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개발, 공적자금 지원을” 조폭 낀 100억대 작업대출 조직 검거

권상은 기자 2024. 5.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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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신기술로 기술보증기금 보증서
대출금 15~20% 수수료로 챙겨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스마트폰 앱을 개발한다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뒤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를 발급받아 약 100억원을 대출받은 사기 조직이 검거됐다. 이들은 신용도가 낮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모집해 이처럼 작업대출을 해 주고 15~20%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7일 허위로 기업을 설립한 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의 신기술 보증서를 받아 대출사기를 벌인 2개 법인의 대표, 대출 모집 브로커, 가짜 앱 개발자 등 17명과 실제 대출을 받은 유령업체 대표 76명 등 9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총책, 브로커 등 8명을 구속했다. 이들에게는 사기는 물론 범죄집단 조직·활동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인 A(35)씨 등은 앱 개발업체를 가장한 S사를 설립한 뒤 온라인 광고 등을 통해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했다. 또 이들의 명의로 각각 유령법인을 만든 뒤 앱 개발자를 투입해 중고폰 거래 등 가짜 앱을 만들었다. 또 기술보증서를 받기 위해 예비창업자로 앱을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류를 기술보증기금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들은 유령법인 대표들이 기술보증기금의 서류 심사나 현장 실사를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예상 질문지와 답변서, 허위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제공했다. 또 위장 사무실을 만들고, 7분 만에 완성한 가짜 앱(‘깡통 앱’)을 개발 초기 단계라며 실사를 담당한 기술보증기금 직원에게 시연하기도 했다.

A씨 등은 이같은 수법으로 유령업체 대표들이 지난 2019년 10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시중은행으로부터 정부가 지원하는 공적자금을 업체별로 5000만~1억원 등 약 100억원을 대출받도록 하고, 대출금 가운데 15~20%를 수수료로 받아 총책, 모집책 등이 나눠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B(37·구속) 씨는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A씨로부터 이같은 수법을 배워 별도 법인을 설립한 뒤 유사한 대출사기를 벌였다. 그는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 발급 거절로 대출을 받지 못한 명의자들에게도 작업에 들어간 수수료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갈취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A씨와 B씨, 브로커 등은 과거 중고차 영업이나 유흥업소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이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기업에 소속돼 모집책, 자금책 등으로 일한 이들 중 5명은 수도권 지역 조폭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나이는 30대로 이른바 MZ 조폭이었다. 총책인 A씨는 범죄수익을 외제 자동차, 명품 등을 구입하는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개발도구를 이용하면 실행이 되지 않는 초기 단계의 깡통 앱을 쉽게 만들 수 있고,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만 받으면 은행에서 대출이 용이하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기술보증서 발급 과정의 허점 등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개선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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