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신기술 내세워 기술보증기금 보증받아 100억대 대출사기

100억 원대 사기 대출 사건 개념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수원=박성훈 기자

휴대전화 앱 개발을 내세워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기술보증서를 받은 후 시중 은행에서 100억 원대 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범죄집단 조직·활동, 대부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A(35) 씨 등 8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또 A 씨 등과 공모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혐의(사기)로 유령업체 대표 7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기술보증기금에서 발급받은 기술보증서로 시중 5개 은행에서 매번 5000만~1억 원 상당의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100억 원대 대출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 출연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은 기술 혁신형 기업을 상대로 기술보증을 한다. 연간 보증 규모는 28조 원 상당이다. A 씨 등은 앱 개발을 하는 것처럼 기업을 설립하고, 신용도가 낮은 사람 103명을 모집한 후 이들 명의로 각각 유령 회사를 세웠다.

이어 중고거래, 반려견, 배달, 쇼핑 등에 관한 앱을 제작할 것처럼 허위 사업계획서 등을 기술보증기금에 제출, 기술보증서를 발급받아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 대출 받은 자금은 A 씨 등과 대출명의자가 통상 반반씩 나눠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최대 1억 원의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인 ‘원클릭 보증’을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클릭 보증은 대면 상담이 먼저 이뤄지는 통상의 기술보증서 발급 과정과 달리 체크 리스트 등 서류를 디지털 영업점에 제출하는 비대면 방식이어서 비교적 간소하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기업에 소속돼 상담책, 자금조달책 등으로 일한 이들 중 5명은 수도권 일대 폭력조직원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공범 27명을 추적하는 한편, A 씨 등이 얻은 범죄수익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동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