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첫 입장 “민희진 악의·악행으로 시스템 훼손 안돼”

방시혁 민희진. 사진|하이브·어도어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한 행동이 시스템을 훼손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 방 의장이 직접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서 하이브 측 법률대리인은 방시혁 의장이 작성한 탄원서를 일부 발췌해 공개했다.

방 의장은 먼저 사태가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에 대해 “민희진 씨의 행동에 대해 멀티 레이블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안다”며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도, 철저한 계약도 인간의 악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한 행동이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시스템을 훼손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이 개인의 악의와 악행이 사회 제도와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막는 우리 사회 시스템의 저력”이라고 강조했다.

K팝 대표 가요 기획사 하이브 내 요란한 경영권 분쟁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대한 실망감을 안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 의장은 이와 관련해 “본 사건을 더 좋은 창작 환경과 시스템 구축이라는 기업가적 소명에 더해 K팝 산업 전체의 올바른 규칙 제정과 선례 정립이라는 비장하고 절박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며 “산업의 리더로서 신념을 갖고 사력을 다해 사태의 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즐거움을 전달해 드려야 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금번 일로 우리 사회의 여러 구성원과 대중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매우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부디 이런 진정성이 전해져 재판부께서 금번 가처분 신청의 기각이라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하이브 측과 민희진 측 양측은 이날 그동안의 폭로를 반복하며 날 선 대립을 보였다. 민희진 대표 측은 하이브가 그룹 뉴진스의 성공적인 데뷔 이후에도 차별적 대우를 당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고,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뉴진스를 가스라이팅했으며 관심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가 민 대표 해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르면 다음주께 내려질 가처분 기각, 인용 여부에 따라 민 대표의 해임 여부가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