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배경이 곧 권력"…과감해진 학원물, 학생들 서열 노골화

오명언 2024. 5. 1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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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키'·'피라미드 게임' 등…"지나치게 자극적, 신중한 고민 필요"
넷플릭스 '하이라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명문자제들이 모여있는 엘리트 고등학교에 전학 온 주인공. 학교에서 집안 배경은 곧 권력이 되고, 공고한 서열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17일 방송가에 따르면 학생들 간 서열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하이틴 드라마가 잇따라 제작되면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에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학생들의 학업과 연애에 초점을 맞춘 학원물이 인기였다면,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공개되는 학원물은 보다 폭넓은 소재를 다루고, 수위를 높였다는 특징이 있다.

학생들의 서열 놀이, 학교폭력 등의 소재를 내세운 작품들은 자극적인 이야기로 눈길을 끌기 용이하고, 학생 역할에 신인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다는 점에서 제작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넷플릭스 '하이라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 달 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새 시리즈 '하이라키'는 상위 0.01%의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주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하이틴 드라마다.

태어난 순간부터 선택받은 상류층 아이들이 모인 명문고등학교에 주인공 강하(이채민 분)는 장학생으로 전학을 온다.

재벌가 후계자, 무역회사 인터네셔널윤의 막내딸, 대대로 정치인을 배출해온 집안의 차남 등 학생들의 집안 배경은 화려하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강하는 동급생들에게 철저한 무시와 냉대를 당한다.

이채민, 김재원, 노정의를 비롯해 신인 지혜원, 이원정 등이 호흡을 맞춘다.

왼쪽부터 넷플릭스 '하이라키'·티빙 '피라미드 게임' [넷플릭스·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티빙에서 공개된 '피라미드 게임'도 신예들이 뭉친 하이틴 드라마다.

우주소녀 멤버 겸 배우인 김지연(보나) 외에 넷플릭스 연애 리얼리티 '솔로지옥'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신슬기, 아이브 장원영의 친언니 장다아 등 신인 배우들이 극을 이끈다.

'피라미드 게임'은 매달 투표로 학생들의 등급을 매겨 가장 낮은 F등급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는 백연여고를 배경으로 한다.

투표로 정해지는 등급은 사실상 이미 존재하는 서열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 매번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아 A등급으로 최상위층에 군림하는 백하린(장다아)은 재벌가 백연그룹의 후계자이자 백연여고 이사장의 딸이고, 나머지 B등급도 백하린과 어울리는 비슷한 명문자제들이다.

드라마는 학생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면서도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백하린 앞에서 무력해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얼굴에 비닐을 씌워 숨을 쉬지 못하게 하거나 쓰레기봉투에 가두는 등 갖은 방법의 괴롭힘이 지속되는데도 낮은 등급의 학생들은 상위 등급 학생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방관자가 되기를 선택한다. 심지어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도와주려던 교사마저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학교를 떠나게 된다.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심한 성격, 혹은 왜소한 체격 때문에 '서열 꼴찌'가 된 주인공이 마주한 폭력을 전면에 내세운 학원물도 있다.

오는 29일 웨이브와 왓챠에서 공개되는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로 조용한 성격의 왕따 고등학생 송이헌(윤찬영)의 몸에 47세 조폭 김득팔이 빙의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송이헌은 조폭에 빙의된 후 자신만의 기술로 가해자들을 응징하고 정의를 구현한다.

웨이브와 왓챠에서 공개되는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웨이브·왓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상위 1% 모범생인 연시은(박지훈)이 학교폭력에서 살아남고자 친구가 된 안수호(최현욱), 오범석(홍경)과 함께 가해자들에 맞서 싸우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약한영웅'의 후속작 '약한영웅 클래스 2'(가제)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같은 이야기더라도 청소년이 주인공이 되면 내용이 더 자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어른들이 만든 세상 때문에 어른들이 사회에서 겪는 일들을 학생들이 학교에서 비슷하게 겪게 되는 이야기가 요즘 학원물에서 눈에 띄는 전개"라고 짚었다.

자극적인 소재와 학교 배경을 결합한 드라마가 잇따라 공개되다 보니 일각에서는 모방위험이 커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겸 드라마 평론가는 "현실을 고발한다는 취지로 학생들의 서열과 그로 인한 폭력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 중 지나치게 자극적인 작품들이 적지 않다"며 "청소년을 다루는 드라마를 제작할 때는 더욱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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