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하드라마’의 숨은 조연은 2000년생 전력분석관? “감독님은 제 평생의 은인입니다”

이준희 2024. 5.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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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러스의 '태하드라마'가 연일 시청률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2023년 말, 포항 감독으로 부임하며 연맹을 떠난 박태하 감독이 가장 먼저 영입한 건 선수가 아닌 바로 서 분석관이었다.

비시즌 동안 박태하 감독은 포항의 유일한 분석관인 서 분석관과 함께 포항의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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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러스의 유일한 분석관인 2000년생 23살 서현규씨.


포항스틸러스의 '태하드라마'가 연일 시청률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2라운드를 마친 현재 포항은 리그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날 때만 해도 모두 포항의 위기를 이야기했지만, 우려를 비웃듯 '박태하 표' 포항은 더 단단한 팀이 됐다.

잘 나가는 태하드라마엔 박태하, '극장골' 정재희 등 주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초 연기를 톡톡히 하는 조연들의 힘도 포항의 상승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박태하 감독이 직접 '캐스팅'한 신인 스태프 2000년생 23살 전력분석관 서현규 씨도 태하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원이다.

서현규씨는 박태하 감독이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 시절 3년간 연맹에서 함께 일했던 분석관이다.


전주대학교 축구학과를 나온 '비선수 출신' 서 분석관은 졸업 후 연맹에 입사해 월간 테크니컬 리포트 작성과 연맹 유튜브 '전술 후술' 코너를 맡아 역량을 펼치기 시작했다.

서 분석관이 짧은 식견으로 초안을 작성해서 올리면 박태하 위원장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종 검수 역할을 담당하며 리포트와 영상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사회초년생이던 서 분석관은 3년간 박태하 위원장과 함께 일하며 '학문'으로만 접하던 축구에 본격 눈을 뜨기 시작했고 점점 '프로'가 되어갔다.


그리고 2023년 말, 포항 감독으로 부임하며 연맹을 떠난 박태하 감독이 가장 먼저 영입한 건 선수가 아닌 바로 서 분석관이었다. "현규야, 너 나랑 포함에서 함께 일 해보지 않을래?"

비시즌 동안 박태하 감독은 포항의 유일한 분석관인 서 분석관과 함께 포항의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박태하 감독이 구상하고 또 원하는 축구 철학을 서 분석관은 국내외 수많은 경기 영상을 찾아 '시각화'했다.

그렇게 '빌드업'에 기반을 둔 박태하 표 포항 축구는 조금씩 구체화 됐고, 시즌 시작과 함께 K리그를 놀라게 하고 있다.

프로 입성 다섯 달이 지났지만, 서 분석관은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감독님의 제안을 받고 믿기지 않았어요. 제가 K리그 명문 포항에서 일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낮은 무대부터 시작해 올라갈 계획이었는데, 한 번에 너무 높은 무대에 오게 돼서 부담도 크고, 또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연맹 때와는 달리 이제는 실전이잖아요. 걱정이 많이 됐죠. 제가 열정만 넘쳐서 처음에는 자료를 정말 많이 준비했는데, 감독님께서 여기는 프로다, 이렇게 많은 자료 다 못 본다, 간결하게 준비하라 해서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저는 이제 막 배우는 단계라 지금 태하드라마에서 제 비중은 아마 1%도 되지 않을 거예요."

매일 아침 감독과 단둘이 미팅을 하는 서 분석관에겐 아버지뻘인 박태하 감독이 어렵진 않을까?
(1968년생 박태하 감독과 2000년생 서 분석관의 나이는 32살 차이가 난다)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박 감독님 아드님이 실제로 저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위원장님으로 만날 때는 '성적'이라는 압박이 없었는데 프로에서 '감독님'으로 만나니 또 다르더라고요. 감독님도 위원장님 때와는 분명 달라지셨고요. 그래도 감독님이 정말 자상하세요. 부담 안 주시려고 하고요. 늘 아랫사람 먼저 챙겨주시려 하고 열려있으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박태하 감독을 은인으로 생각한다는 서 분석관은 박태하를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감독님은 저를 프로 무대에 있게 해준, 제 은인이시거든요. 지금 1년이 감독님께도 정말 중요한 시기잖아요. 포항 레전드이기도 하고요. 레전드가 성적 부진으로 비판을 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 역시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정말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죠."

비선수출신도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걸 꼭 증명하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힌 서 분석관. 태하드라마의 보이지 않는 조연으로 묵묵히 자신의 갈 길을 걸어갈 계획이다.

"저는 가장 낮은 위치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 역할은 그게 맞고요. 주연은 감독님, 코칭스태프, 선수들이죠. 저는 그저 팀이 잘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언젠간 감독으로 주연으로 올라서는 날도 꿈꾸는가?) 꿈은 당연히 가지고 있어요. 당장은 어렵겠지만, 언젠가 비선수출신도 감독이 되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제가 분석관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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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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