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력 해치는 ‘동일인’ 족쇄[포럼]

2024. 5. 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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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계가 개선을 간청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규제가 쿠팡의 특수 사정과 얽혀 복잡하게 흘러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실상 소유주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미국 국적인 상황에서 모기업이 미국 회사라는 점을 들어 자연인 김범석 대신 법인 쿠팡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지배구조 최상위의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해 연결재무제표 중심으로 기업이 평가될 수 있도록 개선해 달라는 기업계의 간청에는 냉담했던 공정위는 법인 쿠팡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차별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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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명예교수

기업계가 개선을 간청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규제가 쿠팡의 특수 사정과 얽혀 복잡하게 흘러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실상 소유주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미국 국적인 상황에서 모기업이 미국 회사라는 점을 들어 자연인 김범석 대신 법인 쿠팡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지배구조 최상위의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해 연결재무제표 중심으로 기업이 평가될 수 있도록 개선해 달라는 기업계의 간청에는 냉담했던 공정위는 법인 쿠팡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차별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공정거래법으로 불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1980년에 제정됐는데, 미국의 공정거래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처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기업결합 제한 △부당한 공동행위 제한 △불공정 거래행위 금지 등 공정거래 질서 유지가 목표였다. 1986년 개정에서 동일인 개념을 도입했는데, 그 이유로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에 대해 다른 회사 출자를 제한하고 회사 간의 상호출자를 금지해 기업으로 하여금 무리한 확충보다는 내실 있는 성장에 주력하도록 유도함’을 꼽았다. 동일인에 대한 가혹한 규제가 근 40년 계속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은 대폭 줄었다.

한편, 회계를 비롯한 금융규제는 국제표준에 맞춘다며 지나칠 정도로 강화했다. 유럽이 주도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2010년부터 도입했는데 미국·일본은 아직도 미도입 상태다. IFRS는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여서 기업집단의 재무와 손익 상황에 대한 보고가 충실하다.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연결재무제표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동일인 중심으로 따로 조사한다는 공정위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이 가만히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공정위는 기업 투명성의 개선 성과를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 공정위 스스로 사외이사가 지배하는 회사를 원칙적으로 계열회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의 활성화와 외부회계감사 강화의 성과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공정위의 16일 자 정책브리핑은 미국의 연결납세제도가 피라미드식 기업집단 체제를 개혁했다고 주장한다. 연결납세제도는 우리나라 법인세법에도 규정돼 있지만, 다른 나라와는 달리 100% 완전지배회사에 대해서만 허용한다. 연결납세제도는 조직 형태가 사업부나 자회사 여부와 상관없이 법인세 부담이 동일한 장점이 있는데, 채택국 대부분이 회계상 연결 범위에 포함되면 연결납세 선택을 허용한다. 연결납세에 대한 완전지배 제한을 풀면 미국의 연결납세 개혁 성과를 우리도 쉽게 달성할 수 있다.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정하다 보니 불필요한 혼란도 있다. 동일인 기준의 자산 상위 5개 그룹은 삼성·SK·현대자동차·LG·포스코 순인데, 총수의 개인 보유주식 순위는 1위 삼성 이재용, 4위 현대차 정의선, 6위 하이브 방시혁, 8위 SK 최태원, 10위 LG 구광모 순이다. 이는 가족 보유 주식을 제외한 총수 개인 주식으로, 최근 상속받은 경우는 보유 주식 순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총수가 적은 주식으로 기업집단을 지배한다고 오해할 여지가 다분하다. 공정위는 기업 지배구조 및 회계 투명성 개선 성과를 공정히 평가해 대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동일인 규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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