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려면...문장을 하나하나 해부해라 [공부 뇌 만들기 프로젝트]

2024. 5. 17. 14: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21세기 인류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가속적 변화 상황, VUCA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함(Ambiguity)이 거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처럼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속에서는 어제 배운 지식이 오늘 당장 필요 없어질 정도입니다. 거기에 더해 AI가 지식영역을 거의 다 학습하여 이미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지식을 배워서 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지식을 바로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는 21세기 기술인 4Cs 역량, 즉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창의성(creativity),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 협업능력(collaboration)을 학생들의 뇌에 탑재해 주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로 기존의 지식을 분해한 후 창의성을 활용하여 현장에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더 나아가 인지적 다양성을 갖춘 팀 동료들과 함께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새로운 융합지식까지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철저한 현장 위주의 팀 프로젝트 기반 수업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우리 교육도 이러한 상황에 점점 적응해가고 있기는 합니다.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가 바로 이러한 상황적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서울대도 학부 1, 2학년 학생들을 토론과 프로젝트 수업위주로 끌고 나가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각 대학들도 학부과정에서 이미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체계화된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느냐 입니다.

저는 4Cs를 동시에 좋아지게 하면서도 교실 안에서 팀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한 모델, 더 나아가 교실 밖에서 공동창업으로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교육실험을 20년 정도 해보았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경험과 직관으로 팀을 짜는 것이 아니라 뇌인지검사를 통해서 인지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팀빌딩 알고리즘, Magic Number Six를 활용하여 프로젝트팀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둘째, 고전의 텍스트를 가져다 놓고 팀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고전 저자의 뇌인지구조, 즉 저자의 렌즈를 비판적 사고로 함께 찾아내고, 이렇게 찾아낸 저자의 렌즈로 현실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것을 넘어 저자의 렌즈를 창의적으로 변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 훈련시켜 보았습니다.

셋째, 대학에서 4Cs 역량과 팀 프로젝트를 결합한 모델로 스타트업스쿨을 만들어 공동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창업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습니다. 심지어 중학생 대상으로 하는 교육 실험에서도 놀라운 성과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고교학점제 시대를 맞아 중고등생 대상으로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질이 차원을 달리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위 프로그램의 일부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음의 문장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4Cs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팀 프로젝트가 교실 안에서 가능한지 한번 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식을 성대히 치른 직후 히잡사건이 발생했다.‘ 이 문장을 보드에 띄워 놓고 팀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거의 대다수 아이들은 위 문장을 다음과 같이 읽습니다.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이 있고,’ 그 다음에 ‘히잡 사건이 발생했다’라고 이해합니다. 여기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위 문장을 크게 두 덩어리로 나누어 읽었다는 것입니다. 대개 외부 사물을 바라보는 인지적 렌즈가 큰 우뇌성향의 아이들은 이처럼 문장을 통으로 크게 읽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아이들의 상당수가 글을 빨리 읽고, 대충 읽고, 내맘대로 읽고, 복잡하고 어려우면 안 읽습니다. 최근에는 너무 길면 안 읽는(TLDR, Too Long ; Didn’t Read) 경향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읽으면 글에서 지식과 정보만을 얻는 낮은 수준의 읽기만 할 뿐입니다. 이이들의 뇌변화 또는 대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의 변화는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처럼 문장을 크게 두 단위로 끊어서 읽으면 구조적 사고를 할 줄 모르는 것이고, 그 결과 저자의 의도를 찾는 것은 이미 물 건너 갔다고 보아야 합니다.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 후에 히잡사건이 발생했다는 단순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아이들의 공부는 끝납니다. 어디에서도 아이들이 사고를 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무리 많이 책을 읽어도 아이들의 사고역량은 별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마치 완성된 레고모형을 해체하는 것 처럼 아이들이 위의 문장(구조)을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 ‘성대히,’ ‘치른,’ ‘직,’ ‘후,’ ‘히잡사건,’ ‘발생했다’와 같이 10개 정도로 아주 작게 분해하고(변수), 그 다음 저자의 입장에서 왜 그 단어를 사용해서 그 단어를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를(관계)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아이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위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 합니다. 이 경우 분석적인 좌뇌성향의 아이들이 거의 수업을 주도합니다.

이처럼 아이들은 문장을 아주 작은 단위, 즉 단어 하나하나를 다 쪼개야 합니다. 심지어 ‘프랑스혁명’도 한 단어로 처리하면 안되고 ‘프랑스’와 ‘혁명’을 두 개로 쪼개야 합니다. 그 다음 이 두 단어를 ‘기념식’과 연결해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단순히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혁명’을 두 개로 쪼개서 다른 많은 ‘혁명’ 즉 명예혁명, 러시아혁명, 인도혁명, 동학혁명 등등 가운데서 왜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지를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말은 저자가 프랑스 혁명이 다른 혁명과 어떻게 차별되기에 기념하자는 것인지 그 의도를 묻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른 아이들은 검색창에 들어가서 다른 혁명과 프랑스 혁명의 차이점을 찾아봐도 됩니다. 그것은 지식의 영역이기 때문에 검색을 해서 찾아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검색한 결과 프랑스 혁명의 정신 즉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이 다른 혁명과 차별화 포인트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위 문장에서 단순히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혁명의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를 기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 또 다른 아이들은 왜 저자가 ‘200주년’ 그리고 ‘성대히’라는 두 단어를 문장에 넣었는지를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200주년이니까 200주년이지라고 말한다면 아직도 생각의 2차원으로 올라가기에는 멀었습니다. 여기서 두 단어는 문장 속에서 대립을 강조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두 단어를 동시에 쓴 것은 자유, 평등, 박애의 혁명정신을 ‘세게, 그것도 아주 세게’ 기념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입니다. 왜 이렇게 강조를 했을까요. 그 이유는 그 다음에 나옵니다.

이어서 ‘치른,’ ‘직후,’ ‘발생했다’라는 단어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저자가 동사 ‘치른’ 다음에 그냥 ‘후’가 아니라 왜 ‘직후’라고 했는지를 연결해서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말은 ‘직후’가 시간적인 순서의 의미도 담고 있지만 공간적으로 배신이나 모순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앞에서는 나를 정말 정말 좋아한다고 해놓고 뒤돌아서자마자 나를 욕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후’라고 하면 배신의 의미가 약해집니다. 프랑스 혁명정신을 세게 그것도 아주 세게 기념하는 행위를 한 후 바로 되돌아서서 히잡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앞뒤가 다른 모순적인 행동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렇게 쓴 것입니다.

여기서 히잡사건을 모르면 아이들은 또 검색을 해도 됩니다. 히잡사건은 이슬람 소녀들이 히잡을 쓰고 학교에 오자 학교당국이 쓰고 오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쓰고 오자 학생들을 퇴학시킨 사건입니다.

정리하면, 위의 글을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이 있고.’ 그 다음 ‘히잡 사건이 발생했다’라고 대충 분석하여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아이들은 ‘프랑스민족이 앞에서는 자유, 평등, 박애를 세게 그것도 아주 세게 기념하는 행위를 한 후 뒤돌아서서는 이슬람 소녀들의 자유, 평등, 박애를 무참히 짓밟는 윤리적 이중행위를 하고 있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프랑스 민족의 윤리적 이중성 고발’이라는 저자의 렌즈를 추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구조적 사고를 통해서 지식으로부터 저자의 진정한 의도, 그 글을 만든 저자의 렌즈, 즉 뇌인지구조를 추출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아이가 혼자서 하면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작업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칠판 앞에 서서 글의 내용을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하면서 서로 토론을 하면 어렵지 않게 저자의 렌즈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텍스트를 팀프로젝트의 과제로 주면 아이들은 서로 보고 배우는 피어 튜터링(peer tutoring)이 일어나 상당한 교육적 효과가 있었습니다. 특히 깊이 있는 사고력과 날카로운 분석력, 더 나아가 창의적 문제해결력이 자연스럽게 아이 각자 뇌에 탑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각 친구들이 서로 무엇을 잘하는지를 알게 되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만 잘 성장해준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한층 더 희망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진훈 MSC브레인컨설팅그룹 대표]

인간은 자신만의 고유한 뇌인지행동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을 어떻게 느끼고(perception), 어떻게 생각하며(conception), 어떻게 행동으로(behavior) 표출하는가에 따라 8192가지 뇌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녀에게 최적화된 공부법, 최고의 성적을 얻는 법, 더 나아가 자신의 꿈을 찾고 꿈을 이루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