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이닉스 주가 엇갈리는 이유는

2024. 5. 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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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 납품 루머' 제기되며 주가 악영향
증권업계 "루머는 사실무근" vs "빨리 엔비디아 잡아야"
SK하이닉스, HBM 시장 1위 굳건
일각서는 삼성 '역초격차' 우려도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상향하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에서 비슷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이들 회사가 주식시장에서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인공지능(AI)’ 시대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상황에 대해 ‘역초격차’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엇갈리는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의 주가는 5월 14일 7만8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5월 7일 8만1300원까지 올랐으나 최근 일주일 새 3.69% 하락하며 다시 7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4일 18만5300원을 기록하며 일주일 전보다 4.1% 올랐다.  

이들의 주가가 다른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 제기된 ‘HBM 납품 루머’의 영향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최근 삼성전자의 HBM3 공급 제안을 거절하고 추가 개선 기간을 부여했다는 내용이다. 이 루머가 퍼지면서 삼성전자의 HBM 기술이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도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고객사와의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해당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엔비디아는 AI 제품 핵심인 그래픽저장장치(GPU) 1위 기업이자 AI반도체 칩의 선두주자다. 현재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엔비디아와의 거래 없이는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해 9월부터 나왔다. 현재 상용화된 4세대 HBM 제품인 ‘HBM3’로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엔비디아 제품에 들어가는 HBM3는 SK하이닉스가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양강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의 거래를 확대할 경우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추격할 가능성도 커진다. 현재 HBM 시장 1위는 SK하이닉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53%, 삼성전자는 38%로 2위다. 



 ◆치열해지는 HBM 경쟁…AI 시대 승자, SK 되나

‘삼성전자 HBM 공급 루머’에 대한 증권업계의 반응도 엇갈린다. 현재 반도체업계에 퍼지는 정보는 사실이 아니며 연내 엔비디아 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과 SK하이닉스와 기술 격차가 1년 6개월 이상 벌어진 상황에서 단시간 내 추격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맞서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어느 시점에는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HBM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제시하는 기준이 엄격해서 삼성전자가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연내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시기에 대해 “이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에는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공급 자체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는지를 관심을 갖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2.5D 패키지(HBM을 4개로 묶은 제품) 물량을 확보했으며 이 거래를 기반으로 추가 공급권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마이크론 HBM과의 비교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론보다 뒤처지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며 “같은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오랜 기간 투자를 해온 삼성전자가 수율 면에서 더 우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다른 반도체 전문가는 “삼성 HMB3가 5월 초 엔비디아 테스트에서 탈락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초부터 공급해온 제품을 삼성도 작년 9월에 엔비디아에 공급한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이는 정식 공급이 아닌 샘플 공급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언제 공급할지에 대한 기약이 없으며 다음 테스트에서 다른 결과를 받아들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음 테스트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확실치 않다”며 “HBM3E의 경우 올해 3분기에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받아 내년 상반기에 양산한다는 것도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와 1년 6개월가량 나는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도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생산량을 늘려 원가를 낮추는 레거시 전투방식에 익숙하다. 하지만 지금은 AI 맞춤형이라는 특성 탓에 선 주문, 후 생산의 스페셜 메모리의 시대라 과거의 장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트너의 요구에 따라 빠르게 설계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제품을 생산해 놓고 판매처를 찾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는 얘기다.

실제 HBM 주문 방식은 그간의 관행과는 다르다. 기존 D램은 제조사에서 우선 생산하면 고객사들이 주문을 해서 제품을 받아가는 ‘선 생산, 후 주문’으로 거래가 많이 이뤄진다. 제조사가 수요를 파악하고 생산 물량을 결정하면 되는 셈이다.  

그러나 HBM은 ‘선 주문, 후 생산’으로 물량을 정한다. 고객사마다 원하는 제품이 달라 커스터마이징(맞춤형) 형태로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HBM 거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객사가 원하는 요구조건에 맞춘 제품 생산 능력이 선제돼야 한다. 

현재 HBM 선두는 SK하이닉스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2일 “HBM은 올해 이미 솔드아웃(완판)이고 내년 물량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세계 최고 성능의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이달 중으로 제공하고 3분기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성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올해 1분기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영업이익률 23.2%)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1분기에 매출 23조1400억원과 영업이익 1조9100억원(영이익률 8.2%)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하이닉스의 성과는 두드러진다. 

SK하이닉스의 이번 매출은 역대 1분기 최대치이며 영업이익 역시 직전 슈퍼사이클(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높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AI 서버향 제품 판매량을 늘린 결과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734%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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