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카나리아바이오, 현대사료로 회귀...주가 조작 세력과 절연 시도

최석철 2024. 5. 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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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현대사료로 사명 변경
바이오 떼내고 '본업' 사료 사업에 집중
주가 조작 의혹에 '오레고보맙' 임상 중단 위기에 사업 재정비
3년 전에도 상장폐지 위기에 우회 상장으로 타개
이 기사는 05월 16일 10: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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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카나리아바이오가 2년 만에 사명을 다시 현대사료로 바꾼다. 기존 경영진 일부가 신약후보물질 '오레고보맙'을 앞세워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곳이다. 올해 오레고보맙’ 임상시험까지 중단되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바이오 사업을 떼어내고 본업인 사료 사업에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바이오 사업, 신설법인으로 이관 추진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나리아바이오는 오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현대사료로 변경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2022년 6월 현대사료에서 카나리아바이오로 이름을 바꾼 지 약 2년 만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관에서도 바이오 사업 관련 항목 모두 삭제한다. 2년 전 사명을 바꾸면서 주력 사업으로 내세운 바이오 사업을 다른 신설법인으로 옮기고 ‘본체’는 기존부터 해오던 사업인 사료 관련 사업에만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이 회사는 기존 주요 경영진이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곳이다. 이들은 난소암 치료제 물질 '오레고보맙'을 앞세워 카나리아바이오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 OQP(온코퀘스트파마슈티컬) 주가 조작에도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이다.

오레고보맙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때 1만5000원을 넘었던 카나리바이오 주가는 현재 994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주가 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카나리아바이오는 오레고보맙 임상 결과를 근거로 바이오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오레고보맙의 글로벌 임상 3상에 대해 임상시험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렸다. 오레고보맙 무형자산 약 1500억원을 모두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결과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자회사 카나리아바이오(동명의 다른 회사, 옛 MHC&C)와 관련된 채권, 채무, 지분 관계 등을 인적분할 등 방식으로 신설법인으로 떼어내 상장사 지위를 유지하겠단 계획이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앞서 비슷한 방식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회피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20년 자동차 내외장재 기업 두올산업은 2020년 캐나다 퀘스트파마텍으로부터 난소암 치료제 물질 '오레고보맙' IP를 인수했다. 인수 후 사명을 OQP(현 휴림에이텍)로 변경했는데, 이 과정에서 감사인이 과도한 재무 부담 등을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내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2021년 8월 인적분할로 오레고보맙 등 바이오 사업을 OQP바이오로 넘겨 존속법인인 OQP는 거래 재개를 시도했다. 이후 코스닥 상장사인 현대사료를 인수해 이름을 카나리아바이오로 바꾸고 오레고보맙 지식재산권(IP)을 넘겨 바이오 사업을 펼쳤다. 사실상 바이오 사업을 영위할 상장사를 찾아 우회 상장을 한 셈이다.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에 주목

올들어 카나리아바이오 관계사들도 카나리아바이오와 지분 관계를 정리하고 있다. 카나리아바이오 모회사인 카나리아바이오엠이 350억원을 투자해 인수했던 헬릭스미스는 최근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통해 카나리아바이오엠과 지분 관계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2022년 7월 카나리아바이오엠에 인수된 세종메디칼은 보유한 카나리아바이오 지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모두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1062억원의 평가 손실을 보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다만 최대주주 변경이 없이는 카나리아바이오의 거래 재개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과거 OQP 역시 2022년 5월 휴림그룹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뒤 지난해 9월에야 거래가 재개됐다. 거래 정지 후 약 2년 6개월이 소요됐다.

두올산업 때도 마찬가지로 바이오와 전혀 관계없는 회사가 바이오 테마를 신사업으로 가져와 주가 부양을 꾀한 사례인 만큼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주 입장에선 일단 거래가 재개되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주총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료 사업에 관심을 보일 원매자가 등장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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