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롯데 팬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나 '집념의 원맨쇼 투혼'→대체 누가 이런 선수를 밉상이라 했나

김우종 기자 2024. 5. 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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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의 16일 수원 KT전 활약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의 16일 수원 KT전 활약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27)이 특유의 집념 넘치는 플레이와 함께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연패의 늪에서 구해냈다.

황성빈은 16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 3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2-0 승리에 앞장섰다.

황성빈이 이날 마주한 KT의 선발 투수는 바로 윌리엄 쿠에바스였다. 황성빈과 쿠에바스는 올 시즌 깊은 인연이 있다. 바로 통산 홈런이 단 1개에 불과했던 황성빈이 쿠에바스를 상대로 지난달 1경기에서 무려 2개의 홈런을 터트렸던 것.

황성빈은 지난달 2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더블헤더 1차전 홈 경기에서 1회 쿠에바스의 3구째 속구(146km)를 그대로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작렬시켰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이번에도 황성빈의 방망이가 제대로 화력을 뿜어냈다. 쿠에바스를 상대로 4구째 체인지업(133km)을 받아쳐 이번에도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황성빈이 한 경기에서 2, 3호 홈런을 몰아친 순간이었다.

당시 5타수 3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친 황성빈을 쿠에바스가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이날 다시 둘이 마주했다. 황성빈은 1회 선두타자로 나선 첫 타석부터 쿠에바스를 괴롭혔다. 초구 파울 이후 2구째는 헛스윙. 순식간에 불리한 0-2의 볼카운트에 몰렸지만, 황성빈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결국 3구와 4구, 5구, 그리고 6구째 연속으로 볼 4개를 골라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의 16일 수원 KT전 활약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의 16일 수원 KT전 활약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빠른 발을 갖춘 황성빈의 출루에 쿠에바스와 장성우 배터리는 물론, KT 내야진 전체가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쿠에바스의 1루 견제구가 뒤로 빠지는 틈을 타 황성빈은 2루에 안착했다. 공식 기록은 쿠에바스의 견제 송구 실책. 쿠에바스는 계속해서 흔들렸다. 2번 고승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으나, 3번 레이예스 타석 때 폭투를 범하며 황성빈의 3루 진루를 허용한 것. 쿠에바스는 레이예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그런데 홈으로 들어오기에는 거리가 다소 짧은 듯했다. 하지만 황성빈은 특유의 이를 악물고 뛰는 주루 플레이를 펼치며 득점에 성공했다. 황성빈이 홈 플레이트를 쓸어 버리면서 팀에 귀중한 선제 득점을 안긴 순간이었다.

황성빈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롯데가 여전히 1-0으로 앞선 3회초. 선두타자 이학주가 안타로 출루한 뒤 황성빈이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무사 1루였기에 희생 번트가 예상되는 상황. 그런데 황성빈은 투수 쿠에바스와 1루수 사이로 절묘하게 번트를 갖다 댔고, 본인도 재차 전력 질주를 펼친 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며 세이프에 성공했다. 황성빈 특유의 집념이 다시 한번 돋보인 순간이었다. 황성빈은 다음 타자 고승민의 적시타 때 3루까지 갔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득점에는 실패했다.

황성빈은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쿠에바스의 몸쪽 초구를 공략했으나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어 팀이 2-0으로 앞선 8회에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T 불펜 김민을 상대, 3루 방면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황성빈이 친 공이 다소 빗맞으면서 3루 쪽으로 향했고, 이를 황재균이 맨손 캐치로 연결한 뒤 송구를 시도했으나 공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황성빈이 멀티히트 경기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황성빈은 다시 한번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오른쪽)의 16일 수원 KT전 활약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공격뿐만 아니었다. 황성빈은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6회말에는 1사 1루에서 KT 문상철의 좌익수 담장 근처까지 향하는 큰 타구를 워닝 트랙에서 침착하게 잘 처리했다. 이어 팀이 여전히 2-0으로 앞선 9회말에는 선두타자 강백호의 3루 방면 파울 플라이 타구를 끝까지 잘 좇아간 뒤 담장 앞에서 살짝 뛰어오르면서 아웃 카운트로 연결했다. 자칫 펜스와 충돌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황성빈은 미리 담장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이라도 한 듯이 포구와 점프 동작을 동시에 부드럽게 연결했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황성빈의 정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롯데 팬들이 황성빈한테 열광하는 이유를 보여준 장면이 여럿 나온 이날 경기였다.

황성빈은 올 시즌 초반 야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오해를 사면서 다른 팀 팬들에게 '밉상'으로 찍히기도 했다. 특히 지난 3월 26일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는 5회초에 1루에 출루한 뒤 팬들에게 큰 재미를 안긴 동작을 보여줬다. 당시 KIA 선발 양현종을 바라보면서 2루로 뛸 듯 말 듯한 도발적인 행동을 보였는데, 마치 어깨와 몸의 반동을 이용해 춤을 추는 동작 같았다. 이런 황성빈의 동작을 지켜본 양현종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지기도 했다. 또 지난 4월 18일 잠실 LG전에서는 케이시 켈리와 신경전을 벌이며 감정싸움을 했다. 당시 3루 쪽으로 파울 타구를 날린 황성빈은 1루로 전력 질주를 펼쳤다. 그러다 타격하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LG 선수들은 늦다고 봤고, 결국 켈리가 이닝 종료 후 무언가 말을 건네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의 16일 수원 KT전 활약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가운데)의 16일 수원 KT전 활약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황성빈 자신도 많은 걸 느끼고 있었다. 그는 앞서 홈런 2개를 쳤던 지난달 21일 "마음이 불편한 건 사실인데, 이제 상대 팀 선수분들한테 오해를 사지 않게 제가 조심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제 행동에 있어서 분명 불편한 게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이제 제가 하면 안 되겠구나, 애초에 물론 제 의도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을 만들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뭔가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또 다른 부분에 있어서 그런 것들이 저를 좀 더 강하고 과감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이날 보여줬던 태도를 좀 오랫동안 기억하며 앞으로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령탑인 김태형 감독 역시 "뭐 밉상이다 하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주전급 선수들은 그런 애들이 밉상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걔(황성빈)한테는 그 하나가 정말 간절하다. 물론 자극하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을 수 있지만, 백업 선수들은 어쩌다 한번씩 나가서 이거 하나로 2군에 가느냐 마느냐 하는 게 있다. 그런 절실한 부분이 집중을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나온다. 주전을 계속 하고 FA를 했던 선수들도 그런 시기를 다 거쳤지 않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황성빈은 큰 오해를 사지 않은 채 묵묵하게 자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롯데 팬들에게는 정말 꼭 필요한, 그야말로 복덩이 그 자체다. 올 시즌 황성빈은 28경기에 출장해 타율 0.390(41타수 16안타) 3루타 2개, 3홈런 8타점 20득점 13도루(0실패) 5볼넷 7삼진 장타율 0.707, 출루율 0.457, OPS(출루율+장타율) 1.164의 맹활약을 해내고 있다. 물론, 이후에도 순탄한 시기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지난달 29일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 황성빈의 부상과 함께 팀도 더욱 어려운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재활 후 지난 14일 다시 1군 무대에 돌아온 뒤 이날 펄펄 날아다니며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증명했다. 롯데 역시 황성빈의 맹활약에 힘입어 4연패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제 롯데는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주말 원정 3연전을 치른다. 황성빈이 또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지 롯데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왼쪽)의 16일 수원 KT전 활약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왼쪽)의 16일 수원 KT전 활약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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