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 신화' 쓴 남양 방家 형제... '같은 듯 다른' 방준혁·방시혁

양진원 기자 2024. 5. 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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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자수성가 총수지만 자고 나란 환경은 대조적
친척 관계인 방준혁 넷마블 의장(왼쪽)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넷마블, 뉴스1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대기업' 총수가 된 가운데 앞서 대기업 총수가 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함께 주목받는다. 이들은 혼자 힘으로 굴지의 대기업을 일궈낸 입지적 인물로 자리매김해 재계의 성공 신화로 불린다.
같은 남양 방씨이자 친척 관계인 두 사람은 자수성가 총수지만 시작은 달랐다. 유복한 집안에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성공한 음악가의 길을 걸은 방시혁 의장과 달리 방준혁 의장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했으나 국내 대표 게임사 넷마블을 세웠다.


나란히 대기업 총수된 방준혁·방시혁… 자수성가형 '눈길'


서울 구로에 위치한 넷마블 사옥. /사진=넷마블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하이브를 지정했다. 최대주주인 방시혁 이사회 의장은 동일인(총수)이 됐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직전년도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인 경우 공정위가 지정하는데 하이브는 공정자산 총액 5조2500억원에 이른다.

앞서 2018년에는 형님뻘인 방준혁 의장이 이끄는 게임사 넷마블이 대기업집단에 합류했고 방 의장도 총수에 등극했다. 나이는 방준혁 의장이 1968년생으로 방시혁 의장보다 4살 많은 친척 형이다.

대기업집단과 동일인(총수) 지정 제도가 1987년 시행된 이래 친척관계인 사람들이 가문의 후광 없이 혼자 힘으로 대기업 총수가 된 첫 사례로 꼽힌다. 그동안 삼성이나 현대, LG 등 국내 굵직한 대기업의 방계로 친척관계인 총수들이 종종 있었지만 모두 상속이나 계열분리의 힘이었다.

두 사람은 총수라는 위상에 걸맞게 주식재산도 상당하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올해 5월 기준 신규 및 재지정된 대기업집단 그룹 총수 주식재산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88곳 가운데 방시혁 의장이 총수 주식재산(5월14일 종가 기준) 6위(2조5447억원)를 차지해 최태원 SK 회장(8위·2조1152억)까지 제쳤다. 방준혁 의장은 1조3038억원으로 14위를 기록했다.

친척 사이만큼이나 비즈니스 관계도 각별하다. 넷마블은 지난해 말 기준 방시혁 의장(지분율 31.6%)에 이어 하이브의 지분 12.0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양사는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넷마블이 하이브에 투자한 것도 두 사람의 친분의 친분보다는 방준혁 의장의 사업 안목 때문이다. 방준혁 의장이 '될 성 싶은 사업과 사람'을 알아 봤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넷마블은 하이브 지분을 자금 유동성이 부족할 때마다 처분해 차익을 남겼다. 스핀엑스 인수 차입금을 마련할 때는 담보로 활용했고 하이브 역시 넷마블의 지원이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발판이 됐다.

넷마블과 하이브 모두 세계 시장 진출이 최대 화두인 점에서도 닮았다. 넷마블은 신작 액션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등 여러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고 몇 년 전 인수한 코웨이 역시 해외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하이브도 방탄소년단(BTS)과 뉴진스 등 글로벌 팬덤이 탄탄한 아티스트들을 바탕으로 앨범·공연·콘텐츠 등 부문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남양 방씨의 자랑이지만 성장 과정은 대조적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사진=뉴스1
두 사람 모두 남양 방씨 집안의 자랑이지만 가정 환경은 많이 달랐다. 방준혁 의장은 1968년 서울 구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학원에 가기 위해 신문배달을 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고등학교 졸업도 마치지 못한 그는 처음 인터넷영화사업과 위성사업을 했으나 실패의 쓴맛을 봤다.

이후 2000년 자본금 1억원을 바탕으로 넷마블의 전신인 넷마블게임즈를 세웠다. CJ그룹에 편입되기도 했지만 방 의장이 직접 나서 계열분리 후 2017년 코스피 상장, 2018년 대기업이 됐다. 그해 넷마블게임즈는 넷마블로 간판을 바꿨다. 넷마블은 현재 2020년 2월 인수한 코웨이(정수기 등 렌털 업체)를 포함해 계열사 35개를 거느리고 있다.

방시혁 의장은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 환경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졸업 후 JYP 엔터테인먼트 수석 작곡가로 이름을 알렸다. 가요 수백 곡을 작곡했고 JYP엔터테인먼트 창업자 박진영을 도와 지오디, 비, 박지윤 등 아티스트를 길러냈다.

2005년 2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세워 독립한 그는 사업상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BTS의 세계적 인기를 토대로 회사를 빠르게 키워나갔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10월 코스피에 상장했고 2021년 3월 사명을 하이브로 바꿨다. 하이브는 빅히트뮤직, 어도어 등을 포함한 계열회사 15곳을 이끌고 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방준혁 의장과 방시혁 의장 모두 자신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며 "자고 나란 환경은 대조적이지만 한국에서 성공 신화로 불릴 만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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