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챙겨주는 야비한 삼촌… 송강호가 연기하니 납득된다

안진용 기자 2024. 5.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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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삼촌∼ 불러봐. 그럼 니 내가 밥 줄게."

밥 한 끼가 곤궁하던 한국전쟁 직후, 1950∼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삼식이 삼촌'(감독 신연식)은 하루 세끼 먹고 사는 게 꿈인 이들과 그 꿈을 빌미로 자신의 야욕을 채우려던 처세술의 달인, '삼식이 삼촌'이라 불리던 박두칠의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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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일벗은 디즈니+ ‘삼식이 삼촌’
한끼에 목맸던 50·60년대 배경
박두칠役송강호 드라마 데뷔작
기존 OTT 문법 뒤엎는 긴 호흡

“삼식이 삼촌∼ 불러봐. 그럼 니 내가 밥 줄게.”

정치인인지, 깡패인지, 사업가인지 도무지 그 직업도, 정체도 가늠하기 힘든 박두칠(송강호 분·사진 오른쪽)은 자신을 찾아온 건달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여유있게 웃는다. 밥 한 끼가 곤궁하던 한국전쟁 직후, 1950∼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삼식이 삼촌’(감독 신연식)은 하루 세끼 먹고 사는 게 꿈인 이들과 그 꿈을 빌미로 자신의 야욕을 채우려던 처세술의 달인, ‘삼식이 삼촌’이라 불리던 박두칠의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 15일 5화까지 공개된 ‘삼식이 삼촌’은 1960년 수도방위사령부 비밀벙커에 잡혀 온 김산(변요한 분·왼쪽)이 취조 과정에서 박두칠과의 만남, 그리고 그와 손잡게 된 과거사를 회상하는 과정을 액자식으로 구성한다.

박두칠은 어릴 적부터 머슴으로 살았다. 그런 그에게 가족, 친지들이 배곯지 않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권력자들의 구린 일을 대신 처리해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인맥과 비밀은 그의 무기가 됐다. 어릴 적 단팥빵이 먹고 싶었던 박두칠은 빵집을 차릴 재력을 갖췄지만 이제는 더 큰 그림을 그린다. 그는 수시로 “피자 먹어봤냐?”며 미국처럼 모두가 삼시 세끼 먹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다 박두칠은 올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내무부 직원 김산의 강연을 듣는다. “총칼이 아니라 경제다. 전 국민이 굶으면서 전쟁에서 이기면 무슨 소용 있냐”는 김산의 말에 귀가 열린 박두칠은 그를 자신이 지지하는 권력자들의 사조직인 ‘청우회’의 새 얼굴로 내세우기로 결심한다.

“처음부터 송강호 얼굴을 상상하며 대본을 썼다”는 신 감독의 말마따나 35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송강호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변화무쌍한 얼굴로 박두칠을 마음껏 반죽한다. 모두가 하루 세끼를 먹게 하겠다는 포부는 긍정적이지만, 그 방법은 틀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추종하는 청우회가 권력을 잡아야 하고, 김산이라는 ‘얼굴’이 필요하다는 그의 논리는 위험하다. “복은 복인지 아는 놈한테 가야 복이 되지, 모르는 놈한테 가면 독이 되고 퍼진다”고 구슬리면서도 “세상에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라며 김산의 마음을 주무르는 박두칠, 그리고 그를 연기하는 송강호의 혀는 현란하다.

‘삼식이 삼촌’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각 회차 소제목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모두에게 ‘삼시 세끼’(1회 제목)를 먹이려는 박두칠이 ‘같은 꿈’(2회)을 꾸고 있는 김산을 ‘포섭’(3회)해 ‘원대한 계획’(4회)을 이루려 하지만, 결국 ‘꿈으로 포장한 위선’(5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OTT 문법에 따르지 않는 긴 호흡의 콘텐츠라는 것은 ‘삼식이 삼촌’이 지닌 ‘양날의 칼’이다. 1∼5부의 러닝 타임은 각 42∼44분이다.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등장인물의 관계 설정과 배경 설명에만 5부를 할애한다. 쇼트폼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당 제작비 약 25억 원, 총 400억 원을 투입해 고증한 1950∼1960년대 풍경은 퍽 볼만하다. 송강호는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다른 OTT 드라마들과 결이 다르다. 그래서 호기심이 동했다”면서 “먹는 것이 절박한 시대를 배경으로 가장 한국적인 고유한 정서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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