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푸틴, 베이징서 1200㎞ 떨어진 하얼빈까지 간 까닭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5. 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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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재 받는 하얼빈공업대학 방문
중국과 공동대응 강화 메시지
중국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러시아 대통령 공보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새벽 하얼빈 공항에 도착해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AP 연합뉴스

중국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도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17일 1200㎞ 떨어진 하얼빈으로 이동했다. 하얼빈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헤이룽장성의 성도(省都)로 제정 러시아 시기의 자취가 많이 남아있어 ‘동방의 모스크바’라고 불리는 곳이다. 푸틴의 하얼빈 방문은 중국과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하면서 서방이 견제하는 군사·경제 협력의 의지를 드러내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푸틴은 이날 제8회 러시아·중국 엑스포 개막식과 제4회 러시아·중국 지역 간 협력 포럼에 참석했다. 그는 축하 메시지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새로운 역사적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매체 RTVI는 “푸틴의 이번 방중 대표단에 경제·에너지 분야 인사들이 대거 동행했다”며 “양국 정상회담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하얼빈시는 푸틴을 맞이하기 위해 ‘소련 홍군 열사 기념비’를 새로 칠했다고 중국청년보는 전했다.

푸틴은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군사교육시설 하얼빈공업대학도 방문해 학생·교직원들과 대화한다. 중국 군사 계획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국방 7대 대학[國防七子]’ 중 한 곳인 하얼빈공대는 2020년 미사일 개발에 미국 기술을 이용하려 했다는 이유로 미국 상무부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푸틴은 이곳의 학생들과 가진 교류 행사에서 러시아 전문가들이 설립한 러·중 기술학교가 하얼빈공대의 전신이라고 강조하고, 러시아와 중국이 항공우주·위성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어제 (시진핑과의 만찬에서) 베이징덕을 맛봤다”며 “한 조각만 먹으려 했지만 참지 못하고 두 조각을 먹었다”는 농담도 던졌다. 이 같은 행보를 통해 푸틴이 미국 주도 서방의 압박에 맞서 중국과 공동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정 러시아 시절 유럽풍 도시로 건설한 하얼빈은 러시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주어로 “그물을 말리는 곳”이라는 뜻의 작은 어촌이었던 이곳은 1895년 청일전쟁 직후 러시아가 동청철도부설권을 획득하게 되면서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됐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을 피해 백계(白系) 러시아인들이 모여들면서 하얼빈의 러시아 인구는 한때 15만을 훌쩍 넘겼다.

중국 관영 영자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푸틴의 방중으로 하얼빈이 속한 중국의 동북 지역과 러시아의 극동 지역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의 유리 트루트네프 지역발전 담당 부총리는 이 매체에 작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러시아 극동·중국 동북 지역 개발 위한 정부 간 위원회’ 회의 이후 극동·동북 지역의 지난해 교역액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270억달러(약 36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푸틴은 전날 새벽 베이징에 도착해 세 차례 시진핑과 회담하며 양국 우호를 과시했다. 오전 회담에 이어 오후에는 확대 회담을 가졌고, 저녁에는 두 정상이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버드나무 아래를 산책하며 차를 마셨다. 시진핑은 이날 저녁 푸틴을 배웅하면서 포옹했는데, 이는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이례적인 ‘애정 표현’이다. 이날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양국 경제 협력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는 ‘파리 올림픽 휴전’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전했다.

시진핑은 이날 저녁 회담에서 “중국은 러시아 및 다른 국가들과 단결·협력을 강화하겠다”면서 “국제적 공평·정의를 지켜 세계 평화와 공동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은 “중국의 발전 추세는 막을 수 없고, 어떤 세력도 중국의 발전·진보를 억제할 수 없다”며 중국과 협력해 다극화 된 세계 건설을 이끌겠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 등은 푸틴이 17일 방중 일정을 마치고 모스크바로 돌아가지 않고 북한을 깜짝 방문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시 푸틴을 평양으로 초청했고, 크렘린궁도 지난 1월 방북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푸틴은 북한을 처음 방문했던 2000년 7월에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 가기 직전에 평양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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