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승 대체 선발 신화' 감히 도전할 20살 영건 등장…갈치튀김과 계란말이의 힘[김민경의 비하인DOO]

김민경 기자 2024. 5. 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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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최준호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본가가 아산이거든요. 새벽 일찍부터 어머니가 본가에서 갈치튀김과 계란말이를 준비해서 저희 집에 오셔서 아침 9시에 같이 먹었어요."

두산 베어스 우완 최준호(20)는 지난 12일 생애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원래는 11일 잠실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는데 비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12일 kt와 더블헤더 제1경기 선발투수로 낙점됐다. 최준호는 6이닝 4피안타(2피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생애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데뷔 첫 승리까지 챙겼다. 두산 타선은 장단 14안타를 몰아치면서 12-4 승리와 막내 최준호의 첫 승을 도왔다. 최준호는 당시 팀의 7연승을 이끈 기쁨에 활짝 웃어 보였다.

호투의 비결은 어머니의 집밥에 있었다. 최준호의 본가는 충청남도 아산에 있다. 최준호의 어머니는 평일에는 일을 하기에 서울에 있는 아들의 식사까지 챙길 짬이 나지 않지만, 주말 경기가 있는 날은 어떻게든 아들의 식사를 직접 챙겨주고 있다. 본가에서 최준호의 서울 집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12일처럼 경기 개시 시간이 낮 2시면 아들의 아침밥을 챙겨주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최준호의 어머니는 11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왕복 4시간 거리를 헛걸음하게 됐지만, 아들 생각에 12일 새벽에도 음식을 준비해 서울로 향했다.

12일 아침 집밥 메뉴는 갈치튀김과 계란말이였다. 최근 광주에서 만난 최준호는 "어머니가 갈치튀김과 계란말이 등 내가 아침으로 먹기 좋아하는 음식들로 준비해 오셨다. 원래는 고기류를 제일 좋아하긴 하는데, 아침 식사로 먹기에 고기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생선류를 주로 챙겨 주신다"고 설명했다.

최준호는 어머니의 마음이 감사하면서도 죄송하다. 그는 "어버이날 전에 어린이날 시리즈(4일 LG 트윈스전)에 등판했을 때, 그리고 첫 승 했던 날 경기가 주말이라서 어머니가 올라오셔서 아침밥을 해 주셨다. 챙겨 주시려면 새벽부터 오셔야 하고, 주말은 낮 경기라 아침 9시부터 밥을 먹었다. 2시간 정도 운전해서 오셔야 하니까.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고 승리도 해서 기분 좋고 감사했는데, 한편으로는 계속 해주시려 할까 봐 걱정도 된다. 부모님께서 힘드시니까"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최준호는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는 입단하자마자 오른 팔꿈치 피로골절 진단을 받고 재활에 전념하느라 1군 무대에 데뷔하지 못했다. 팀 내 1순위 기대주가 너무도 조용한 1년을 보냈으니 선수 본인은 아쉬울 법했지만, 구단은 최준호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기에 건강하기만을 기다렸다.

▲ 두산 베어스 최준호 ⓒ 두산 베어스

최준호가 두각을 나타낸 건 지난해 10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였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최준호가 까다로운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도 과감히 승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감탄했다. 올해 건강하게 몸만 잘 만든다면 일을 낼 선수라며 엄지를 들었다. 교육리그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2패를 기록했는데, 그중 2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최준호는 "시즌 끝나고 솔직히 아쉬운 게 있었다. 지난해 경기를 많이 못 던진 아쉬움이 있었는데, 교육리그에 가서 공을 많이 던지니까 밸런스가 잡혔다. 또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 경기 결과도 좋다 보니까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며 교육리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했다.

한 가지 물음표는 구속이었다. 최준호를 고교시절부터 지켜본 두산 관계자는 "교육리그에 가서 아주 잘했다. 손이 내 손보다 마디 하나가 더 있을 정도로 엄청 크다. 원래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였는데, 그 손으로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하니까 경기에서 삼진을 많이 잡고 엄청 좋았다고 들었다. 직구 구속이 아직 147~148㎞ 정도 나온다. 아직 150㎞를 못 찍었다. 고등학교 때 최고 구속이 146㎞ 정도 나와서 150㎞도 금방 던지겠지 했는데, 아직은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1군 정착 여부는 구속에 걸렸다고 바라봤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최준호를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서 쭉 지켜보면서 쓰임새를 확인했다. 최준호를 5선발 경쟁 후보군에 분류하며 기대감을 보였는데, 시범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3경기에서 3⅓이닝 5실점에 그쳤다. 구속은 148㎞보다 더 올라오지 않았고, 제구가 흔들려 2군에서 개막 엔트리까지는 적어 넣지 못했다. 최준호는 2군에서 '3구 안에 승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격적으로 투구하면서 제구를 잡으려 노력했다.

기회를 기다리던 최준호는 지난달 1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됐다.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이 갑작스러운 허리 근육통으로 이탈하면서 최준호가 곧장 롱릴리프로 등판할 기회를 얻었다. 최준호는 4⅓이닝 4실점에 그쳤지만, 삼진 6개를 뺏으면서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처음 선발 기회를 얻어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브랜든이 돌아온 뒤로는 팔꿈치 염좌로 이탈한 라울 알칸타라의 빈자리를 대신하면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눈에 띄는 건 구속 상승이다. 최준호는 올해 2군에서도 최고 구속 148㎞를 기록했는데, 1군에 온 뒤로 최고 구속 151㎞를 찍었다. 최준호는 "겨울에 준비를 열심히 하기도 했고, 1군에서 데뷔하고 나니까 아드레날린이 더 나오는지 갑자기 150㎞ 이상도 나오더라. 여기서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더 빠르게 던지려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진 않을 예정이다. 몸을 그냥 지금처럼 잘 만들면 자연히 더 빨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 두산 베어스 최준호 ⓒ 두산 베어스

2013년 대체 선발투수 신화를 쓴 유희관에 감히 도전해 볼 만하다. 유희관은 2013년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구멍을 채우러 들어갔다가 2020년까지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는 업적을 세웠다. 은퇴를 앞둔 2021년 시즌에 개인 통산 101승을 달성하면서 두산 프랜차이즈 좌완 역대 최다승 기록도 세웠다. 올해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이탈에 기회를 얻은 최준호가 유희관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두산은 향후 10년은 걱정 없는 귀한 국내 선발을 얻게 된다. 알칸타라의 복귀 시점을 여전히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당장 최준호의 호투가 절실하기도 하다.

최준호의 올해 목표는 5승이다. 20살 어린 선수가 세운 매우 현실적인 목표다. 최준호는 "일단 5승을 목표로 하고, 5승에서 더 많은 승수를 쌓으면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데뷔 첫 승으로 프로 무대에 발자취를 남긴 최준호는 어릴 때부터 야구선수의 꿈을 지지해 준 부모에게 감사를 표했다. 최준호는 7살 때부터 사회인 야구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야구를 배웠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야구 선수의 길을 걸어 지금까지 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최준호의 가장 든든한 1호 팬이다.

최준호는 "어머니가 계속 서울에 올라오려 하실까 봐 걱정이 된다. 평일에는 일을 하셔서 경기 시간 전에 일찍 오진 못하시는데, 부모님이 내가 지금까지 등판한 1군 경기는 모두 직접 보러 경기장에 오셨다. 대전(지난달 2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등판했을 때는 조성환 코치님께서 표를 구해 주셔서 부모님을 모실 수 있어 감사했다. 부모님은 내가 부담을 느낄까 봐 경기장에 안 오려 하시는데 나는 상관없다고 말한다. 첫 승 했을 때 부모님이 '정말 축하한다. 예쁘고 자랑스럽다'고 해주셨다. 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고, 효도도 많이 하고 싶다.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답하며 활짝 웃었다.

▲ 두산 베어스 최준호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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