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신 IT 전환… 특성화고 생존 ‘안간힘’

박성훈 기자 2024. 5. 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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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업 역군을 키워내기 위해 설립된 특성화고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교육과정이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고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자 교육부는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가 학과를 신설·변경할 경우 학급당 3억7500만 원씩 지원하는 등 학교가 산업계 수요에 맞춘 교과과정을 확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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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재학생 45% 급감
4차산업에 맞춰 학과 재구조화
교육부, 학급당 3.75억 지원해
2016년부터 670개교 개편 도와
“교원 교육제도·교재 확보 시급”

의정부=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우리나라 산업 역군을 키워내기 위해 설립된 특성화고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교육과정이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고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어서다. 학생 수마저 급감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학교들은 교육 과정을 취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속속 개편하고 있다.

17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경기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에 자리한 안산공업고는 최근 화학공업과를 스마트화학공업과로, 디자인과를 콘텐츠디자인과로, 컴퓨터과를 소프트웨어콘텐츠개발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91년 창설된 안산공고는 인근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등 주요 산업현장에서 활약할 인재를 길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산업 구조가 전통 제조업에서 4차 산업으로 빠르게 변하자 학과 재구조화를 단행하기로 했다.

의정부시 가능동에 있는 경민IT고는 의료정보화시스템과를 스마트의료과로, 정보통신과를 의료빅데이터과로, 디지털미디어과를 의료콘텐츠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경기도교육청과 협의하고 있다. 병원에 취업할 간호사나 원무를 맡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이 학교는 지난 2015년 교명을 경민정보산업고에서 현재 이름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처럼 올 들어 도교육청과 학과 변경을 논의 중인 특성화고는 13개교에 달한다.

특성화고가 학과 개편에 나서는 이유는 시대 변화에 뒤처진 교육과정 탓에 취업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지원자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10년간 특성화고 학생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전국 특성화고 재학생은 487개교 17만5327명으로, 2013년(494개교 32만374명)보다 45.3% 감소했다. 전체 고등학생 감소율이 같은 기간 32.4%(189만3303명→127만8269명)였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가파르게 줄어드는 셈이다. 입학생 모집 과정에서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성화고가 폐교하거나 일반고로 전환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온 서울 성수공업고는 2021년 동대문구에 있는 휘경공업고와 통폐합이 결정되면서 지난 2월 폐교했다. 송파구에 자리한 덕수고는 지난 2022년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됐다. 제주에서는 특성화고인 제주고와 제주여자상업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자는 요구가 동문회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교육부는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가 학과를 신설·변경할 경우 학급당 3억7500만 원씩 지원하는 등 학교가 산업계 수요에 맞춘 교과과정을 확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학과를 개편한 직업계고는 670개교(998개 학과)에 달한다. 교육계에서는 변경된 학과에 맞는 수업을 진행할 교원 수급과 교재 확보 등 교과의 질을 보장할 만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덕효 의정부공업고 교감은 “학과가 폐지되면 교원이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기는 게 쉬워야 하고, 새로운 교육과정에 동참하고자 하는 교원이 있다면 이들이 교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제도를 갖춰야 하는데 아직은 그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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