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 테니스 선수 그리고 발명가… 세계 최초 ‘폴로 셔츠’ 브랜드 라코스테의 90여년

최보윤 기자 2024. 5. 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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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부티크 BRAND ANALYSIS]
라코스테 LACOSTE

‘라코스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신의 대답은 어떠한가. 패션 브랜드? 맞는 얘기다. 물론 정답이기도 하지만 100% 완벽한 답변은 아니다. 1933년 탄생한 프랑스 패션 하우스이자 지난해 90주년을 맞이해 전 세계를 돌며 글로벌 캠페인을 선보인 유서 깊은 브랜드다. 여기서부터 당신의 지식을 한 단계 더 높여줄 O, X 퀴즈 5문항!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왼쪽부터) 브랜드 최초의 악어 심볼. 르네 라코스테의 친구이자 스타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버트 조지(Robert George)가 1927년 처음으로 디자인했다. 라코스테의 악어 자수 로고.

① 라코스테는 세계 랭킹 1위 테니스 선수다.

② 라코스테는 발명가다.

③ 라코스테는 세계 최초 폴로 셔츠 브랜드다.

④ 라코스테는 패션 업계 사상 처음으로 로고를 셔츠에 단 브랜드다.

⑤ 프랑스 파리 패션 위크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다.

라코스테의 창립자인 르네 라코스테. 1920년대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발명가 그리고 당대의 패션 아이콘이었다.

▷정답은?

우선 ①에 대한 설명에 앞서 ②를 보자면, 패션을 몰라도 테니스에 관심 있는 이라면 라코스테에 대해 줄줄 읊을 수도 있다. 1933년 라코스테 브랜드를 창립한 프랑스 출신 르네 라코스테(1904~1996)가 1920년대 세계 테니스계를 제패한 테니스 스타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까지는 잘 모르더라도 현재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이자 상당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노박 조코비치가 매번 입고 등장하는 브랜드가 바로 라코스테다. 라코스테는 2017년부터 노박 조코비치와는 후원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라코스테는 생전 “자신감, 끈기, 대담함, 이러한 무기들을 갖춘 사람은 각자의 삶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일과 우아함이 없다면 경기와 우승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강조한 바 있다. 라코스테가 보여준 삶의 궤적을 따라 정답을 탐구해보자.

◇라코스테는 세계 랭킹 1위 테니스 선수다? 0(Yes!)

190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라코스테는 15살 때 테니스에 입문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한 선수로 꼽힌다. 상대 선수의 강점과 약점을 기록하는 노트를 항상 가지고 다녔고, 식단 관리에도 철저했다.

폴로 셔츠를 입고 테니스 코트 위를 누비는 르네 라코스테.

그의 모토는 “가능한 한 완벽해지겠다”. 타고난 재능에 과학적 접근이 더해지면서 세계 최고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상대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패싱 샷(상대가 네트 가까이에 있을 때 치는 샷)과 로브(lob·상대 손이 닿지 않는 머리 위로 공을 높이쳐 베이스라인을 향해 공을 깊숙히 띄우는 것)로 상대를 격파하곤 했다. 끈질긴 압박에 ‘악어’란 별명이 붙었다. 이는 1923년 라코스테가 미국 데이비스 컵 경기를 앞두고 상점 쇼윈도에 있는 우아한 악어 가방에 매혹되자, 코치가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악어 여행가방을 선물하겠다고 한 데서 기인했다. 경기에선 패했지만 그의 집중력과 저돌적인 경기 스타일에 반한 팬들이 상당했다. 당시 언론은 “불사조와 같은 에너지, 거칠 것 없는 강인함, 철두철미한 경기 운영 능력과 함께 냉철함”을 겸비한 선수라고 칭송했다. 한 미국 기자가 그에게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악어’라고 칭하면서 라코스테는 코트 위의 악어로 통했다.

1925년 프랑스 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윔블던(1925, 1928), 미국 내셔널 챔피언십(1926, 1927) 등 7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는 등 선수로서도 눈부신 업적을 이뤘다. 특히 1926년엔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1920년대 프랑스에 테니스 붐을 일으킨 주역으로 꼽힌다. 그와 함께 4총사(Four Musketeers)로 불린 앙리 코쉐, 장 보로트라, 자크 브루농이 1927년과 1928년 미국 데이비스 컵에서 우승했다.

◇라코스테는 발명가다? 0(Yes!)

사실 ②번을 알게 되면 ③④의 답도 저절로 해결 된다. 뛰어난 테니스 선수이자 과학적인 연구로 경기력을 향상시키려 했던 그는 스스로 도구를 발명하기에 이른다. 현재 테니스 마니아들이 사용하는 많은 제품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발명한 볼 머신을 작동시키고 있는 르네 라코스테.

대표적인 것은 1927년 탄생시킨 최초의 테니스 공 기계(볼 머신). 당시 프랑스 신문 파리 수아르(paris soire)는 이에 대해 “기관총과 비슷하지만, 치명적인 총알을 분사하는 대신 작동하는 사람의 욕구에 따라 원하는 속도, 길이, 높이, 방향으로 테니스 공을 발사한다”고 묘사했다. 이 제품은 1930년대 초 볼 머신의 유용함을 알아챈 영국 던롭사와 계약해 다양한 세대의 테니스 선수들을 훈련시켰다.

요즘 사람들이 ‘폴로 셔츠’라 말하는 반팔 형태의 폴로 (티)셔츠 역시 그가 고안해냈다. 1920년대 테니스 의상은 긴 소매 셔츠에 주름 잡힌 바지, 허리 벨트를 하는 게 일종의 ‘유니폼’이었다. 이를 불편하게 여긴 라코스테는 긴팔을 반팔 셔츠로 만들어 경기력을 높였다. 특히 미국땅의 더운 열기로 땀과 사투를 벌이는 데엔 반팔로 응수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대신 품격있고, 우아함을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몸에 잘 맞게 디자인했다.

라코스테가 테니스계를 발칵 뒤집으며 ‘발명가’로 다시 한 번 칭송을 받은 건 세계 최초의 금속 철제 라켓을 선보이면서다. 처음부터 라켓 손잡이를 조각하고 수술용 테이프를 덮는 등 그립감(채를 잡는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하게 연구했던 그는 나무 소재(우드) 라켓을 철제(스틸)로 제작했다. 이전에는 프레임과 그립이 하나로 된 일체형으로, 목재 특성상 구부러지거나 뒤틀리는 문제가 생기곤 했다. 그는 1961년 3월 30일 ‘스틸 프레임에 줄을 고정하는 시스템’이라는 제목의 특허 L.38.607를 냈다. 기존의 라켓과는 무게 중심 면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났고, 공기역학을 고려했을 뿐만 아니라 잡기 편하게 제작됐다. 스틸 라켓은 윌슨사와 특허권 협약을 맺었다. 윌슨사를 통해 T2000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스틸 라켓은 10년 동안 6만 점이나 판매되는 등 대성공했다. 르네 라코스테는 평생 30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하며 혁신을 거듭했다.

◇세계 최초 폴로 브랜드다? 0(Yes!) 라코스테는 패션 업계 사상 처음으로 로고를 셔츠에 단 브랜드다? 0(Yes!)

라코스테는 1927년 그의 친구이자 스타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버트 조지에게 그의 별명인 악어를 디자인해달라고 부탁했고, 이를 블레이저(재킷)와 폴로 셔츠 등에 수놓았다. 세계 최초이자 가장 유명한 심볼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 계기다.

라코스테의 폴로 셔츠. 세련된 스타일에 기술적 전문성, 편안함까지 접목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라코스테 제공

폴로 셔츠하면 브랜드 폴로를 떠올리곤 하지만, 대중들이 아는 미국의 폴로는 라코스테보다 30년도 더 늦게 만들어졌다. 라코스테는 은퇴 뒤인 1933년 프랑스의 대표적인 양말 제조업체인 앙드레 질리에와 협력하여 통기성이 좋은 피케 소재의 원단을 사용해 움직임이 편한 화이트 폴로 셔츠 L.12.12.를 고안했다.

이후 테니스 선수였던 프랑스의 프레드 페리가 1951년 그와 비슷하게 자신만의 로고를 새긴 폴로 셔츠를 선보였고, 그 이후인 1967년 미국의 랄프 로렌이 폴로를 새긴 폴로 셔츠를 내놓으면서 폴로 셔츠는 일종의 ‘프레피룩(사립학교 교복 같이 단정하면서도 멋스러운 캐주얼 의상)의 상징이 됐다.

라코스테의 경우 현재 폴로 셔츠만 매년 전 세계에서 1000만 장 이상을 판매한다. 클래식 핏(기본 스트레이트·스탠다드·1933년에 탄생한 오리지널 폴로 셔츠), 슬림 핏(단추 3개), 프렌치 레귤러 핏(단추 2개로 스탠다드와 동일하지만 길이가 스탠다드에 비해 짧음)으로 나뉜다. 프렌치 레귤러 핏의 경우 아시아의 중심인 한국인 소비자를 타깃해 개발된 핏으로, 한국인에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바디 및 소매 기장을 구현한다.

라코스테의 폴로 셔츠는 40여개의 베이직 컬러를 바탕으로 매 시즌 업데이트 되는 풍부한 컬러 팔레트를 선보인다.

◇프랑스 파리 패션 위크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다. 0(Yes!)

라코스테는 전 세계에서 ‘라코스테는 테니스, 테니스는 라코스테’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세계 최고 테니스 웨어로 인식됐지만, 패션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다.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는 할리우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젊은 시절 특히 자주 입는 브랜드였고, 폴뉴먼과 스티브 맥퀸 등 1960~1970년대를 풍미한 톱 배우들이 선호했다. 이후 라코스테 폴로 셔츠가 스포츠 유니폼뿐만 아니라 섹시하면서도 청량한 남성미를 부각하는 패션 의류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된다. 그 외에도 미국의 존F.케네디, 오드리 헵번부터 할리우드 스타 애드리안 브로디, 줄리안 무어, 패럴 윌리엄스, 브루노 마스, 저스틴 비버, 리한나, 벨라 하디드 등이 선택하는 ‘타임리스 클래식 & 에센셜’ 아이템이다.

라코스테는 파리 패션 위크에서도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엔 브랜드 최초로 프랑스 오픈이 열리는 롤랑 가로스에서 쇼를 열어 화제가 됐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라지아 콜로투로스는 브랜드 창립자이자 레전드 테니스 선수인 르네 라코스테에 대한 강한 오마주로 눈길을 끌었다. 악어를 디자인 요소로 이용하는가 하면, 폴로와 플리츠 등 스포츠 요소를 디자인에 응용해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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