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니 일이 자꾸 늘어나네? '프로일잘러'의 고민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5.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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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고민처방] (글 : 최정우 작가)


※ 아래 사연은 한 직장인의 실제 고민 내용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있거나 비슷한 고민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A. 한때 '프로일잘러'에 대한 콘텐츠가 넘쳐났었죠. 프로 일잘러가 되기 위한 책, 강연, 영상, 프로그램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일잘러'. 말 그대로 일을 '프로'처럼 잘하는 사람들인데요. 이런 말 자체가 '일을 잘하고 싶은' 직장인의 욕구를 대변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일을 잘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직장인의 본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을 못하고 싶은 직장인은 없을 테니 말이죠. 근데 말이죠. 왜 일을 잘하고 싶을까요?

일을 잘해야 승진도 빨리하고 승진도 빨리 해야 돈도 많이 벌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돈뿐만이 아니죠. 일을 잘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느낌도 들고, 그래야 성공한 느낌도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인간 본성의 근본적 원리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른다면 일을 잘하고 싶은 욕구도 결국은 이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온 것일 것입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들어 나쁠 것은 없죠.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요? 뭐든지 지나쳐서는 안 되겠죠.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례에 나온 것처럼, 일을 너무 잘해 더 많은 일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좋을 수 있죠.

'회사에서 나의 능력을 알아보고 더 많은 일을 주네. 더 잘 해내야지, 더 많은 것들을 해내야지.'

그런데 만유인력의 법칙은 일에도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일은 일을 끌어당기는 법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이 갈 수밖에 없는 법이죠. 일을 시키는 사람 입장에서 그것이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수용 능력을 벗어났을 때입니다. 일을 쳐내지 않고 계속 받기만 한다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옵니다.

이때 찾아오는 대표적 증상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죠. 에너지를 과하게 사용하여 마치 불이 나간 듯 정신이 나간듯한 현상입니다. 우울감, 불안감, 불면, 신체적 불편감 등 다양한 임상적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죠. 아무리 워커홀릭(Workaholic)이라도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면, 일에 휘둘리게 됩니다. 감당이 안 되는 것이죠. 그때부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파묻혀 사는 지경이 됩니다.


우리가 진정한 프로일잘러가 될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진정한 프로일잘러란 단순히 일만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에너지를 조절해 가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한때 '소울리스좌'라는 말이 유행이었는데요. 영혼이 없음을 뜻하는 '소울리스(Soulless)'라는 말과 통달한 자를 의미하는 '~좌'라는 말의 합성 신조어이죠. 주인공은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아르바이트생이었던 김한나 씨였습니다. 그녀는 근무 중 무심한 듯 내뱉는 속사포 랩으로 놀이 기구 대기 고객과 이용 고객에게 즐거움을 줬죠.

그녀를 보면 '진정한 프로일잘러'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속사포 랩을 쏟아 내지만 무심한 표정, 출 춤은 다 추지만 최소한의 몸을 사용하는 듯한 간결함. 이런 그녀를 바라보면 일 때문에 힘들어하거나 번아웃을 겪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러한 면에서 그녀는 진정한 프로일잘러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이렇게 다닐 필요가 있습니다. 일에 큰 에너지를 쏟는 것 같지는 않지만 업무에 공백은 초래하지 않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시 퇴근을 생활화하지만 지각은 절대 하지 않는, 회의 시간에 상사가 기분 나빠할 만한 자신의 의견도 소신껏 내뱉지만 회의 후 다정하게 말을 거는 그런 직장인 말이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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