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과 녹음이 빚어낸 저층 아파트의 놀라운 변화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4. 5. 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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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전망, 적은 일조량 등 아파트 저층에 대한 편견을 완벽하게 없애준 집을 만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우거진 나무 풍경과 실내 곳곳을 파고드는 포근한 햇살, 여기에 부부의 취향까지 더해져 집의 품격이 한층 높아졌다. 

저층이지만 해사한 빛이 고루 들어오는 거실. 창밖의 우거진 나무 덕에 사계절의 변화를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결혼 15년 차 의사 부부인 김지민·윤혜진 씨는 2023년 여름, 판교에 첫 '내 집’을 마련했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만들어낸 울창한 창밖 풍경이 한 폭의 그림과 같은, 43평(약 144㎡) 규모의 매력적인 저층 아파트다. "이전 집도 같은 아파트 단지였는데, 고층이었어요. 시야를 가리지 않고 탁 트인 뷰가 마음에 들어 선택한 집이었지만, 창을 통해 나무, 꽃과 같은 자연물을 가까이 볼 수 없다는 것이 사는 내내 아쉬웠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이 집을 만나게 됐죠. 창 가득 보이는 푸른 잎사귀, 그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저층임에도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까지. 보자마자 '이 집이다’ 싶었죠. '집을 꼭 사야지’ 하던 것도 아니었는데, 홀린 듯 바로 계약을 했어요(웃음)." 부부가 이 집을 선택한 배경이다.
거실 내력 기둥 뒤 자투리 공간은 단을 높여 평상을 만들었다. 평상 아래는 캠핑용품, 이불 등 부피가 큰 짐을 수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리모델링은 남편 김지민 씨 주도로 진행됐다. 그가 잡은 전체적인 집의 콘셉트는 명확한 공간 분리와 개방감 있는 배치. 공간의 주체와 성격에 맞게 구획을 명확하게 하되 개방감을 해치지 않고,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글라스 폴딩도어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개별 공간과 반대로 거실, 주방처럼 가족이 모두 모이는 공용공간은 마치 한 몸같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곳이 되게끔 레이아웃에 변화를 줬다. 공용공간은 LDK(Living Dining Kitchen·거실, 다이닝 룸, 주방이 경계 없이 이어지는 구조) 스타일로 디자인했는데, 디테일한 부분까지 노출되는 LDK 레이아웃을 고려해 어디에서 바라봐도 아름다울 수 있도록 후드, 식탁 등을 공들여 골랐다고.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집을 직접 짓고 싶었어요. 주택살이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온몸으로 체험하고 계신 어머니의 만류가 컸고, 아내도 그 점에 적극 동의하면서 좌절되긴 했지만요(웃음). 그래도 이번 리모델링에 그동안 품어왔던 꿈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공간 레이아웃, 마감재 종류 등 제법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거든요. 수집했던 자료들을 이번 집에 많이 투영했어요."

LDK형 레이아웃의 중심, 주방 후드

주방과 붙어 있던 방을 철거해 공간을 확장했다. 리모델링의 계기가 된 팔맥의 주방 후드가 공간 전체에 균형을 잡아준다.
김지민·윤혜진 부부 집의 리모델링은 주방 후드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렇게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할 생각은 없었어요. 적당한 선에서 꼭 필요한 수리만 한 후 입주하려고 했는데, 인테리어 전시장에서 주방 후드 브랜드 팔맥의 '루멘 아이솔라 175’가 세팅된 주방을 보고 난 후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죠. 딱 제가 꿈꾸던 주방의 모습이었거든요. 팔맥의 후드가 설치된 멋진 주방을 갖고 싶어서 '제대로 리모델링해보자’로 마음을 바꾸었어요." 김지민 씨가 첫눈에 반한 팔맥 제품은 가로 길이가 1750mm에 달하는 아일랜드 식탁용 후드다.
LDK형 디자인의 특성상 공용공간은 대체로 드러나 있다. 그래서 어디에서 봐도 아름다울 수 있도록 식탁 다리, 조명 등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칸살 도어 뒤편으로는 소형 가전 등 자질구레한 주방 살림을 수납한다.
영화 '기생충’의 배경이 되었던 대저택에 등장했던 후드 모델로, 디자인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대형 아일랜드 식탁 설치가 반드시 필요했다. 문제는 기존 주방 공간의 제한된 면적과 구조. 시공을 담당한 카멜레온디자인의 현은지 대표는 구조 변경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팔맥의 후드를 활용한 이상적인 주방을 만들고 싶어 리모델링을 결정하신 만큼 주방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후드가 돋보이게 하려면 거실과 마주 보는 형태의 대면형 주방을 만들어야 했고 대형 아일랜드 식탁 설치가 필수였는데, 기둥 형태의 내력벽이 있는 기존의 주방에서는 이런 레이아웃이 사실상 불가능했죠. 그래서 생각해낸 게 주방 옆에 위치한 방의 벽을 철거하는 것이었어요."
중문 위치를 안쪽으로 옮겨 개방감을 강조한 현관.
주방 바로 옆 방의 벽을 헐어내니 공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주방을 확장한 덕에 대형 아일랜드 식탁 설치는 물론이고, LDK형 구조 안에서 후드의 존재감 또한 부각됐다. 넓어진 주방 덕에 공간의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활용도 높은 수납공간도 만들 수 있었다. 아일랜드 식탁 뒤편으로 보이는 칸살 도어가 그것인데, 슬라이딩 방식으로 개폐되는 문 뒤로 소형 가전을 비롯해 자질구레한 주방 살림을 보관할 수 있어 늘 주방이 깔끔하게 유지된다고.

자투리 공간에 마련한 부부의 취미 룸

남편 김지민 씨의 서재. 내력 기둥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지는 주방 옆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서재 겸 취미 룸을 만들었다. 개방감을 더하기 위해 선택한 글라스 폴딩도어가 좁은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는 신의 한 수
한 지붕 아래에서도 각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법. 이에 김지민· 윤혜진 부부는 각자의 취미 생활을 영위할 공간을 마련했다. "거실과 주방에 철거할 수 없는 기둥 형태의 내력벽이 있어요. 그 주변을 빈자리로 두기엔 제법 면적이 커서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거실 옆 공간엔 단을 높인 후 평상을 만들어 주택살이에 대한 로망을 조금이나마 실현해봤죠. 주방 옆 공간에는 제 서재를 만들었어요. 퇴근 후 전자드럼을 치거나 영화 감상 등을 주로 하죠. 서재라기보다 취미 룸 혹은 멀티방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바쁜 아침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부부 욕실에 세면대를 2개 만들었다.
아내의 취미 공간은 침실에 있어요. 아내는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하는 일명 '식집사’거든요. 그래서 부부 침실 발코니는 온전히 식물만을 위한 공간으로 디자인했어요. 바닥은 미장 작업 후 전체에 콩자갈을 깔아두었는데, 그러니 미니 정원 같은 분위기가 나서 좋아요."
부부 침실 발코니는 식집사 윤혜진 씨를 위한 미니 정원으로 꾸며졌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으로 하나하나 채워나간 김지민·윤혜진 부부는 그 누구보다 알차고 온전하게 '집’이라는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집이란 우리 가족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보금자리"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앞으로도 이 집이 바쁜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저층인테리어 #아파트리모델링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카멜레온디자인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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