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민주당, 尹정부와 달리 민심 경청하고 양방향 소통해야”

이원석·변문우 기자 2024. 5. 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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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文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지낸 박수현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尹, 여전히 국민 탓하며 변화 없어…정진석, ‘엄혹한 민심’ 전달해야”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선출, 明心 반발 아니나 당선자들 판단 있었을 것”

(시사저널=이원석·변문우 기자)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지난 4·10 총선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후보(현 대통령비서실장)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19대 의원을 지낸 이후 8년 만에 국회 복귀를 이뤄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만 세 번째 맞대결이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비롯해 당 대변인,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을 두루 지내며 '소통의 정치'를 강조해온 박 당선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소속당인 민주당 내 상황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5월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들어봤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5월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부지런함'이 총선 승리 이유"

8년 만에 국회에 복귀하게 됐다. 소감은. 

"당장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컸다. 민심의 심판이 굉장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를 비롯한 민주당이 저 의석으로도 잘못하면 2년 후 지방선거나 대선에서 반대로 민심이 무서운 심판을 할 수 있고, 거기에 내가 포함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었다."

경쟁자였던 정진석 의원과의 세 번째 대결에서 결국 승리했다. 왜 유권자들이 더 많은 지지를 해줬다고 보나.

"많은 재주를 가진 정치인은 아니지만, 박수현의 부지런함에 대해선 지역구에서 다 안다. 정진석 의원이 중진 다선이고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냈고, 공주가 윤 대통령 부친의 고향이고 지역의 기본적 정치성향도 정당 지지율 차이가 20% 정도 날 정도로 보수세가 강하지만,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자신의 성향이나 선호 정당을 떠나 '저렇게 부지런한 정치인을 어떻게 안 뽑아줄 수 있겠는가'라는 심정으로 저를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 의원은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됐는데. 

"정진석 비서실장 인선에 대해 야당에서도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 의아하신 분도 많다. 그러나 저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훌륭한 분이 졌다는 것은 '민심의 심판'을 충분히 세게 받았다는 것인데 그런 만큼 정 비서실장도 민심이 무엇인지 충분히 체감했을 것으로 본다. 이 민심을 대통령에게 과감히 전달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 비서실장의 역할은 어떻게 평가하나.

"윤 대통령이 민심과 호흡할 수 있도록 (윤 대통령의 태도와 국정 기조를) 바꾸는 역할을 함으로써 야당으로부터 받았던 냉혹한 평가를 (정 비서실장) 스스로 증명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아직까진 잘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대통령이 영수회담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도 가졌는데, 아직 대통령의 변화를 국민들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엄혹한 민심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본다."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윤 대통령은 1년9개월 만에 연 기자회견에서 '국정 방향은 옳지만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결과적으로 오만하게 본인 탓이 아닌 국민 탓을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 문제, 채 상병 특검 등에 대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지 않나. 거기에 국민들도 기대를 접고 취임 2주년 역대 최저 지지율로 이어진 것이라고 본다."

아직 남은 임기가 상당한데,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앞으로도 국정 운영을 확 주도할 수준의 지지율은 기록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22대 국회도 심각하게 경색된 여야 관계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을 향해 친명(親이재명) 일색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결국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야당도 '총선 심판에서 끝내면 안 되고 (정권심판론 흐름이) 22대 국회에도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강력한 원내지도부를 꾸린 것 아니겠나. 앞으로 22대 국회가 심히 걱정된다."

궁극적으로 왜 윤 대통령과 정부가 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나.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왜 총선에서 본인이 심판받았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에 대한 104세 김형석 연세대 교수의 평가처럼 '정치 철학과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올곧은 검사 출신으로서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결국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았다. 국민들을 이해하려는 포용력도 없었다. 오로지 유죄냐 무죄냐 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스타일이 본인도 불행하게 만들고 국회도 경색 국면으로 가게 만든 것이다."

세 번째 맞대결로 만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10 총선 유세 도중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화 없는 尹대통령 때문에 이재명 연임 필요" 

국회의장 경선에서 우원식 후보가 추미애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다. 결과를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저도 깜짝 놀랐다. 주변 당선자들도 다 놀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누가 추미애는 개혁적이고, 우원식은 반(反)개혁적이라고 전제를 했나. 그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두 분 다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지금까지 온 당내 대표적인 개혁주의자들이고, 잘못된 여당을 상대로 강하게 싸워왔던 분들이다. 두 사람 다 당선될 자격이 있었기에 놀랄 일은 아니다."

추 후보 유력설이 파다하면서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의중) 논란도 불거졌는데. 명심에 대한 반발이라고 볼 수도 있을까.

"어떤 역풍이나 반발은 아니라고 본다. 명심이라는 게 실제로 있었다면,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친명이라 하니 국회의장마저도 친명이어서 되겠냐는 뜻으로 조정을 했다는 건데 그 진심을 이해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자연스럽게 당선자들 판단에 맡겨줬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은 든다. 말했듯이 두 후보 다 개혁적이라는 점에서는 서로 앞서거나 뒤처질 수 없는 분들인데, 누가 더 개혁적이라고 전제한 게 무의미했다. 여태 다 지켜본 당선자들이 가장 잘 안다. 현재 구도에서 어떤 선택이 더 도움이 될까 하는 것을 당선자들이 판단했다고 본다."

우 후보도 친명계로 분류되며 여전히 친명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는 존재하는데.

"당 구성원을 '친명이냐 비명이냐'로 구분하는 것은 그만하면 좋겠다. 우리 당 대표가 이 대표인데 구분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저도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국민소통수석을 지냈지만, 친명이다.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 이 대표 연임 얘기가 나오는데 저도 이 대표를 재선임해야 한다고 본다. 말했듯이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에 강한 리더십을 가진 야당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생긴 것이다. 저 역시 그런 상황에서 이재명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 동의하는 것이다."

국회의장 선출 과정에서 탈(脫)중립 논란이 일면서 일방적인 의회 운영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당내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당내에선 당원들의 선택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당내 전략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도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지냈지만, 시스템상 일방적인 운영은 가능하지 않다. 의장의 기본적인 역할은 원내 정당의 이견을 조율시키는 것이지 어떤 사안에 대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장보다는 양당의 원내지도부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국회 운영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경색 국회를 풀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총선 과정에서 노출됐던 계파 간 갈등은 봉합됐다고 보나.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저는 스스로 항상 '계파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강조해 왔다. 만약 제게 계파가 있다면 '친민(親민심+민주당)'이라고 하겠다. 이미 정당사에서 계파가 없어진 지 오래됐다고 본다. 지금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당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 우리가 할 일만 해야 한다. 계파 대신 개인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차이조차 없다면 민주정당이 아니다. 당대표는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당원 응집·변화의 동력을 만들어갈 책임이 있는 만큼 앞으로 지켜보면 될 것이라 본다."

민주당이 다음 지방선거, 대선 등에서도 지지를 받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민주당이 하는 일들을 국민들과 잘 소통해서 지지 폭을 더 넓혀가야 한다. 국민들에게 정책 등을 잘 설명하고, 언론을 통해 민심을 경청하며 수정하는 '피드백 환류(還流) 시스템'을 가장 잘했으면 좋겠다. 일방적 홍보에 그치지 않고 양방향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그걸 못한다고 비판받고 있지 않나. 반대로 민주당이 그런 부분들을 잘해서 '정부가 일하는데 왜 발목을 잡냐'는 소위 '발목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 

박수현 국회의원 당선자 ⓒ시사저널 이종현

"정치권, 품격 있는 말로 경쟁해야"

22대 국회에서 남기고 싶은 성과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자 지역의 대표라는 두 가지 위치가 있다. 먼저 국민의 대표로서는 양극화되고 혐오적으로 변한 중앙정치를 바꾸고 싶다. 총선 기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정치뉴스만 나오면 TV 전원을 끈다는 얘기였다.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쌈박질 좀 하지 말아라'다. 지금의 국회는 서로 자기주장만 하면서 대화와 타협이 작동하지 않는 식물국회가 됐다. 경쟁하려면 몸이 아닌 말로 싸워야 한다. 품격 있는 말로 치열하게 경쟁하면 국민들도 다시 TV를 켜지 않겠나. 저도 '국회를 빛낸 바른언어상'과 '백봉신사상'을 수상한 경력으로 품격 있는 논리적 경쟁을 선보이면서 국민들이 'TV 켜는 정치'를 복원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지역의 대표로서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수도권 규제'와 '농촌 회복' 문제를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다. 이명박 정권부터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으로 돌변하면서 지방소멸이 더욱 심해졌다. 수도권은 터져 죽고 비수도권은 말라 죽으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수도권 규제 정책으로 돌아가 지방에 온기가 돌게 해야 한다. 여기에 농촌 붕괴도 심각하다. 농업인 교육 현장에 가보면 농민 평균연령이 70대 이상이다. 결국 농사지을 농민도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메가시티 등의 정책도 농촌이 붕괴되면 사상누각이 된다. 그래서 농촌문제에 저의 모든 의정활동을 쏟아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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