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가 최후 맞은 스위스 마을이 미·중 스파이 전쟁 최전선 됐던 이유는?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4. 5. 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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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고전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명탐정 셜록 홈즈가 숙적 모리어티 교수와 싸우다 최후를 맞은 '운터바흐' 계곡이 보이는 스위스의 유명 관광지 마이링겐의 한 호텔이 한때 미중패권전쟁의 최전선에 놓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스위스에 첨단 스텔스기 F-35를 마이링겐 공군기지에 배치하기 전에 공군기지에서 불과 350여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호텔을 소유한 중국인 일가가 퇴거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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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운터바흐’ 계곡 120년 넘은 호텔
2018년 중국인 가족이 사들여 운영
호텔 300여미터 옆 스위스 공군기지 위치
F-35 배치 문제 두고 美 정부 보안 지적
현지 경찰, 중국인 소유주 심문 나서기도
올해 1월 스위스군이 호텔 사들여 해결
추리소설의 고전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명탐정 셜록 홈즈가 숙적 모리어티 교수와 싸우다 최후를 맞은 ‘운터바흐’ 계곡이 보이는 스위스의 유명 관광지 마이링겐의 ‘호텔 뢰슬리’ 전경. [출처=구글 지도]
추리소설의 고전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명탐정 셜록 홈즈가 숙적 모리어티 교수와 싸우다 최후를 맞은 ‘운터바흐’ 계곡이 보이는 스위스의 유명 관광지 마이링겐의 한 호텔이 한때 미중패권전쟁의 최전선에 놓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스위스에 첨단 스텔스기 F-35를 마이링겐 공군기지에 배치하기 전에 공군기지에서 불과 350여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호텔을 소유한 중국인 일가가 퇴거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앞서 2018년 스스로 중국 외교관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중국인 왕진과 그 부인은 1903년에 지어진 객실 8개의 낡은 호텔인 ‘호텔 뢰슬리(Hotel Rossli)’를 아들 왕다웨이의 명의로 구입했다.

문제는 스위스군이 F-35를 오는 2028년까지 여러 대를 마이링겐 공군기지에 배치하기로 결정하고 나서부터 발생했다. WSJ에 따르면 해당 공군기지 활주로는 별도의 울타리도 없이 평소 인근 목장의 소 떼가 활주로를 횡단할 정도로 보안 시설이 부족하다. 활주로가 호텔과 떨어진 거리는 불과 200~300여 미터에 불과하다.

구글어스로 바라본 스위스 중부 마이링겐 공군기지와 중국인 소유주로 인해 보안 문제가 불거진 ‘호텔 뢰슬리’(빨간점)가 300여미터 떨어져 있다. [출처=구글어스]
WSJ는 “미국과 영국의 관리들은 호텔을 가르켜 미·중 간 스파이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중국 정보기관에게 이상적인 감시 초소를 제공해 왔다고 주장했다”며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초음속 스텔스 전투기 F-35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지난해 여름 스위스 연방경찰은 왕씨 부부와 그들의 27세 아들 왕다웨이를 소환해 심문을 진행했다. 현재 호텔을 폐쇄한 채 중국에 머물고 있는 왕씨 부부는 자신들이 호텔에서 마을을 찾는 방문객 외에는 하이킹 코스나 케이블카 탑승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당국은 미국의 안보 위협에 대한 문제 제기를 평가하기 위해 1년여의 시간을 들였고, 최종적으로 미국이 F-35 배치를 위해 내건 조건인 왕씨 부부의 퇴거를 받아들였다.

스위스군의 최신 스텔스기 F-35의 중국 스파이 보안 문제가 제기된 마이링겐 공군기지에서 스위스 공군기가 이동하는 모습. [출처=구글지도]
그러나 WSJ는 스위스 현지 주민들은 미국의 이 같은 문제 제기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적 에글리 마이링겐 마을 행정관은 WSJ에 “스위스군의 첫 F-35는 2028년까진 배치될 예정이 아니었고, 그간 한 두번의 이착륙만 있었다. 중국의 F-35 스파이 시도가 광범위한 나머지 전투기가 도착하기 10년 전에 평범해 보이는 가족이 낡은 호텔을 구입할 정도인가?”라고 반문했다.

중국인 부부의 아들인 왕다웨이는 스위스 현지 매체에 호텔의 운영 정상화 허가만 받는다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스파이 논란이 제기된 스위스 마이링겐 ‘호텔 뢰슬리’ 인근에서 보이는 ‘운터바흐’ 계곡. [사진=구글지도]
한편 스위스 연방정보국은 WSJ에 중국이 러시아보다 스위스에 민간인으로 위장된 스파이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당국은 “그들은 주로 학자, 언론인, 사업가로 위장해 활동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주재 미국 대사관은 해당 호텔이 미국의 보안 요구 조치가 세간에 알려지는 것과 동시에 문을 닫았다고 덧붙였다.

호텔 뢰슬리에선 왕씨 부부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중국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이웃집 노인이 배관이 얼지 않도록 난방 등을 손봐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그럼에도 미국 측은 스위스에 지속적인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결국 올해 1월 스위스군이 해당 호텔을 사들며 새로운 주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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