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22대 국회 개원 앞두고 ‘초긴장’…거야 압박에 ‘尹노믹스’ 좌초하나

유호승 시사저널e 기자 2024. 5. 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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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상속세 개편 등 세금 감면 기대했는데…민주당 “친기업 정책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시사저널=유호승 시사저널e 기자)

경제계가 4·10 총선의 결과로 여소야대 구도가 더욱 심화되면서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정책들이 자칫 방향을 급선회할까 하는 우려에서다. 법인세 및 상속세 개편 등 재계가 관심을 뒀던 핵심 현안들이 새 국회에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 정부는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및 상속세 인하, 투자 확대를 위한 세금 감면 정책 등을 추진해 왔다. 이 중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 진행한 세제 개편안으로 올해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법인세율은 1% 인하됐다.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4%로 낮아졌다. 중소·중견기업 등에 적용되는 세율도 같은 수준으로 낮아졌다.

2022년 12월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찬성 203인, 반대 37인, 기권 3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세수 부족 이유로 '법인세율 인하' 요원

그러나 법인세율 인하 첫 단계에서 암초를 만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올해 법인세 '0원' 납부가 현실화되면서 사실상 법인세율 인하 혜택을 전혀 못 받게 된 꼴이다.

법인세는 기업이 이익을 달성했을 때 내는 세금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불안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별도 기준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1조5300억원, SK하이닉스는 4조6700억원이다. 손해를 기록한 만큼 법인세를 내지 않게 됐다.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던 적은 1972년 이후 52년 만이다.

세수 상황이 불투명해진 것도 이들 기업의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법인세의 4~5%, 많을 때는 1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한 푼도 내지 않게 되면서 세수 공백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야권이 국정 전환을 요구하며 정책 선회를 주장하는 사안 가운데 이 부분도 포함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법인세 인하 여파로 역대급 세수 부족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며 친기업 정책 기조의 대대적 수정과 확고한 추가 세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4월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재정준칙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각종 감세 조치로 세수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각종 감세 정책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특히 기업 및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를 하루빨리 원상 복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 개편안도 또다시 자초될 위기에 놓였다. 개편안은 상속·증여 시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일률적 할증을 폐지하고 최고 상속세율을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기업집단이 1세대를 지나 2·3세대로 이어지면서 상속세 납부 때문에 혁신이나 임직원 처우 개선에 집중하지 못한다"며 굳건한 개편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이 법안 개정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부의 세습'을 정부가 허용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소야대인 22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대대적인 '국정조사'를 예고했다. 6000억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하고도 결국 유치에 실패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첫 수'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달 초 부산에서 열린 '부·울·경 총선 승리 보고 대회'에서 "22대 국회가 열리면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의 책임을 철저히 따져 묻겠다"며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엑스포 유치 최종 결과물은 참혹한 실패였다.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감사 때 재벌 총수들 줄소환 가능성도

야권의 국정조사 움직임에 재계도 '비상 상황'이다. 국내 주요 기업집단은 부산엑스포를 위해 총수들부터 발 벗고 나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등 주요 경제인들이 글로벌 유치활동에 집중했다.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이들 또한 국회에 소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처럼 총수들이 국회에서 줄세우기로 '대국민 면박'을 당하는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올해 국정감사도 재계의 숨통을 조른다. 4·10 총선 당선자의 약 44%는 초선이다. 일반적으로 초선 의원의 경우 향후 자신의 정치 생명 및 방향성을 위해 많은 정책을 발의하고 국정감사에서도 유력 인사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 국정감사 시즌에도 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은 사회 유력 인사인 재계 총수를 국회로 부르기 위해 수차례 증인으로 신청한 사례도 있다.

주요 기업은 22대 국회의 반기업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여의도팀'을 구축하는 등 발 빠른 대응책을 마련해 활동하고 있다. 정부 및 국회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국정감사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총선의 결과로 우리나라가 또다시 기업 하기 힘든 나라라는 인식이 더 강해질 것이란 우려가 큰 시점"이라며 "범야권이 200석 가까이 차지하면서 기업들을 옥죄는 수많은 제재가 강화되거나 새롭게 발의될 수 있어 대관 조직을 중심으로 여의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벌써부터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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