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 "우파 프로파간다 자부하는 고성국, 진행자 섭외 취소하라"
"선거운동까지 하며 현실 정치 적극 개입…특정 정파 스피커 받아줘야 하는 이유 뭔가"
"고성국, 2013년에도 시사 라디오 진행자 거론됐지만, 친박 성향 문제 되며 결국 무산"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 기자협회가 “고성국씨의 시사 진행자 채택을 즉각 취소할 것을 회사에 강력히 요청한다”며 “이번 KBS 시사 라디오프로그램 진행자로 고성국 씨를 추천한 내부 인사가 누구인지 공개하라”고 밝혔다. KBS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전격시사' 진행을 고성국씨에게 맡긴다고 밝힌 16일 KBS 기자협회는 <또다시 정치적 편향성 논란만 불러올 고성국 엠씨(MC) 기용,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KBS 기자협회는 “KBS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두고는 과거 여러 차례 논란이 있어왔다.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특정 정당 소속의 정치인이었던 자가 최장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면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면서 “현 KBS 사장과 집행부 역시 취임과 동시에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한 태도로 임하겠다며 공정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내세웠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고성국씨는) 스스로 자유 우파의 프로파간다로 자부하고 있는 사람이다. 특히 최근 총선 정국에서 특정 정당 후보 당선을 위한 유튜브 선거 방송을 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그가 유튜브 방송에서 “조국이 송영길이 추미애 윤미향 최강욱 김남국 뭐 이런 것들 전부 출마하면 정말 우리 입장에서는 환상적인 선거 구도가 만들어질 거다”라고 말하며 특정 정치 진영을 “우리”라고 부르거나, “여러분들의 현명한 투표 행동만이 나라가 좌파 포퓰리즘에 오염되고 질식되고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같은 편향적 발언을 주저 없이 해왔다는 것이다.
KBS기자협회는 이를 두고 “시사평론가의 역할을 넘어서, 특정 정당 후보 선거운동까지 하며 현실 정치에 적극 개입해 온 사람이 KBS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는다는 건 편향성 논란의 고리를 끊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우려했다. 사측이 고씨가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시사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인지도와 화제성이 있는 인물'이라며 그를 통해 KBS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선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KBS 기자들은 “고씨의 유튜브를 살펴보면 <윤 대통령 기자회견 더 할 수 없이 잘했다> <왜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는가> <해병대원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 현안에 대한 편향적 관점이 가득하다”며 “정파적 발언을 일삼아 온 사람이 진행하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대통령 기자회견, 채 상병 특검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공정한 섭외와 토론이 가능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시청자가 특정한 사안을 편견 없이 올바로 이해하도록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균형 잡힌 시각과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규정하는 KBS 방송규범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KBS 기자협회는 이어 “고성국씨는 2013년에도 시사 라디오 진행자로 거론됐었지만, 당시에도 친박 성향이 문제가 되면서 사내 양대 노조 모두의 반대로 결국 무산된 적이 있다”라며 “10여 년 전보다 더 특정 정파의 스피커로 자리 잡은 사람을, 더 특정 진영에 편향된 사람을 지금의 KBS가 받아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앞서 KBS는 전날 <KBS 2TV '경제콘서트' 신설 …정보에 재미를 더한 성공투자법 전달>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후반부에 고성국씨 합류 소식을 알렸다. 핵심 시간대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를 알리는 방식으로는 이례적이다. 이 자료에서 KBS는 “고성국 시사평론가는 현재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시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인지도와 화제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KBS는 뉴스 및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의 새로운 진행자들이 KBS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시청자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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