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책, 한동훈의 책[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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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목격담이 뉴스를 장식했다.
지난 4·10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있던 참이었는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며 다시 '등판론'까지 피어올랐다.
지난해 3월에도 한 전 위원장의 책이 비상한 관심을 끈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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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목격담이 뉴스를 장식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 그를 알아본 시민들이 사진과 영상을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지난 4·10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있던 참이었는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며 다시 ‘등판론’까지 피어올랐다. 노출될 것이 뻔한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봤다는 점 때문에 ‘정치적 의도’에 관한 해석도 쏟아졌다. 연예인 미담처럼 후일을 도모한 ‘목격담 정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사람들의 시선을 끈 건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였다.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책은 과학소설(SF) 작가 김보영의 ‘역병의 바다’(알마)를 비롯해 ‘코스믹 커넥션’(사이언스북스), ‘비트코인 슈퍼 사이클’(거인의정원) 등이었다. ‘역병의 바다’는 김보영 등 9인의 작가가 호러문학의 거장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오마주하며 우리의 현실 속 공포를 그린 작품이다. 2020년 출간됐다가 4년 만에 재조명된 셈이다. ‘코스믹 커넥션’은 이론 천문학자였던 칼 세이건을 일반 독자에게 알린 책이다. 국내에 출판된 건 2018년이니 이것도 6년이나 됐다. ‘비트코인 슈퍼 사이클’은 올해 초 나온 신간. 4차 반감기의 성공적인 투자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SF부터 투자 실전서까지 한 전 위원장의 폭넓은 독서 스펙트럼은 호감을 줬다. 책도 그의 선택을 통해 새삼 조명됐다. 이게 실제 판매량에 도움이 됐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1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10명 중 6명이나 된다는 절망적인 통계를 접했던 출판업계로선 반가운 일이었다.
지난해 3월에도 한 전 위원장의 책이 비상한 관심을 끈 적이 있다. 법무부 장관이었던 그가 유럽 출장길에 들고나온 책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숲). 2011년 출간 이후 꾸준히 사랑받은 스테디셀러이긴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이 가슴에 품은 것만으로 판매율이 수직 상승했다. 눈에 띄는 독자 감소에 시름이 늘어가는 출판계는 이런 유명 인사의 ‘바이럴(viral)’에 은근 기대를 갖는다. 그게 설령 다른 의도를 가진 것일지라도 상관없다. 유력 정치인이 책을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은 좀 다른 듯하다. 그동안 그는 독서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인위적 쇼’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22년 대선 후보 시절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자유기업원) 등을 꼽은 적이 있고, 지난해 3월 한 참모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을 당부하면서 ‘반도체 삼국지’(뿌리와이파리)를 언급한 게 전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휴가철만 되면 추천도서를 쏟아내던 것과는 분명 다른 행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간접적으로나마 언급했던 ‘반도체 삼국지’는 이후 한 주간 판매량이 4배 이상 급증했다. 대통령의 책이라는 타이틀이 사람들을 도서 구입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총선 참패 이후 보수정치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출판업계는 대통령의 추천이라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 이참에 독서 리스트 비공개 원칙은 깨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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