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기업이 향기에 목숨 거는 이유는?

리빙센스 2024. 5. 1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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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에 취한 패션 브랜드

패션 기업이 향기에 목숨 거는 이유는?

unsplash

봄 시즌이 다가오면서 '스몰 럭셔리'의 대명사 '니치 향수'가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도 경기 불황에 따라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힐 것으로 예상되자 패션 기업들이 본업 대신 부업으로 '향수'를 택한 것.

니치 향수는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니치nicchia'에서 파생됐다.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프리미엄 향수를 의미한다. 니치 향수는 전문 조향사가 만든 프리미엄 원료와 기법으로 제조한 향수로, 일반 향수 대비 값이 최대 10배 이상 비싸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니치 향수는 한정판으로 소수만 판매된다는 점에서 흔하지 않아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취향과 개성을 자유롭게 SNS에 표현하는 2030 MZ세대의 심리와 제대로 맞아떨어져 더욱 각 광받고 있다. 최소 20만원에서 100만원을 훌쩍 넘는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니치 향수 시장이 각광받는 이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은 지난해 약 9200억원으로 5년 전인 2018년(5152억원)보다 78%나 성장했다. 2025년에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향수 브랜드에 가장 많은 노력을 쏟는 패션 기업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명품 브랜드 셀린느와 계약을 종료하면서 생긴 매출 공백을 메우고자 리치 향수 브랜드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 셀린느의 빈자리를 딥디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 메모파리 등 향수 라인업으로 채우며 향수 시장에서도 굵직한 포트폴리오를 다수 확보하며 앞장서고 있다. 올초에는 스페인의 향수 브랜드 로에베 퍼퓸을 론칭한 데 이어 2월에는 프랑스 향수 브랜드 에르메티카를 선보였다.

LF도 니치 향수 브랜드 육성에 진심. 이미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만 10개다. 현재 LF는 조보이에 제로보암, 카너 바르셀로나, 윈느 뉘 노마드, 바스티유, 쟈끄 파뜨, 퍼퓸 드 엠파이어 등 수입 니치 향수 브랜드를 대거 확보했다. 특히 LF는 압구정 소재 라움이스트, 현대백화점 판교점, 신라면세점 서울점에 조보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상반기 조보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나 올라 업계를 놀라게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회사 한섬도 향수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이다. 한섬은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의 니치 향수 브랜드인 푸에기아1833의 국내 1호 매장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선보였다. 푸에기아1833은 제품마다 1000병 이하로 한정 생산하고 향수병에 생산 연도 와 고유번호를 표시하는 것이 특징. 한섬은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에 프랑스 니치 향수 전문 편집숍 리퀴드 퍼퓸바를 열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리퀴드 퍼퓸바는 2013년 프랑스 파리 마레 지구에 론칭한 니치 향수 편집숍으로, 프랑스 최고 향수 유통·수출 전문가 중 한 명인 다비드 프로사드와 유명 공병 디자이너 필립 디 메오가 공동 창업 한 브랜드. 한섬은 리퀴드 퍼퓸바를 오픈하고 향수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리퀴드 퍼퓸바에선 비디케이, 퍼퓸 프라 팡과 어비어스 등 10여 개 브랜드의 니치 향수·향초 등 200여 품목을 만나볼 수 있는데, 단순 향수 시향뿐 아니라 체험형 콘텐츠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패션 기업들이 향수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국내 패션 대기업 5사LF·삼성물산 패션부문·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코오롱FnC 중 삼성물산 패션을 제외하고 모두 실적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패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여진다.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해 본업인 패션은 해외에서 공략하고 국내에선 향수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

패션 기업들뿐 아니라 플랫폼사들도 향수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이다. 무신사는 최근 서울 성수동 스퀘어 성수에서 <프래그런스 바fragrance BAR> 팝업을 열고 밀러 해리스, 엔시피, 이스뜨와 드 퍼퓸, 탄젠트GC, 빌라 에르바티움 등 국내외 향수 브랜드 12개를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유통 기업인 쿠팡도 향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쿠팡은 프랑스 프리미엄 브랜드 아가타Agatha의 향수를 국내 단독으로 직수입했다. 아가타는 스코티시 테리어 형태의 로고로 유명한 프랑스 패션·액세서리 브랜드로 전 세계에 4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아가타는 여러 조향사와 협업해 다양한 향수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도 스몰 럭셔리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니치 향수가 국내 향수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으며 향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준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주었다. 소비자들의 향수 취향 역시 세분화되면서 기업들 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브랜드 유치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CREDIT INFO

editor심효진

words 한다원<시사저널이코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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