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분쟁에 PE 찾는' 아워홈·한미약품, 경영권 향방은 [주간 '딜'리버리]

2024. 5. 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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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남매 갈등, 구본성 전 부회장 PE 접촉
모자 갈등 한미약품, 상속세 고민 해법 모호
분쟁 기업 투자 리스크, 매물 가치 낮춰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5월 셋째 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경영권 분쟁이 화두로 떠올랐다. 오너 경영 체제를 가동하는 일부 기업에서 경영권을 두고 가족 간 갈등이 벌어져 눈길을 끈다. 국내 2위 단체급식 업체 아워홈과 국내 5대 제약사 한미약품그룹의 이야기다. 양사 모두 주요 주주가 사모펀드(PEF)를 통한 경영권 매각을 고려하지만 의사결정을 위한 지분율은 부족한 상황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아워홈은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구지은 부회장의 재선임 의안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등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됐다. 현재 두 사람은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만큼 이번 임시주총이 경영권 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아워홈 지분은 고(故) 구자학 회장의 4남매에게 고르게 분포돼 있는 상황이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 몫이 38.6%며 구미현 19.3%, 구명진 19.6%, 구지은 부회장 20.7% 등을 나타낸다. 당초 구본성 전 부회장이 아워홈을 경영했으나 사법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가족들 신임을 잃고 해임됐다. 구 전 부회장을 제외한 가족끼리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하며 구지은 부회장을 2021년부터 대표이사로 선임해 왔다.

그러나 올해 구미현 씨가 의결권 방향성을 바꾸면서 분쟁 구도가 드러났다. 구미현 씨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구지은 부회장을 포함한 기존 사내이사 재선임 의안을 반대했다. 대신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구지은 부회장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임기를 연장하지 못하면 경영권 주도권은 구본성 전 부회장에게 넘어갈 수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합산 지분율은 57.9%로 과반을 넘기 때문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아워홈의 경영 참여보다는 지분 매각 의지가 커 지배주주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PE와 접촉하며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구지은 부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구미현 씨를 설득하기 위해 외부 매각 대신 아워홈 자기주식 형태로 지분을 사주는 형태를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지은 부회장은 노조 측에서 우호적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부임 이후 경영 성과도 보여준 상태다. 2021년 연결 1조7408억원이던 아워홈 매출액은 지난해 1조9835억원으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1018억원에서 1578억원으로 성장했다.

아워홈의 시장 지위와 현금흐름을 고려하면 PE의 러브콜을 받기에 충분하지만 경영권 분쟁 구도가 지속된다면 거래 성사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일부 사모펀드의 경우 내부 규제에 따라 분쟁이 발생한 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

경영권 분쟁은 한미약품그룹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아워홈과 비교해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도권을 두고 창업주 가족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갈등의 주체는 고 임성기 전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과 삼남매 임종윤·주현·종훈 네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반면 장남인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대표는 이에 반대한다.

갈등을 드러낸 결정적 사건은 OCI그룹과 통합 불발이었다. 연초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OCI그룹과 지분 스왑을 통해 공동 경영의 기반을 만들고 일부 지분을 현금화해 유동성 확보를 기대했다. 상속세와 관련해 재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네 사람은 임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 받으며 6700억원가량 대출을 일으킨 상태다.

그러나 아들들은 우호 지분을 모으고 소액주주 지지를 받으며 OCI와 통합을 저지했다. 이후 송 회장과 화합해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지키겠다고 밝혔으나 돌연 송 회장을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며 임종훈 단독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오너 네 사람 모두 차입금 상환 부담은 지속되는 탓에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지분이 M&A 시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된다. 문제는 오너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데다 투자자가 일부 지분만 매입할 유인이 낮다는 점이다. 송 회장 측 지분율은 32%, 형제 측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개인주주를 포함해 37%다. 주식 분산도를 감안하면 양쪽 모두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이 아니다.

형제 측에 따르면 오너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면서 유동성을 공급해줄 PE를 찾고 있지만 PE 입장에서 투자 매력도는 떨어진다. 소수 지분을 확보하면 투자금 회수 전략을 세우기 쉽지 않고 바이아웃으로 진행할 수 없어 협상에 응할지 미지수다. 한미약품그룹도 내부 분쟁이 지속되는 탓에 투자자 관심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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