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인상 주범?… "의료공백, 나몰라라" 피안성 가는 의사들

전민준 기자 2024. 5. 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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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과잉진료로 의사들 배채울 때… 실손보험금 누수 심화
비급여항목 과잉진료가 가능한 의원 등으로 의사들이 몰리면서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는 물론 실손보험료까지 오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의료공백 장기화로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기로 한 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사진=뉴시스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적자규모가 약 2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실손보험 적자 확대 원인으로 비급여 치료(건강보험 보장 안되는 치료)가 많은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에 의사 쏠림 현상이 꼽힌다. 의료개혁을 통해 비급여 체계를 개편하는 것과 동시에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보험손익은 1조973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1조5301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4437억원 늘었다. 실손보험 적자는 2021년 2조8581억원에서 2022년 1조원대로 감소했으나 다시 증가로 전환했다.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도 103.4%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이 100% 이상이라는 건 보험사가 상품을 팔았을 때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실손보험 적자 규모와 손해율은 실손보험료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실손보험 손익이 악화한 이유로 ▲물리치료 ▲백내장 ▲비급여주사제 ▲척추관련 수술 ▲재판매 가능 치료 재료 ▲발달지연 ▲유방질환 ▲하지정맥류 ▲생식기질환 ▲비밸브재건술 등 10대 비급여항목에 대한 보험금 지급액 증가가 거론된다.

이 중 비급여주사 지급액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2023년 영양제·인대강화주사·비타민주사 등 비급여주사제에 들어간 실손보험금은 5713억원으로 5년 전인 2018년 1979억원보다 3734억원(2.9배) 증가했다.

지난해 10대 비급여항목에 들어간 보험금 가운데 비급여주사제는 백내장수술(1015억원)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비급여주사제에 들어간 보험금 증가폭은 물리치료보다 가파르다.

10대 비급여항목 가운데 보험금이 가장 많이 들어간 항목인 물리치료는 2018년 1조422억원에서 2023년 2조1485억원으로 2.1배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무릎줄기세포주사와 같은 신규 비급여 항목이 증가하면서 보험금 누수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과잉진료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에 의사들도 필수의료를 외면하고 피안성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련병원 140곳을 대상으로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 모집한 결과 필수의료 과목으로 꼽히는 응급의학과(79.6%), 산부인과(67.4%)는 지원율 100%를 넘기지 못한 반면 정신건강의학과(178.9%), 안과(172.6%), 성형외과(165.8%), 재활의학과(158.8%), 정형외과(150.7%), 피부과(143.1%), 영상의학과(141.8%) 등은 100%를 훌쩍 넘겼다.

이에 따라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하고 저위험·고수익을 보장하는 비급여치료로 몰려 '의료공백 사태'는 물론 과잉진료로 인한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 보험료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개혁 통해 비급여항목 대수술 예정… 4.5세대 실손보험 거론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제외하는 비급여 항목을 보장하는 실손보험 상품 구조상 과잉진료는 언제든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의 과잉진료를 부추겨 의사들이 수월하게 수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의료개혁과 연계해 4세대 실손보험을 개정하는 걸 논의하는 중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실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하는 의료개혁의 핵심 안건으로 '실손보험 제도 개편'을 상정했다.

의료개혁 과제에는 병·의원이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와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병행하는 경우 비급여 진료 내역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할 예정이다.

또한 실손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간 양자 계약인 실손보험 계약을 가입자와 보험사, 병·의원 3자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포함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 간 생길 수 있는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규 비급여 항목이 계속 나타나는 등 전체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다수의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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