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의 백세호흡⑤] 입호흡으로 발생하는 5가지 질병 톺아보기(上)

이태훈 이태훈한의원 대표원장 2024. 5. 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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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감정도 식게 만드는 입냄새의 근본적 원인은 코막힘
산소와 이산화탄소 대사 불균형으로 만성피로․수면장애 등도 유발

(시사저널=이태훈 이태훈한의원 대표원장)

"진정한 부(富)는 금과 은이 아니라 건강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이다. 건강은 이제 다가오는 백세시대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건강 상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신의 생각만으로 증상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뇌피셜'은 오히려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게 된다. 시사저널은 이태훈 이태훈한의원 대표원장의 기고를 통해 건강하게 백세시대를 맞이할 팁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누구나 한번쯤은 상대방의 입냄새(구취) 때문에 곤란한 적이 있을 것이다. 상대를 살피느라 눈치를 보게 되지만. 이 냄새의 역겨움은 연애하는 중에라도 예외일 수가 없다. 한창 감정이 무르익어 가는데 입을 열 때마다 쏟아지는 향기롭지 못한 냄새는 연인의 매력을 반감시키고도 남는다. 

가까운 거리에서 환자들의 코와 뇌를 치료하는 필자도 환자의 심한 악취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은 편이다. 본인의 입에서 시궁창 냄새가 난다며 내원하는 환자가 있을 정도니까.

숨길을 통해 공기량을 조절하는 코와 달리 입은 보조 호흡장치인 만큼 입호흡을 오래하게 되면 수면장애와 우울증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입냄새, 코가 막히셨군요!

심한 입냄새는 오래된 비부비동염(비염 축농증) 환자의 특징 중 하나다. 호흡과 면역분비물 배출 통로인 코의 숨길이 오랫동안 막혀 있게 되면 세균과 바이러스, 먼지, 동식물가루, 화학물질 등이 코 점막에 급만성염증을 일으켜 코 점막을 부풀게 만든다. 코 숨길은 더욱 좁아지고 분비액(코와 부비동을 청소하는 콧물과 부비동에서 배출되는 염증)의 정체까지 심해져 코 점막에는 광범위한 염증(비염)이 진행된다. 코가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좁아지면 드나드는 공기의 양의 감소로 인해 우리 몸은 두 가지 위험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첫째가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대사 불균형'이다. 산소는 적어지고(뇌저산소증) 이산화탄소는 많아지는(고탄산혈증) 것이다. 뇌의 산소부족 상태는 만성피로와 기억·집중력 저하, 우울, 수면장애 등을 유발한다. 장기적으로는 만성피로증후군, 대사증후군, 심뇌혈관질환, 중풍, 치매, 파킨슨병,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의 과잉은 뇌혈관의 압력 증가로 이어지고, 뇌압이 증가되면서 아침두통, 구토, 고혈압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둘째가 '호흡 저항의 증가'다. 숨을 쉴 때 적당한 저항은 호흡에 유리하다. 빨대를 이용해 음료수 마실 때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워진다. 적당한 크기의 빨대로 빠르게 당겨서 입 안으로 들어가면 천천히 조절해서 들이킬 수 있는 것이다. 구경이 작은 빨대를 사용하면 잘 당겨지지 않아서 우리를 짜증나게 만든다. 코도 마찬가지다. 코 입구에서 약 2cm되는 곳, 콧볼(비밸브)로 들어가는 공기의 속도는 초속 18m 정도로 빠르지만, 코 안(비전정)에서는 초속 6m로 줄어든다. 이러한 공기량 조절 장치, 즉 공기 저항조절 장치가 바로 '코 숨길'이다. '코=공기빨대'다.

이 공기빨대 중 어딘가가 좁아지면 호흡저항이 심해져 숨 쉬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호흡은 음식물 섭취처럼 '천천히'가 안 통하는 성질 급한 메커니즘이다. 음식에는 기호식품이 있을 수 있지만 호흡에는 좋고 나쁨의 선택지가 거의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숨은 쉬어야 한다. 그것도 3분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숨을 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숨이 막히면 죽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려워지면 코를 대신할 또 다른 통로를 즉시 찾아내야하는데 그곳이 '입'이다. '입=보조 호흡장치'인 것이다.    

심한 입냄새는 오래된 비부비동염(비염 축농증) 환자의 특징 중 하나다. ⓒ이태훈한의원 제공

코의 호흡저항이 입 호흡을 부른다

입의 주된 업무는 먹고, 마시며, 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입술과 치아, 잇몸, 혀, 구강점막, 편도선, 연구개 등의 장치들이 정교하게 구비되면 무려 168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다 가신 아제르바이잔의 쉬렐리(1805-1973) 어르신의 '입'처럼 그렇게 훌륭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시사저널 1월15일자 '[이태훈의 백세호흡②] 폐활량이 큰 사람이 장수한다' 기사 참조).

입은 매우 정교한데다 내구성까지 뛰어난 장치지만 유독 한 가지 일만 시키면 비명을 지른다. '호흡', 즉 숨 쉬는 일이다. 혹자는 "코로 숨을 쉬는 것이나 입으로 그러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다"면서 필자와 같은 의료인들을 장사꾼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 호흡과 입 호흡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코 호흡은 건강, 입 호흡은 질병'이라고 정의할 만큼의.

세균과 바이러스, 화학물질 등 병원성 이물질이 숨을 곳이 너무 많은 게 '입'이다. 영구치 기준 약 28개에 이르는 치아의 틈새와 잇몸, 음식물을 이동시키고 맛을 보는 폴립유두(fungiform papillae)로 가득 덮여있는 혀, 소화액과 윤활액이 넘쳐흐르는 넓은 입안 점막, 목구멍에 떡 버티고 서있는 편도선, 코로 음식물들이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연구개(soft palate) 등 병원성 미생물들이 숨바꼭질하기 좋은 구조물들로 꽉 차있다. 먹고, 마셔서 생기는 음식물 찌꺼기에다 입호흡 때 들어오는 먼지와 세균, 바이러스, 각종 화학물질, 동식물가루 등이 더해지면 입 안은 난장판으로 변한다.

오염된 유기물이 많은 환경을 좋아하는 병원성미생물들이 증가하면 배설물(인간의 대소변이나 땀 등에 해당)도 대량으로 내뿜는데 이때의 역겨운 냄새가 '입냄새'이며, 이 냄새의 주인공이 바로 '황화수소' 등의 화학물질이다. '세균의 폭발적인 증가=배설물의 증가=냄새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구강청정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심한 입마름은 입호흡의 증거

흡입한 공기가 코 숨길을 통과하는 0.25초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코 입구에서 0%에 가까웠던 공기의 습도가 코 뒷벽에 닿는 순간에는 약 80%까지 높아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코=순간가습기'라는 말이다. 코는 5개의 동맥과 거대한 정맥동이 존재하는 혈관의 바다다. 이 엄청난 에너지와 수분의 공급원이 되는 이 바다는 우리가 코로 숨만 쉬기만 한다면 폐 입구 도달 기준 습도 100%를 달성하기 위한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입은 1차 소화기관으로써 음식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장기라서 맛과 촉감, 씹음을 통해서 음식물의 위험도, 소화가능성 유무, 심지어는 행복감까지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 부위다. 넓은 점막 부위와 침 등의 분비물들이 있지만 코처럼 순간 습기조절장치로는 부적합하다. 입으로 숨을 쉬면 낮에는 입의 건조감을 해소하기 위해 음료수를 자주 섭취하고 침 분비량을 증가시켜 버텨보지만 밤에는 이 모든 행위가 멈춰버린다.

하지만 좁아진 코는 밤이라고 넓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호흡량의 감소로 더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 수면 중의 무호흡이나 상기도저항증후군으로 진행 중인 분들의 경우 '자다가 입이 말라서 깬다'거나 '입이 쓰다'는 증상을 호소한다. 심지어는 입술이 건조하다 못해 마른 골짜기가 형성되면서 껍질이 일어나는 등의 문제가 생겨난다. '입마름=입호흡'의 증거인 것이다.

다음 편 '입호흡으로 발생하는 질병 5가지(下)'에서는 입호흡이 구강내 질환 5가지와 폐기관지에서 전신질환으로 진행되는 질환 5가지로 진행되는 절대적인 원인임을 설명하려 한다.

이태훈 이태훈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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