 뉴진스가 데뷔 직후 큰 성공을 거두자 2023년 3월 민 대표는 하이브측에 추가 지분을 요구했다.

같은 해 3월 27일 하이브와 민 대표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브측은 창작자의 근로 의용 배려 차원에서 스톡업션 대신 어도어에 지분 약 18%를 매입하도록 하고 그 중 15%는 영업이익 13배 가격으로 풋옵션을 부여하는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다. 풋옵션은 시장 가격과 무관하게 특정 시기에 지정된 가격에 지분을 되팔 권리다. 이 금액은 약 1049억원 상당이다. 방시혁 대표가 이를 위해 민 대표에게 주식매입자금 37억원을 대여했다. 이 외에 추가 10% 주식 보상도 구두로 합의했다. 지난해 4월 25일에는 이사회 구성 변경 요구로 민 대표측 인사로 이사회 3인 모두 교체됐다. 

하지만 2023년 말 민 대표측이 "풋옵션 행사 가격이 너무 낮다" 주주간계약 재협상을 요구했다. 올해 3월에는 민 대표가 풋옵션 행사 가격을 기존 영업이익 13배에서 영업이익 30배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추가 스톡옵션을 제외하더라도 약 2421억원 상당이다. 뉴진스 전속 계약을 단독으로 해지할 수 있는 권한까지 요구했다.   

양측은 주주간 계약 협상을 이어오다 하이브가 민 대표 측의 '경영권 탈취 의혹' 감사에 들어가면서 사태가 커졌다.

하이브는 민 대표 측이어도어 지분을 매각할 경우를 대비해 외부 투자자들과 접촉한 사실도 밝혔다. 그간 “어떤 투자자도 만난 적 없다”, “나를 만났다는 투자자가 있다면 데리고 와라”라고 주장했던 민 대표 측은 올해 초부터 VC 투자자, 애널리스트, 투자전문가, D사, N사 등을 접촉하며 어도어 매각 방안을 모색했다. D사와 N사는 두나무와 네이버로 알려졌다. 외부 변호사와의 미팅에서는 경영자차입매수(MBO) 및 외부 투자 후 IPO 하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민 대표 측에서 외부 투자자들을 접촉한 건 회계사인 이 모 하이브 IR·글로벌 전략 팀장이다.  민 대표에게 이 부대표에게 엑싯(Exit) 자금 중 0.3%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아티스트 보호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오로지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아티스트 및 부모를 '방패' 삼았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특히 민 대표가 주주간 계약서, 전속계약서를 검토 중 "엄마들은 하이브와 계약서를 안 썼다는 점을 적극 이용하자"며 뉴진스 어머니들을 교사해 이슈 제기를 하게 했다는 것 등이 근거였다.

이 밖에 민 대표가 무속인에게 주요 의사결정을 묻고 따랐다는, 이른바 '무속 경영', 민 대표의 편향된 성인지 감수성 등도 가처분 기각 사유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80분간의 공방이 끝난 후 24일까지 양측의 자료를 제출받고, 주총 개최 전까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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