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의대증원 확정에도 꼼짝 않는 의대생…당국 골치

유효송 기자 2024. 5. 17. 14: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의료계가 낸 집행정지 신청이 항고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법원이 의과대학 증원·배정 결정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지 않으면서 사실상 27년만에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대학들은 이달 말까지 2025학년도 대학 입시 모집 요강을 확정 짓기 위한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가 요원한 상황인데다 대학들의 학칙 개정 과제도 남아있어 앞으로 교육당국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40개 의대 중 5개 대학이 수업을 재개하지 못한 상태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실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도 거의 없다.

의대생들은 법원 결정과 관계없이 '수업 거부'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연세대와 부산대, 제주대 의대 등 학생 비상대책위원회는 "사법부의 가처분 인용과 관계 없이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이뤄낼 때까지 학업 중단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 13일 "법원 결정과 상관없이 의대 증원 정책을 막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수업 거부 사태가 장기화되면 의대생들의 집단유급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의사 국가고시(이하 국시) 원서접수가 오는 7월 예정돼 있고, 9월부터 실기 시험이 진행되기 때문에 본과 4학년생의 경우 국시 응시 조건인 실습시간과 졸업 가능 여부 등을 충족해야 한다. 대학들은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서울러 교육부에 "국시를 연기해 달라"고 건의했다. 또 국시에서 실기 시험을 필기 다음 순서로 바꿔 나중에 학교에 복귀해 실습 수업을 들은 다음 실기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에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의대생들의 집단유급을 최대한 막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국가장학금 신청 일정과 의사 국시 일정 등을 조정해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최대한 모든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대학들과 협력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의사 국시 문제도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고 복지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학칙 개정 시한도 다가오고 있다. 의대 증원 대상이 된 32개 대학 중 현재까지 학칙 개정을 완료한 대학은 15곳이다. 나머지 대학들은 학내 교수회 등의 반발 속에서 법원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전날 재판부가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기각'(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그간 결정을 미뤄왔던 나머지 대학들도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재항고 방침을 밝혔지만 각 대학이 학칙 개정과 관련해서는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대학은 5월 31일까지 홈페이지에 정원을 포함한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부 대학은 학칙 개정을 두고 학내 극심한 갈등을 보이며 부결시키기도 있다. 부산대는 지난 7일 전국에서 최초로 교무회의에서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한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이 대학 교무위원들은 사회적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로 학칙 개정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8일에는 제주대가 마찬가지 결정을 내렸다. 법원 판단을 기다리며 학칙 개정을 미뤘던 강원대, 충북대 등 국립대들은 다음주 학내 절차를 재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가 학칙 개정안을 부결한 제주대도 김일환 총장이 재심의를 요청했다. 다만 제주대 관계자는 "교수평의회 의장인 교수회장이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숙의 기간을 가지고 있어 아직 회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교수회의에서 통과되면 곧바로 총장이 공포할 수 있지만 다음주 내에 곧바로 끝날 수 있다고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경북대도 학칙 개정안을 오는 23일 재심의를 해달라며 교수회에 요청한 상황이지만 확정되지는 않았다. 학칙 개정안은 교수회 평의회가 재심의하면 오는 24일 대학평의회를 거치게 된다.

일단 교육부는 학칙 개정에 문제가 없으로 보고 있다. 최종 학칙 개정 공포 권한은 각 대학 '총장'이 갖고 있어서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의료인 양성을 위한 모집 정원은 각 대학이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내용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대학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교육부 장관은 고등교육법상 시정명령, 모집정지 등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대교협은 각 대학이 제출한 대입계획을 토대로 대입전형위원회를 오는 20∼24일 중으로 열겠다는 방침이다. 최종 시행계획을 이달 말까지 심의·승인하면 각 대학은 이를 모집요강 형태로 공표하게 된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