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의대교수들 "의대 증원, 공공복리 위협…법원 결정은 끝 아닌 시작"

박정렬 기자 2024. 5. 1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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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5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법원이 공공복리를 이유로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등이 정부에 제기한 의대 정원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 사건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은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합동으로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결정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의협 등은 입장문에서 "재판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을 인정하였지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며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증원해야 하고, 이는 '공공복리'에 부합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판결에 인용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오히려 필수 의료에 종사하게 될 학생과 전공의, 그리고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대 교수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필수 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 의협 등은 주장했다. 오히려 공공복리를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환자와 의료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확하기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의료계가 낸 집행정지 신청이 항고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에 '수업중'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2024.5.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의협과 의대교수 등은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과학적·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100차례가 넘는 의견 수렴이 있다면서도 회의록은 하나밖에 제출되지 않았고 나머지 자료는 극비 처리되거나 편집본 외에는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2000명 증원의 현실성과 타당성을 한 번도 보건 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나 전문위원회, 의료현안협의체와 논의한 일이 없었다. 오로지 발표 당일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회의 시간에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켰을 뿐"이라며 "보건의료기본법 제정 후 단 세 차례만 소집되었던 보정심은 결국 중요 안건을 정부 마음대로 통과시키기 위한 거수기 모임이라는 것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정원 배정 역시 보건복지부, 그리고 전문위원 스스로 '기초 조사' '희망 정원'이라고 말한 수요 조사 결과를 과학적 숫자라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였다는 게 의협 등의 판단이다. 부실한 실사를 통해 '모든 의과대학이 증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짓 보고를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의협 등은 "정원 배정 과정은 완전한 밀실에서, 이해 상충과 전문성이 의심되는 위원들에 의해,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단 5일 만에 끝났다"며 "교육권 침해를 항의하는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지 않자, 학교들에 압력을 넣어 강제로 학칙을 개정하게 하고, 최소 수업 일수마저 없애는 농단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의 의대 교수, 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판단이 나올 것으로 발표된 1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으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항고심에서 정부 입장이 받아들여져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 혹은 각하되면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정책의 행정 절차가 빠르게 마무리된다. 법원 결정을 기다렸던 일부 대학들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의협 등은 이날 △수요 조사 당시 교육부와 학교, 그리고 학장과 대학 본부, 교수협의회에서 일어났던 모든 소통 내용과 공문을 공개할 것 △의학교육 점검의 평가 및 실사 과정과 보고서 전체를 공개할 것 △배정위원회 위원의 전문성과 이해관계 상충 여부, 배정 과정 회의록을 공개할 것 △정원 배정 후 각 학교 학칙 개정 과정과 결과, 교육부로부터 받은 학칙 개정 관련 공문, 최소 수업 일수 변경 여부를 공개할 것 등 네 가지 사안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사법부의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한 논의를 밀실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전문가들과 함께하도록 만들 것이다. 보건 의료인력 예측을 포함한 정부의 보건 의료정책을 과학적, 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지속해서 평가하고 이를 국민들께 알려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대 교수와 의대생 등의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오전 9시 대법원에 내는 재항고장 및 재항고 이유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그는 "통상적인 사건은 1달 이상 소요되는데 그 시간을 단축한 것"이라며 "서울고법이 빨리 사건기록을 송부하고, 대법원이 서둘러서 진행하기만 하면 5월 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복리에 우려가 있다고 기각된 것인데 이 부분을 해결할 비책이 있다"며 "재판은 끝나야 끝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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