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김정은, 남북정상 이메일 소통 제안…트럼프 마러라고 초청 불발 이유는?

김아영 기자 2024. 5.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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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번개'회담에서 남북 정상 간 이메일 소통을 제안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6월 12일로 예정된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갑작스럽게 취소하자 불과 한 달 여 만에 북한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남측에 요청하면서 성사된 회담에서였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7일 출간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김영사)을 통해 당시의 기억을 이 같이 적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제1차 판문점 회담 이후 정상 간 직통전화가 설치됐지만 실제 가동은 되지 않은 상태여서 2차 정상회담에서 이를 가동하자고 독촉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에 이메일을 주고 받자는 제안을 먼저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대답은, 집무실이 노동당 청사에 있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하고 대부분 지방에 다니기 때문에 없을 때가 많고, 보안도 염려되니 확실히 보안이 지켜지는 이메일로 하면 좋겠다, 이메일은 자기가 지방 현장에 가도 노트북을 늘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언제든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거였어요."


청와대가 당시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실무적인 검토 과정도 진행됐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남측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북한에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계속 지연됐고, 국면이 나빠지면서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발간된 회고록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1차관 등 역임한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질문하고, 문 전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습니다. 최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문 전 대통령과 참모들의 기억은 흐릿해질 수 밖에 없다면서 1차 자료로서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메일 소통 제안에 대해서는 "그게 무슨 뜻일까를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겠죠. 그만큼 소위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한과의 소통을 실시간으로 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18년도 국면에는 어쨌든 비핵화를 밀고 나가고 싶었던 일종의 의지가 강했다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김정은 위원장의 실제 이메일 주소는 자신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회고록의 발간 배경 등에 대한 최 교수와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Q. 비교적 최근의 외교 안보 사안을 전직 대통령의 구술 형태로 직접 출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계획을 한 지는 1년 정도 되었습니다. 생각이 서로 맞아서 그럼 어떤 형식으로 할까 하다가 대담 형식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것 같았고요. 대담을 통해서 기록할 건 기록해갔습니다. 기본적으로 수십 시간을 앉아서 (문재인 전) 대통령님이랑 대화를 나눴습니다.

Q.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고려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A. 아닙니다. 그런 것은 없어요. 아니 뭐 우리가 무엇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 책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어떠한 관계를 설정해야 하며 또한 어떠한 진심과 정성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확대하려고 했는지 그 노력들이 담겨져 있고 동시에 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과 당시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그 후에 바이든 대통령과 어떠한 대화와 교섭을 하였는지 좀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했습니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 김정은 위원장을 어떻게 관여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미 간에 어떻게 미래 동맹을 설정하고 여러 실질적인 분야에서 그리고 글로벌 차원에서 협력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문서로 남겨둬야 할지에 대한 과정들을 대통령의 관점에서 담아놓은 것이죠.

Q. 문 전 대통령의 회고를 직접 들으시면서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A. 일단은 좀 냉정 하려고 했죠. 5년 동안 모셨던 분이고, 또 한편으로는 (제가) 학자로 돌아왔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께 많이 물으려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그 당시 청와대에서 바라봤던 미국, 청와대에서 바라봤던 북한, 우리 주변국, 즉 대한민국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문제 의식과 그리고 인식, 그리고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느냐에 대한 계획 이런 것들을 많이 여쭤봤고, 그래서 당시 대통령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국민들께 우리 독자들께 좀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 문재인은 늘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치밀하게 준비했고 그리고 그것이 김정은 위원장이든 시진핑 주석이든 아베 총리든 혹은 트럼프 대통령이든 간에 진심을 가지고 국민 외교를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Q. 국민 외교라는 표현을 쓰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A. 대한민국 국민의, 국익을 위한 외교인 것 같아요. 우리 보통 국익하고 하면 좀 추상 관념인데,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이익을 보는 것이 외교죠. 방위비 분담금도 아무리 트럼프-문재인 두 사람이 가깝다 할지라도 또 김정은을 관여하는 동반자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세금이 들어가는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공정하게 지불해야 된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서는 두 대통령이 특히 대한민국 대통령이 매우 당당하게 대했던 그리고 어떤 문제의식이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Q. (참모로서) 기본적으로 다 아시던 내용은 아닌가요?

A. 다 아는 내용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죠. 비서관으로서, 차관으로서 알았던 수준이 있고, 대통령으로서 아는 수준이 있고 그건 분명히 간극이 존재하죠. 또 어떤 것들은 처음 들었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Q. 예를 들면 어떤 것들입니까?

A.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플로리다 (트럼프 소유의 별장인) 마러라고로 초청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걸 어떻게 대응했냐면 자기는 갈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비행기 때문에 못 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비행기를 빌려준다고 했는데, 그건 자존심 때문에 허락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습니다. 또 2018년 1월 1일 신년사 나오기 전에 그 전에 북의 요청으로 우리가 비밀 접촉 비슷한 것을 했습니다.  신년사 내용이 잘 나올 것이라고. 근데 저는 그건 몰랐었거든요. 책을 보면 아시겠지만,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신년사가 잘 나올 거라고 알고 계셨더라고요.

Q.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별도로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이것은 제 얘기를 할 필요가 좀 있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동기는 세 가지예요. 하나는 한 번도 우리 외교안보 공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정책 결정자들이 말한 날 것의 회고나 발언이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같은 사안을 보고 미국의, 혹은 제3국의 회고록을 읽고 유추해야 되는 아주 번거로움이 있었고 그리고 그것은 데이터에 오류가 날 수 있었는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장 힘차게 추진했었고 또 한 번 좌절했었던 시기에 대통령의 생각 감정을 담을 필요가 있어서 그걸 했었고, 그래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많이 우리 학계 언론인 그리고 연구자들이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학생들이. 그래서 각주를 많이 달았습니다. 두 번째는 어쨌든 간에 우리 5년 간의 시기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있었고, 방산 비리에서 방산 수출로 만들었고, 보훈을 상당히 세게 강조했고 그리고 코로나 시기를 다루었던 코로나를 극복했던 시기라 그 때 국가가 어떠한 인식과 팀워크로 소위 국민외교 국민 안보를 했는지 좀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당시 최고 책임자 그리고 마지막 책임자인 대통령이 어떠한 자세로 국정을 임했는지를 평가해 주십사하는 동기도 있어요. 우리는 이제 과거 권력이 되었지만 하나의 또 기록적 관점인 거죠. 세 번째는 이거는 조금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지금 돌아가는 일들에 대한 위로가 좀 되길 바라요. 그리고 한 번도 대한민국,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 이러한 문제 의식과 주도적 자세가 없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하자는 대로 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 특정 의견을 가진 사람들만 가지고 얘기했으면 어땠을 거라는 거죠. 이건 진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진=김영사 제공, 연합뉴스)

김아영 기자 ni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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