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스케쳐스 광주, 1980년 5월을 그리다 [포토IN]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금남로 인근에 있던 저를 찾으러 오토바이를 타고 온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나요. 계엄군이 모든 도로를 차단해서 밖으로 나가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1980년 당시 광주여자고등학교 1학년이던 박귀임씨(61)가 5월의 그날을 떠올리며 말했다.
5월12일,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을 앞두고 광주에서 '오월길 걷고, 어반스케치하다' 행사가 열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남로 인근에 있던 저를 찾으러 오토바이를 타고 온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나요. 계엄군이 모든 도로를 차단해서 밖으로 나가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1980년 당시 광주여자고등학교 1학년이던 박귀임씨(61)가 5월의 그날을 떠올리며 말했다.
5월12일,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을 앞두고 광주에서 ‘오월길 걷고, 어반스케치하다’ 행사가 열렸다. 동구 일대 5·18 사적지를 둘러본 후 그림을 그리는 이 행사에는 박씨처럼 그날의 기억을 가진 광주 시민을 포함해 전국에서 40여 명이 참가했다.
오전 도심 투어에서 방문하는 사적지마다 동그란 모양의 5·18 사적지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소속 김향순 해설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길은 역사의 기억 저장소입니다. 금남로를 걷는 것은 망각의 예방주사를 맞는 일인 거죠.”
오후가 되자 전남여자고등학교 담장 아래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았다. 길 건너편에 있는 사적지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을 그리기 위해서다.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며 ‘광주의 큰 어른’으로 불리던 홍남순 변호사 가옥은 현재 가림막에 가려진 채 복원 중이다. 박귀임씨는 옥상에 덮인 허름한 천막 대신 단정한 기와지붕을 그렸다. “광주 사람이지만 해설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어요. 사적지인 만큼 잘 보존되어 있을 줄 알았죠. 마음이 무거워서 천막 대신 기와지붕을 그렸어요.”
도시의 모습을 직접 보고 그 장소의 이야기를 담아 그리는 ‘어반스케치’는 2007년 미국 〈시애틀타임스〉 소속 화가인 가브리엘 캄파나리오에 의해 시작된 미술운동이다. 2009년 그는 비영리단체 ‘어반스케처스(UrbanSketchers.org)’를 만들었다. 현재 전 세계 70개 국가, 450개 도시에서 1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활동 중이다. 2020년에 조직된 ‘어반스케쳐스 광주’도 그중 하나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한다. 광주 회원들은 5·18 사적지를 그림에 담아 대구와 광주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어반스케치의 목표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니에요. 내가 있는 곳의 현장성과 스토리를 얼마나 잘 담아내느냐에 있어요. 100명 넘는 회원 대부분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죠. 못 그려도 괜찮아요. 장소가 지닌 이야기를 느껴보는 게 중요합니다.” ‘어반스케쳐스 광주’의 서동환 회장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이 시와 노래, 연극으로 남아 전해지는 것처럼, 사라지고 변화하는 광주 공간의 역사를 그림으로 기록하는 데 활동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선영 기자 ssy@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