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피한 이호진 전 회장…수사 쟁점 넘어 경영 복귀할까?
태광그룹 "법원 결정 환영…김 전 의장이 범죄"
사법리스크 덜고, 연내 경영 복귀할지 주목
[서울=뉴시스]류인선 이다솜 기자 =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인신 구속'이라는 사법 리스크 부담을 덜며 이 회장이 향후 경영 복귀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횡령·배임' 구속영장 기각…한 숨 돌린 이호진
남 부장판사는 "혐의 소명정도와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일부 범죄 사실에 있어서 공모 또는 지시 여부에 대한 증거관계와 이에 대한 피의자의 주장 내용, 수사 개시 및 진행 경과, 다른 핵심 관련자에 대한 수사 진행 경과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이 지금까지 경찰 조사에서 받는 혐의는 크게 3가지로 ▲수십억원 상당의 비자금 조성 ▲태광CC를 통한 계열사 공사비 부당 지원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이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이 신뢰할 수 있는 임원들을 복수의 계열사에 임원으로 등재해 이중 급여를 받게 하고, 이를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의심한다.
이 같은 이중 급여을 활용해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는 시기는 이 전 회장이 재판을 받기 위해 회장직을 내려놓은 시기와 겹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이 전 회장이 관여할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과 "재판 중에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이 전 회장은 본인 소유의 골프연습장 공사비 약 8억원을 태광CC(컨트리클럽)에게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도 있다. 여기에 더해 법인카드 수 천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태광그룹 사무실과 태광CC, 태광골프연습장, 태광그룹 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관련자들을 소환해 이 전 회장이 관여했는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 전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2019년 징역 3년 등을 확정받고,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 결정을 받았지만, 재차 이번에 구속 갈림길에 선 것이다.
태광 "김 전 의장 혐의"…김 전 의장 "언론플레이"
김 전 의장은 사법 리스크로 인한 이 전 회장의 공백 기간에 전반적인 그룹 경영을 총괄한 핵심 측근이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며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의혹이 경찰에 제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은 지난 9일 김 전 의장을 서울서부지검에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김 전 의장은 2015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주요 계열사 요직에 있던 자신의 측근들에게 급여를 과다 지급한 뒤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태광CC를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에 대해서도 "김 전 의장이 태광CC 공사 과정에서 저지른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이 전 회장 개인 소유의 골프연습장 보수 공사도 함께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전 의장 측은 자신이 관여했다는 태광그룹 측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된다. 어떻게 내 마음대로 하겠냐"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너가 있는 회사인데 내 마음대로 돈을 책정해 골프장에 갖다 썼다는 태광그룹 측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이 구속을 피하며 향후 그룹 경영 복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경영 일선 복귀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그러나 또 다시 이번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며 공백 시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일단 수사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특정 복귀 시점을 예상하긴 이르지만 이 전 회장이 경영 복귀 의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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