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진욱, ‘색채 마법사’ 웨스 앤더슨 감독 왜 만났을까.

최보윤 기자 2024. 5. 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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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00주년 기념 캠페인’
웨스 앤더슨 감독 직접 주연, 감독한 3분 10초짜리 캠페인 영상 화제
가장 완벽한 단편 영화” “미학과 미학의 빅뱅” 찬사 쏟아져
몽블랑 마크 메이커 이진욱과 웨스 앤더슨 만남도 화제
몽블랑이 마이스터스튁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카데미 어워드 수상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웨스 앤더슨(Wes Anderson)과 파트너십을 맺고 제작한 글로벌 캠페인. 한국 배우 이진욱, 영국 배우 루퍼트 프렌드, 미국 배우 제이슨 슈왈츠먼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캠페인 시리즈에 참여했다. /몽블랑 제공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가장 극적으로 극복하는 둘을 뽑으라면 아마 이들일 것이다.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몽블랑의 ‘걸작’ 마이스터스튁 펜과 ‘색채의 마법사’ 웨스 앤더슨 감독이 선보인 영화들이다. 전자는 펜이라는 일상적인 소도구를 수만 시간의 연구와 장인들의 섬세한 디자인을 통해 인생에서 특히 의미 있는 순간에 빠질 수 없는 동반자로 격상시켰고, 후자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애스터로이드 시티’ 등을 통해 독특한 세계관과 손댈 수 없이 완벽한 미장센으로 아트버스터(예술영화+블록버스터)의 세계를 구축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유행시킨 문구를 빌리자면, 완벽주의 제작자가 자신의 취향을 넘어 수용자의 미감(美感)까지 고려해 ‘명징하게 직조’해낸 작품들이라고 할까.

이 둘의 만남은 또 다른 ‘아트버스터’를 탄생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니, 굳이 조어를 만들어낸다면 ‘커머셜버스터(commercial-buster)’일 수도 있겠다. 그가 1일 전 세계에 공개한 3분 10초짜리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00주년 기념 캠페인’ 영상은 각종 팬들로부터 “가장 완벽한 단편 영화” “지금까지 본 가장 위대한 광고” “미학과 미학의 빅뱅” “10점 만점에 10점” 등 찬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00년 브랜드 역사를 3분 만에 표현해내는 PT로는 이보다 더 나은 작품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경제매체 패스트 컴퍼니는 “웨스 앤더슨이 그간 프라다(패션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맥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신용카드) 등 글로벌 회사와 광고 작업을 통해 숱한 화제를 일으켰음에도 이 광고는 그 중에서도 걸작”이라면서 “마이스터스튁(Meisterstück·독일어로 걸작이라는 뜻)의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가장 최고의 작업”이라고 밝혔다.

이달 1일 전 세계에 공개한 3분 10초짜리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00주년 기념 캠페인' 영상의 일부 장면. 감독 웨스 앤더슨, 그의 오랜 친구이자 배우인 루퍼트 프렌드, 제이슨 슈왈츠먼이 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미국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웨스 앤더슨은 그의 오랜 친구이자 배우인 루퍼트 프렌드, 제이슨 슈왈츠먼과 함께 몽블랑 산 꼭대기 정상을 밟은 뒤 그 옆에 위치한 몽블랑 본사로 향해 마이스터스튁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몽블랑 메종이 선보이는 가죽, 시계 제품 등 여러 분야를 연결성 있게 잇는다. 세 주인공은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끊는 듯하지만, 매우 부드럽게 다음 주제로 연결시키며 마이스터스튁 펜의 우아한 몸놀림 같은 필기감을 연상시킨다. 색채의 마법사답게 감독이자 스스로 주인공이 된 웨스 앤더슨 감독은 갈색, 주황색 등 고풍스러우면서도 완벽한 절제미가 돋보이는 대칭적 수직적 구도의 사무실과 ‘예술이 완성’되고 ‘모든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데스크(책상) 등을 넘나들며 ‘진짜 주인공’ 마이스터스튁과 몽블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테이프를 빨리 돌린 듯 기계적이지만 중간중간 들리는 특유의 자만적 웃음소리는 인간미를 극대화하고, 몽블랑의 제품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프레첼 같은 일상적인 말투들이 광고인지, 영화인지, 감독의 실생활인지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마치 새로운 영화의 예고편(메이킹 필름) 같기도 하고, 광고를 찍기 위해 연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짧아지는 턱수염에서부터 호흡까지 완벽하게 계산된 유머가 마이스터스튁이 탄생하기까지 수만 번의 고된 실험을 연상케 한다. 예술가의 풍모가 느껴지는 마이스터스튁의 수공예 골드닙(nib·펜촉)은 웨스 앤더슨과 그의 친구들이 선사하는 콧수염의 날렵함과 맞물리며 머릿속을 맴돈다.

영상에서 오프닝 장면의 산 배경은 눈 덮인 몽블랑 산 정상을 상징하는 회사 이름과 엠블럼을 나타내는 것이고, 이미지로 표현된 ‘고산 도서관과 집필실이 있는 몽블랑 산 관측소’는 이 브랜드의 최근 라이브러리 스피릿(The Library Spirit) 캠페인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이 캠페인은 영감을 주는 도서관의 영향력 그리고 글의 세계와 몽블랑과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데스크는 글쓰기와 창작이 마법처럼 전개되는 곳이다.

환상과 낭만을 오가며 가상마저도 ‘실재’하는 장소처럼 기어이 믿게 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은 이번엔 정말 산 정상에 촬영장을 세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베를린의 세트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동작부터 대사까지 미리 애니메이션으로 철저하게 계산한 뒤 카메라에 담는 감독답게, 이번 영상에서도 몽블랑 정상에서 몽블랑 사무실인 산장에 들어가는 10초 사이에 50번의 테이크가 필요했다. 3분여 찍는 데 이틀간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꼬박 할애했다.

과거 마이스터스튁 컬렉션 모델들. ①마이스터스튁 No. 35, 세이프티 펜, 1924 ②마이스터스튁 No. 139, 피스톤 필러, 1937 ③마이스터스튁 No. 149, 1952 ④마이스터스튁 No. 14, 피스톤 필러, 1960

이번 광고 캠페인이 놀라운 것은 웨스 앤더슨이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것에 더해 직접 디자인 제안까지 했기 때문. 1년 전 몽블랑 측이 광고 캠페인 제작을 제안했을 때, 이 재기 발랄한 천재는 자신이 담아내고자 하는 감각을 손바닥 사이즈 펜으로 구현해 브랜드 측에 역으로 선보였다. 그의 유능한 작법인 색감은 웨스 앤더슨이 디자인한 마이스터스튁 펜과 함께 그의 진녹색빛 의상과 노란색 배경 등을 포함해 영상 곳곳에 은은하게 녹아있다. 자연스레 신제품과 친해지게 하는 시각적 유희다.

그는 독일어로 ‘낙서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슈라이버링(영어로 스크리블러·scribbler·작가, 저자 등)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영상이 공개된 뒤 수많은 팬은 그가 선보인 몽블랑 ‘펜의 팬’이 되었다. 웨스 앤더슨 감독 출생연도인 1969년에 기반한 1969개 한정으로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 작품은 이것만 놀라운 것이 아니다. 몽블랑의 마크 메이커(일종의 브랜드 앰버서더)인 한국 배우 이진욱과 중국 배우 징보란, 미국 여배우 모드 아패토우 등이 캠페인 영상과 단편 영상시리즈에 참여해 몽블랑 세계에 동참한다.

이달 1일 미국 LA 파라모어 에스테이트에서 열린 마이스터스튁 100주년 기념 이벤트 전경. 배우 이진욱을 비롯해 가수 존 레전드, 엠바 로버츠, 축구선수 출신 지네딘 지단 등이 브랜드의 상징적인 아이템인 마이스터스튁의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영상 공개와 함께 1일 캠페인 영상에 등장하는 배우 이진욱을 비롯해 가수 존 레전드, 엠바 로버츠, 몽블랑 마크메이커인 축구선수 출신 지네딘 지단 등이 마이스터스튁 100주년을 기념해 한 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미국 LA 파라모어 에스테이트에서 열린 이번 이벤트에는 필름 속 산 배경을 연상시키는 레드 카펫과 함께 대형 마이스터스튁이 참가자들을 맞았다. 몽블랑 마케팅 및 머천다이징 최고 책임자인 빈센트 몬탈리스코는 “지난 100년간 작가, 창작가 그리고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의 손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종이에 담는 역할을 했던 ‘글쓰기 아이콘’ 마이스터스튁이 오늘날의 위대한 스토리텔러 웨스 앤더슨을 만나 색다른 주인공이 됐다”면서 “전 세계가 새로운 시각으로 몽블랑을 재발견할 것이기에 몹시 기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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