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질병 해방

장윤서 기자 2024. 5. 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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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의학 세계적 권위자 25년 연구 공개
“치매·암 등 각종 질병 발병 이후에는 늦어...예방이 최선”
질병 해방./부키 제공

현대 의학 발전으로 인해 평균 수명이 지난 100여년 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생애 마지막 10년을 당뇨, 치매, 암 등 각종 질병을 겪다 고통스럽게 죽는 경우도 흔하다. 주요 사망 원인인 4대 질환을 막거나 혹은 늦추고, 장수하는 길은 없을까.

미국 노화 및 만성질환 전문가인 피터 아티아 박사는 신간 ‘질병 해방’에서 “치매, 암, 당뇨, 심장병 등 만성질환과 노화는 늦추고, 막고, 심지어는 10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더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단언한다.

아티아 박사는 스탠퍼드 의대를 졸업하고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올해의 레지던트’로 선정되는 등 유망한 전공의였지만, 한때 의료계를 떠나 컨설팅 회사에 취직했다. 현대 의학의 접근법과 체제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저자는 병원에서 일할 당시 2년 전 건강하다는 진단을 받은 남성이 50살이 되자마자 위암 판정을 받는 사례를 보았다. 전날까지 건강하던 50대 여성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이 헛되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달았을 때, 너무나 좌절한 나머지 의학계를 떠나 전혀 다른 분야를 택했다”면서 “그 뒤로 겪은 일들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건강과 질병을 보는 기존의 관점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됐고, 새로운 접근법을 갖고 의료계로 돌아왔다”고 서술했다.

저자는 죽음에도 ‘빠른 죽음’과 ‘느린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00년의 기대수명은 50세에 미치지 못했고, 대다수는 다양한 사고, 부상, 감염 같은 ‘빠른’ 원인으로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높았다. 그 뒤로 느린 죽음이 빠른 죽음을 대체해왔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70대나 80대쯤 사망할 것이고, 거의 다 ‘느린’ 원인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면서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려면 느린 죽음의 원인들을 이해하고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의학의 패러다임과 마인드셋을 전면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의학 2.0의 가장 큰 문제점이 병 진단을 내린 뒤 사후 대처하는 접근법 자체에 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고령자의 주요 사망 원인은 노화와 치매, 암, 심장병,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다. 그동안 주류 의학은 이 만성 질환을 정복하기 위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엄청난 돈과 인력을 쏟아부어 왔다. 하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기 그지없어 병들고 쇠약한 채로 목숨만 연명하는 기간을 좀 더 연장하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그는 “질병의 진단 이후에는 이미 뒤늦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최대한 일찍부터 예방과 대처에 나서는 사전 대응 의학(의학 3.0)으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질병을 정복할 수 있다”고 했다.

의학 3.0은 운동, 식단(영양), 수면, 정서 등 생활습관을 개인별로 최적화하는 전술과 대처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나이가 어릴 때부터 질병 예방을 위한 사전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20~30대, 이르면 10대 젊은 시절부터 만성질환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책에서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꾸준한 운동, 식단 관리, 수면의 질, 정서 건강을 최적화하는 5가지 전술 영역과 기법을 책에서 알려준다. 이와 함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표준 지침을 버리고 개인 맞춤형 정밀 의학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운동은 가장 강력한 장수약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 딱 하나 새로운 습관을 들이려 한다면 운동 영역에서 택해야 한다”면서 “매주 운동을 전혀 하지 않다가 일주일에 겨우 90분 운동을 하면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 위험을 14퍼센트 줄일 수 있다. 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약물을 찾기란 너무나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신 정밀 의학 기술을 활용해 환자만의 독특한 문제가 무엇인지, 이를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낼 수 있다.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예방’이 최선이다. 저자는 “종양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종양이 출현해 퍼지지 못하게 예방하는 것, 알츠하이머로 나아가는 길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내가 나 자신 인생의 선장이라는 마음으로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개입해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표준 치료법이 적용된 의학 2.0의 시대는 지났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제는 능동적으로 자신이 선장이 돼 병의 싹을 자르는 일에 나서는 것, 이것이 만성 질환 시대 ‘질병 해방’의 길이라는 점을 짚어준다.

피터 아티아·빌 기퍼드 지음ㅣ이한음 옮김ㅣ부키ㅣ 752쪽ㅣ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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