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모자라!" 캐나다 이민자 증가의 딜레마[통신One]

김남희 통신원 2024. 5. 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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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버스로 40분, 먼 학교로 배정받는 현실
수업 방식 변화부터 신축 학교 증설까지 학생 수용 위해 노력
캐나다 뉴브런즈윅주의 멍크턴 지역에 늘어나는 학생들 수용을 위해 새로 짓고 있는 중학교. 9월 개교가 목표이지만 아직 한창 공사 중이다. (학교 임시 명칭 : West end school)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2024.05.17/

(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6월 중순이 지나면 캐나다의 초, 중, 고등학교는 한 학년을 끝마치게 된다. 그리고 9월이 되면 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이제 한 학년을 마무리하기까지 한 달가량 남았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주변 학교들은 현재 아주 어수선하다.

최근 인구 유입이 많아져서 학생 수가 급증을 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많은 학교에서는 교실이 부족해 점심을 먹는 카페테리아에 간이 벽을 쳐 임시로 반을 증설해서 운영하는 곳도 있다.

나의 아들은 현재 G5(초등학교 5학년)로 9월 학기가 되면 중학교에 가게 된다. 작년의 경우를 봤을 때는 당연히 집 앞 중학교로 배정받는 게 당연한데, 스쿨버스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먼 중학교로 배정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에 나를 비롯한 많은 학부모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나의 아들이 입학하게 될 집 앞 중학교도 인구 유입으로 2년 전에 새로 지어 문을 열었는데, 이미 한 반에 30명씩 꽉꽉 차서 새로 짓고 있는 중학교로 분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2023년 튀르도 총리의 이민자 수용 정책으로 빗장을 활짝 연 캐나다에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어 인구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다시 정부에서 빗장을 슬슬 닫다 보니 영주권을 위해 이민을 계획한 사람들이 캐나다 대도시보다 좀 더 이민이 쉽고, 영주권 획득이 수월한 지역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사는 도시뿐 아니라 캐나다의 중. 소도시들도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바로 옆 동네인 노바스코샤주의 핼리팩스는 지난 5년 동안에만 8,000명의 학생이 유입되었다. 그래서 한 교실마다 책상 사이를 지나갈 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학생들이 꽉 차 있다.

노바스코샤주 정부는 현재 6개 학교를 신축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급증하는 학생 수에 대응하기 위해 모듈식 교실을 추가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작년에 100명 이상의 새로운 담임 교사가 고용되어 교사 총수가 약 10,000명에 이르렀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서리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학군이다. 이 도시는 지난 2년 동안 매년 2,400명 이상의 학생이 추가되었고, 현재 124개 학교 중 약 83%가 정원을 초과하고 있다. 공간 부족으로 일부 학교는 학생 수용을 거부하기까지 했다.

서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동시에 학교에 참석하는 인원을 줄이고자, 교직원들은 고등학생을 위해 전통적인 수업 방식과 온라인 학습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학습을 연구 중이며, 학년 내의 학생들을 나누어서 한 학년을 3개 학기로 나누고, 그중에서도 2번째 학기에만 해당 학년에 속한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도록 하는 계획을 세워 각 학생에게 더 많은 개별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앨버타주의 캘거리와 에드먼턴도 BC(브리티스 컬럼비아주)나 온타리오주에서 영주권을 따기 위한 이주민의 증가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이 두 도시의 학교들도 이미 거의 최대 수용 능력에 도달하였다.

다음 달이 벌써 졸업인데 나는 아직 확정된 안내를 받지 못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학부모와의 간담회를 열어 최선의 대안을 결정하려고 하지만 그 결정에 따라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 같은 경우도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중학교를 못 가, 주소지를 중심으로 지도에 그은 몇 개의 선에 의해 스쿨버스로 40분이나 걸리는 중학교로 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심각한 건 아직 그 학교는 완공이 되지 않아서 9월까지 문을 열지 못하면 기존 학교에 좀 다니다가 다시 옮겨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학교가 마인크레프트처럼 뚝딱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소 3~5년은 걸려야 만들 수 있다. 또 예산 또한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민 정책을 지시하는 건 교육청이 아니기에 무턱대고 교육청에 불만을 표현할 수도 없고, 나 또한 이 현상에 일조한 이민자이기에 더욱더 어떤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다.

세계적으로 캐나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크고, 그 바탕에 자녀들 교육을 위해 이민 길에 오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 없는 이민 정책이 공교육에도 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가 된다. 학생들이 한 학교, 한 교실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는 것도 못 볼 일이다.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교육 당국과 정부가 함께 협력해 이 혼란을 잘 해결해 모든 학생이 안정된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zziobe105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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