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조개 내려치는 해달 식사법, 이유가 있었다

김지숙 기자 2024. 5. 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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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은 해양 포유류 가운데 유일하게 돌을 도구로 쓰는 동물로 유명하다.

그 결과, 해달이 먹이의 껍질을 제거하는데 사용하는 도구는 바위뿐 아니라 조개 껍질, 사람이 버린 쓰레기 등 다양했다.

연구진은 돌고래, 침팬지, 보노보의 암컷 역시 수컷보다 도구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해달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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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존 직결 치아 손상 줄여…전복·성게·조개 등 단단한 먹이 섭취
해달은 해양포유류 가운데 유일하게 돌을 도구로 쓰는 동물로, 바위를 모루 삼아 조개 등을 깨먹는 행동을 보인다. 사진은 가슴에 바위를 얹고 있는 남방해달.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 제공

해달은 해양 포유류 가운데 유일하게 돌을 도구로 쓰는 동물로 유명하다. 돌을 이용해 바다 밑 전복을 캐고, 해안가 바위를 모루(받침대) 삼아 조개를 깨서 알맹이를 꺼내 먹는다. 아예 가슴 위에 자신만의 돌멩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먹이의 단단한 껍질을 부수기도 한다. 최근 해달의 이러한 도구 사용이 치아 손상을 줄여 생존력을 높이고, 다양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는 16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캘리포니아대 산타크루즈 캠퍼스,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과 함께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에 사는 ‘남방해달’ 196마리를 관찰·연구한 결과, 해달이 도구를 사용하면 치아 손상이 줄어든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몸집이 (수컷에 견줘) 작고 무는 힘이 약한 암컷 해달의 경우, 도구를 사용할 때 더 크고 다양한 먹이를 섭취해 생존력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렸다.

가슴 위에 올려둔 바위를 모루로 사용해 먹이를 깨는 해달. 크리스 로 제공

해달은 일본 북동쪽과 러시아 쿠릴열도 등에 사는 ‘유라시아해달’과 태평양 동부에 사는 ‘북방해달’, 캘리포니아 중남부에 서식하는 ‘남방해달’ 등으로 나뉜다. 해달은 과거 수십만 마리가 홋카이도, 알래스카, 북아메리카 바닷가에 널리 서식했지만, 18세기 중반 대대적인 모피 사냥으로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 멸종위기종이 됐다. 남방해달의 경우,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이 1970년대부터 종 보전에 나서며 서서히 개체 수가 증가해 현재 캘리포니아 연안에 약 3000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남방해달의 먹이가 되는 큰 전복이나 성게를 현재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이런 먹이 자원은 사람의 어업 활동, 개발 등으로 감소하거나 사라지는 추세다. 이로 인해 남방해달도 선호하는 먹이인 전복, 성게 이외에 게, 조개, 홍합 혹은 작은 달팽이를 이전보다 더 자주 먹게 됐다. 이러한 먹이들은 전복과 성게보다 껍질이 딱딱해 해달의 치아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다. 치아가 너무 닳거나 망가지면 해달이 굶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치아를 제대로 유지하는 것은 해달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물에 떠 새끼를 가슴 위에 안은 해달 어미. 위키피디아 코먼스

연구진은 해달의 먹이 변화와 도구 사용, 치아 건강 등을 확인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해안에 사는 남방해달 196마리에게 무선 인식표를 부착해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해달이 먹이의 껍질을 제거하는데 사용하는 도구는 바위뿐 아니라 조개 껍질, 사람이 버린 쓰레기 등 다양했다. 이렇게 도구를 사용하는 해달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해달보다 더 단단하거나 큰 먹잇감을 구할 수 있었는데, 특히 암컷 해달은 수컷보다 도구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도구를 사용한 암컷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수컷보다 최대 35% 더 단단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었다.

크리스 로 텍사스대 박사후연구원은 “암컷 해달은 수컷보다 몸집이 작고 무는 힘은 약한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구를 더 자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새끼를 키우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암컷의 먹이 사냥은 더 효율적이어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돌고래, 침팬지, 보노보의 암컷 역시 수컷보다 도구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해달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라고 봤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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