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의대 증원 인정한 법원 결정에 “필수의료 현장 떠나게 될 것”

유병훈 기자 2024. 5. 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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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개원의 집단휴진 거론 속 회의적 시선도
의사 측 변호인 “의대생 집행정지 청구 3건 남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과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의사단체들이 전날 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소송 각하·기각 결정을 두고 “필수의료에 종사할 학생과 전공의, 의대 교수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전날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 준비생, 의대 재학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청구 항고심에서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대한의학회와 함께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의사 단체 “증원 관련 모든 정보 공개하라”

의사 단체들은 입장문에서 “재판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정원을 증원해야 하고, 이는 ‘공공복리’에 부합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판결에 인용했다”며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은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환자와 의료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확하기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의사 단체들은 2심법원이 정부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던 2000명 증원 결정 과정에 대한 자료를 전면 공개하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들은 “정부는 2000명 증원의 현실성과 타당성을 한 번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나 전문위원회, 의료현안협의체와 논의한 일이 없었다”면서 “오로지 발표 당일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회의 시간에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켰을 뿐”이라고 밝혔다. 정원 배정 과정에 대해서도 “완전한 밀실에서, 이해 상충과 전문성이 의심되는 위원들에 의해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단 5일 만에 끝났다”고 주장했다.

의사 단체들은 수요 조사 당시 교육부·학교·학장·대학본부·교수협의회에서 일어났던 모든 소통 내용과 공문, 의학교육 점검의 평가·실사 과정과 보고서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배정위원회 위원의 전문성과 이해관계 상충 여부, 배정 과정 회의록도 공개하라고 했다. 대학 관련 자료도 요청했다. 정원 배정 후 각 학교 학칙 개정 과정과 결과, 교육부로부터 받은 학칙 개정 관련 공문, 최소 수업 일수 변경 여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이번 사법부의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을 관통해 온 관치 의료를 종식시키고,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한 논의를 밀실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전문가들과 함께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이날 입장문을 발표한 4개 의사 단체가 보건의료인력 예측을 포함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과학적·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날인 지난 15일 온라인으로 임시총회를 연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각하나 기각이 될 경우 장기화할 비상 진료시스템에서의 ‘근무시간 재조정’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상의했다”고 밝혔다. 재조정에는 1주일간 집단 휴진이 포함됐다.

하지만 근무시간 재조정을 자율에 맡기면서 실질적으로 동참할 의대 교수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료계 내부에서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개원가 의사들도 휴진 대열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으나, 이 역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예상이 많다.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한 의료계의 법적 대응이 실패로 돌아가자 내부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정부와의 소모적 대치를 중단하고 협의에 나서자는 주장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 집행정지 청구도 잇따라

법적 다툼도 계속된다. 의사단체의 소송을 대리한 이병철 변호사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32개 의대, 의대생 1만3000명의 서울고법 즉시항고 3개 사건 담당재판부에 ‘신속한 결정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어제 결정난 서울고법의 결정문과 소송자료들 일체를 함께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다음 주 중으로 의대생 3개 사건에 대해 서울고법이 결정이나 심문기일 지정·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어제의 결정은 부산대 1개 대학의 의대생에 관한 사건인데 반해, 이 사건은 전국 32개 의대생들 사건이므로, 어제 사건에 비해 그 중요성이 32배나 큰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날 재판부와 다른 담당 재판부라서 어제 기각결정과는 전혀 다른 인용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어제 결정난 서울고법 사건이 예선전이라면, 다음 주 의대생 3개 사건은 본선”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날 집행정지 청구 각하·기각 결정에 대한 대법원 재항고 외에도 모두 6건의 집행정지 청구가 서울고법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재항고의 경우 의대 증원이 확정되는 오는 31일 전까지 대법원에서 결정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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