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앱 개발” 미끼로 정부 출연기관 보증…MZ 조폭 낀 100억대 대출사기 [사건수첩]

오상도 2024. 5. 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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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든다며 정부 출연기관으로부터 보증서를 받아 100억원대 대출 사기를 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A씨 등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기술보증기금에서 발급받은 기술보증서로 시중 5개 은행에서 매번 5000만~1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100억원대 대출 사기를 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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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증기금 보증받아 100억대 대출사기…신용도 낮은 사람들 모집해 유령법인 설립, 허위 사업계획서로 범행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든다며 정부 출연기관으로부터 보증서를 받아 100억원대 대출 사기를 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비교적 손쉽게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최대 1억원 규모의 ‘원클릭 보증’을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핵심 역할을 맡은 상담책, 자금조달책 등은 수도권 지역에서 활동해온 이른바 MZ 조폭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범죄집단 조직·활동, 대부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A(35)씨 등 8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A씨 등과 공모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혐의(사기)로 대출명의자이자 유령업체 대표인 76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A씨 등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기술보증기금에서 발급받은 기술보증서로 시중 5개 은행에서 매번 5000만~1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100억원대 대출 사기를 친 혐의를 받는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술보증기금법에 의해 설립된 정부 출연기관으로, 기술 혁신형 기업을 상대로 기술보증을 한다. 연간 보증 규모는 28조원 상당이다.

A씨 등은 앱 개발업체를 가장한 기업을 설립하고, 신용도가 낮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 103명을 모집한 뒤 이들 명의로 유령 회사들을 차렸다. 이어 중고거래, 반려견, 배달, 쇼핑 등 관심을 끌 만한 앱을 제작할 것처럼 허위의 사업계획서와 PPT 자료 등을 기술보증기금에 제출, 기술보증서를 발급받아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

대출받은 자금은 A씨 등과 대출명의자가 통상 반반씩 나눠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기업에 소속돼 상담책, 자금조달책 등으로 일한 이들 중 5명은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30대 젊은 조폭이었다.

이들이 악용한 원클릭 보증은 대면 상담이 먼저 이뤄지는 통상의 기술보증서 발급 과정과 달리 체크리스트 등 작성한 서류를 디지털 영업점에 제출하는 비대면 절차로 시작된다. A씨 등은 대출명의자들에게 위장사무실을 만들게 하고 예상 질문지를 주는 등 기술보증기금 측의 현장 실사에 대비했다.

이런 A씨 등의 범행은 3년여간 이어졌는데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실행된 원클릭 보증의 전체 규모는 1조원 상당으로 기술보증기금의 현장 실사에 한계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A씨의 허위 대출 기법은 주변으로 확산했다. 이를 경험한 조직폭력배 출신 B(37·구속)씨는 2021년 7월 앱 개발업체를 가장한 기업을 설립한 뒤 대출 사기를 벌였다. 

B씨는 기술보증기금에서 기술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하게 될 경우 대출명의자들에게 “(허위 사업계획서 작성 등) 작업을 하느라 많은 시간과 돈이 소요됐다”며 수천만원을 갈취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범죄정보팀으로부터 첩보를 받아 1년 넘는 수사 끝에 A씨 등 93명을 잇달아 검거했다.

경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대출명의자 27명에 대해 추적하는 한편, A씨 등이 얻은 범죄이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해 수익을 동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발견한 기술보증서 발급 과정의 허점 등에 대해 관계기관에 개선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며 “공적자금을 부실화하는 편취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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