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나무 잣요리 맛집] 두부, 쭈꾸미, 국밥…잣 들어가면 '신분 상승'

조경훈 2024. 5.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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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 맛집

자시오잣쭈꾸미

은은한 잣 향이 일품! 특제 양념 잣쭈꾸미

뻔하고 흔한 잣요리에 질렸다면 이곳을 주목해 보면 어떨까? 진정한 맛집은 자신 있게 단일 메뉴를 판다는 말처럼, 자시오잣쭈꾸미는 '잣쭈꾸미' 한 가지로 승부 보는 곳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천공녀, 이충일 부부는 15년 전 이 자리에 식당을 개업했다. 처음에는 감자탕과 주꾸미, 두 가지를 주력 메뉴로 내세웠지만, 개업 1년 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다짐으로 현재의 단일메뉴 체제로 전환했다.

사장 부부는 더 맛있는 주꾸미 요리를 만들기 위해 한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삼시세끼 주꾸미만 먹었고, 특별한 양념 소스를 개발하기 위해 잣나무솔잎, 잣과 같은 생소한 재료를 사용해 주꾸미 양념도 만들었다. 현재의 '잣쭈꾸미'는 이러한 시행착오와 개발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주문 즉시 손질해 둔 주꾸미에 양념을 묻혀 내놓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음식이 준비되기까지 15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특별한 양념이 밴 신선한 주꾸미가 모든 기다림을 후회 없이 만들어준다.

볶음밥 역시 놓쳐서는 안 되는 별미다. 특제 소스를 졸이고 졸여, 수분을 최소화함으로써 꼬들꼬들한 볶음밥의 식감을 살리는 것이 비법이다. 사장 부부가 직접 만든 동치미는 주꾸미의 매콤함을 적절하게 잡아주는 균형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동치미만 따로 팔아달라는 단골들의 요청도 많아, 포장판매도 하고 있다. 매장에서는 셀프반찬 코너에서 무한으로 즐길 수 있다.

식사시간만 되면 현지인들이 줄을 잇는다. 서울과 춘천을 잇는 자전거길과 인접해 있어 자전거 라이딩을 하다 들르기도 좋다.

메뉴

잣쭈꾸미 (1인분) 1만6,500원 (첫 주문, 추가 주문 모두 2인부터 가능) 우삼겹사리 1만 원, 새우사리 1만 원, 계란찜 5,000원, 볶음밥 3,000원, 동치미(2L) 1만2,000원.

주소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구청평로 61

문의

031-582-9349

영업시간

평일 오후 5시~오후 9시, 주말 오후 4시~오후 9시 (마지막 주문 오후 8시, 매주 수요일 휴무).

김가네 잣두부
절구 빻은 잣을 넣은 고소한 잣두부

서리산(832m) 근처에 위치한 잣두부 맛집이다. 가게 이름처럼 이곳의 메뉴는 단순하다. '두부요리' 하나에 집중한다. 안미자 사장은 7년째 이곳에서 두부를 만들며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김가네 잣두부에서 맛볼 수 있는 두부요리는 모두 순수 100% 우리콩으로 만든다. 매일 새벽 5시, 식당은 두부 만드는 냄새로 아침을 시작한다. 보통 아침에 만드는 두부는 약 2말 분량. 3시간 정도 걸린다. 물이 펄펄 끓는 가마솥에 갈아 넣은 콩물을 넣고 약 1시간 30분 동안 쉬지 않고 손수 저어줌으로써 고소한 콩물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이후 간수 넣은 콩물을 두부틀에 넣어 굳힐 때, 그 위에 절구에 빻은 잣을 함께 올린다. 이 과정에서 잣 특유의 향이 두부에 은은하게 배어 든다.

대표메뉴는 두부전골이다. 육수, 다대기,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잣두부 등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외관은 보기와 달리 풍부한 맛을 숨기고 있다. 고기를 넣지 않고 야채만으로 우려낸 시원한 육수와 김가네 잣두부의 특제 다대기가 개운함과 얼큰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은 정성 가득 담긴 반찬이다. 제철나물, 갓김치, 볶음김치와 같은 반찬은 두부의 맛을 더욱 다채롭게 한다. 두부와 함께 곁들여 먹기 좋다. 특히 가게 옆 텃밭에서 농사지은 갓으로 만든 갓김치와 저장고에서 일 년 정도 묵은 김치로 만든 볶음김치는 상당한 존재감을 뽐낸다.

닭과 오리로 만든 백숙과 볶음탕을 찾는 단골도 많다. 닭, 오리 요리를 먹기 위해서는 적어도 방문 1시간 전에 예약해야 한다.

메뉴

두부전골(1인분) 1만2,000원, 콩국수 1만 원, 잣생두부 1만5,000원, 두부지짐 1만8,000원, 닭백숙 6만5,000원, 닭볶음탕 6만5,000원, 오리볶음탕 7만 원.

주소

경기도 가평군 상면 역촌길 7-10

문의

031-584-2957

영업시간

매일 오전 7시~오후 9시 (마지막 주문 오후 8시)

가평축령산잣영농조합

가장 신선하고 저렴한 가평 잣을 맛보는 법

가평에서 5대째 잣나무를 재배하며 50여 년간 잣을 생산하고 있는 가평 '잣장인' 이수근 대표가 운영하는 잣 전문 판매점이다. 이 대표는 "최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분들도 많지만 가장 신선하고 저렴하게 가평 잣을 살 수 있는 건 바로 이곳"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00년 잣의 유통 구조를 바꾸기 위해 인근 농가들과 함께 가평군 축령산 잣영농조합을 설립했다. 이후 직접 잣을 가공·포장해 유통하기 시작했으며, 탈각·세척·건조 등 20단계의 잣 생산 작업을 기계화하고 위생도 엄격히 관리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게 됐다.

또한 이곳이 특별한 건 잣을 단순히 가공해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 색다른 제품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초임계 추출 공법으로 저온 추출해 자연 그대로의 풍미를 살린 '잣 오일', 그리고 잣나무 피톤치드를 함유시킨 무자극 고보습 '잣비누', 두부의 부드러운 식감과 고구마의 고소한 풍미를 한꺼번에 담은 '가평잣 두부과자', 고소한 잣과 달콤한 초콜릿이 신기한 궁합을 이룬 '가평잣 초코볼' 등이다. 이 대표는 "90%의 잣 농가가 원료를 그냥 가공해서 팔기만 한다"며 "나머지 10%의 농가만 우리처럼 원료를 더 다양하게 제품화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가평잣 1kg 11만 원. 500g 5만7,000원. 300g 3만6,000원. 송이잣 200g 2만5,000원. 가평잣 스틱세트(10g, 30봉) 3만9,000원. 가평잣 밀크, 새싹보리, 다크 초코볼(50g) 7,000원

주소

경기 가평군 상면 축령로 70 가평영농조합

문의

031-585-6969

영업시간

9시~18시

송원
불포화지방산 한가득… 자연을 그대로 담은 힐링밥상

"저희는 재료의 풍미를 그대로 살린 깔끔하고 건강한 맛이 특징입니다. 딱히 광고를 한 적이 없는데 이 맛을 많이 좋아해 주셔서 동네 맛집으로 소문이 났죠. 주차 공간이 넓은 편인데도 워낙 손님이 많이 와서 더 오시면 곤란한 상황이에요."

송원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가평 잣을 이용해 두부 요리를 선보이는 맛집이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도 많이 찾아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잣을 넣은 모두부, 순두부 모두 직접 만들며 가급적 당일 생산한 것으로 제공하려고 한다. 특히 다른 식당들에 비해 잣을 좀 더 많이 쓰는 점이 차별화한 포인트라고 한다.

추천하는 메뉴는 잣두부 버섯전골·보쌈 보리밥 정식. 사이사이에 콕콕 잣이 박혀 있는 두부가 담긴 버섯전골과 보쌈, 메밀전, 나물류, 잣두부, 순두부, 모둠쌈, 강된장, 보리밥으로 풍성하게 구성돼 있어 등산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한껏 채울 수 있다.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고 깊은 맛을 보여 주기에 배불리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포만감이 무척 편안하다.

먹는 법은 간단하다. 보리밥에 나물을 조금씩 골고루 넣고 강된장과 고추장을 한 스푼씩 넣은 뒤 들기름을 넣고 비벼 먹으면 된다. 매장은 깔끔하고 넓은 편이다. 예약은 받지 않고 선착순으로 입장 가능하다.

메뉴

잣두부 버섯전골·보쌈 보리밥 정식 1만8,000원. 잣두부 버섯전골 보리밥 1만6,000원. 잣순두부 보리밥 1만4,000원. 가평잣막걸리 5,000원. 가평잣 모두부 포장(약 1kg) 8,000원.

주소

경기 가평군 상면 수목원로 72

문의

031-585-5571

영업시간

9시~20시

가평휴게소
소고기국밥, 맛남샌드, 잣 츄러스… 잣 테마파크

가평의 잣 맛은 가평휴게소에서도 맛볼 수 있다. 굳이 가평읍까지 들어가 식당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된다. 여기 특별한 소고기국밥이 있다. 세상에! 잣을 얹은 국밥을 먹어본 적 있는가? 대부분 그 모양을 생각해본 적 없을 텐데, 이 휴게소에서 파는 잣 스무 알이 통째로 들어간 소고기국밥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음식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맛이 어떨까? 얼큰함과 고소한 맛은 얼핏 상상하기에 잘 안 어울린다. 하지만 직접 맛을 보면 둘은 상당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걸 대번에 깨닫는다.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국물을 목구멍 안쪽으로 넘기고 나면 작은 알갱이가 혀 위에 남는데, 이것은 확실한 보너스, 감동을 주는 서비스와 같다. 알갱이를 씹는 맛과 동시에 고소함이 짜릿하게 입 안에 퍼진다. 그 고소함은 숟가락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들며 결국 순식간에 국밥 한 그릇 '뚝딱' 비울 수 있게 한다. 참고로 이 국밥의 국물 맛 비법은 잣 육수에 있다.

가평휴게소의 잣 들어간 음식은 소고기국밥 말고도 또 있다. 가평잣산채비빔밥에도 잣이 들어 있다. 파리바게트에 가면 전국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잣 들어간 '가평맛남샌드'도 판다. 바삭하게 구운 버터 쿠키 안에 버터크림과 캐러맬, 가평산 잣이 들어가 있다. 가평 잣 도나쓰와 가평 잣 츄러스, 잣이오 땅콩라떼, 호두 잣 과자, 잣 미숫가루 라떼도 가평휴게소에서만 맛볼 수 있다. 가평휴게소는 일반 고속도로 휴게소답지 않게 '맛집'으로 소문났는데, 가평 잣이 휴게소의 품격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메뉴

가평잣소고기국밥 1만 원, 가평잣산채비빔밥 1만 원, 가평잣츄러스 4,500원, 가평맛남샌드 1만6,000원(10개), 가평잣도나쓰 5,500원, 잣이오 땅콩라떼 4,700원, 호두잣과자 5,000원

주소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미사리로540번길 51

문의

031-584-1426(춘천 방향), 584-1425(서울 방향)

영업시간

연중무휴

옥지춘
조선시대 잣막걸리 복원에 성공했다

시중에 잣막걸리는 많다. 하지만 옥지춘처럼 술 빚는 데 정성을 들였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는 양조장은 얼마 없다. 옥지춘은 우리나라 최초의 조리서로 알려진 조선시대 <산가요록>을 참고해 만들었다. 이 책에는 66가지 술 양조법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중 잣을 이용한 막걸리 제조법을 따라했다. 다만 모든 과정을 똑같이 할 순 없었다.

옥지춘을 만든 ㈜우리술 박성기 대표에 따르면 옥지춘이 탄생하기까지 무려 10년이나 걸렸다. 그 이유는 <산가요록>에 적힌 양조법을 지금 그대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가요록>엔 백설기를 끓인 물에 풀어 밑술로 하고 찹쌀 고두밥을 덧술로 하라고 적혀 있다. 옥지춘은 백설기 대신 멥쌀 고두밥을 밑술로 했다. 그래도 그 맛의 원형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양조용 쌀은 토종벼 '흰베' 품종을 사용했고, 토종 누룩과 가평 잣 외에 어떠한 감미도 하지 않았다. 특히 일반 잣막걸리보다 10배나 많은 양의 잣을 썼다고 박 대표는 밝혔다.

옥지춘은 다른 잣막걸리보다 잣 향과 맛이 진하다. 하지만 신맛이 강하다. 원형대로 빚어서 그렇다.

가격

1만2,000원.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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