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시위, 트럼프에게 유리할까 바이든에게 유리할까?

국승민 2024. 5. 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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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가 곳곳에 반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 반대를 외쳤던 시위에 비견되는 규모다. 시위를 둘러싼 찬반 양태는 미국의 세대 전선을 드러내고 있다.
4월30일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이 경찰에 대응해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AP Photo

전국으로 퍼진 미국 대학 시위를 보면서 대부분은 같은 의문을 품을 것이다. ‘트럼프에게 유리할까, 바이든에게 유리할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답은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다’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좀 더 복잡한 속사정이 있다. 미국 선거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주제, 바로 ‘18~29세 유권자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바이든에게 Z세대는 골칫거리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은 18~29세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투표율은 46%로 비록 낮았지만, 조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보다 29%포인트 높은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경선 당시만 해도 장담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당내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가 18~29세 유권자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은 반면, 바이든은 젊은 유권자에게 외면당했다. 2020년 2월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여론조사에 의하면, 18~29세 유권자는 42%가 샌더스를 1순위로 지지한 데 비해 14%만이 바이든을 지지했다.

이러한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든이 쏟은 가장 큰 노력은 민주당 내 진보파인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같은 의원의 의견과 정책을 적극 수용한 것이다. 바이든의 대표 법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도 진보파의 의제다.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으로 대표되는 인사 임명도 진보파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바이든이 강한 진보 색채를 지닌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을 두고 “난 오래전에 깨달았다. 저 여성 의원을 경청해야 한다. 꼭 경청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민주당 지지층이 분열하지 않도록 노력한 결실이 2020년 선거 그리고 집권 후 계속되었다. 최소한 지난해 10월7일까지는 이어지는 듯했다.

“바이든-트럼프 차이 못 느끼겠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차이를 못 느끼겠다.” 바이든의 친이스라엘 행보에 비판적인 진보 성향 유권자와 대학가 시위대가 자주 하는 말이다. 이러한 정서를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바이든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떨어졌다. 낮은 국정 지지율이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그림 1〉).

바이든이 민주당의 통합을 최우선시했음에도 당내 세대 갈등은 왜 다시 불거졌을까? 왜 하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도화선이 됐을까? 여러 설명이 존재하지만, 민주당 내 주류 중도진보의 시각을 보면 갈등의 핵심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민주당 내 기성 주류 세력은 이스라엘을 우방이라고 여긴다. 중동 내에 적으로부터 둘러싸인 이스라엘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다. 꺼져가는 이스라엘 내 진보세력에 아직 희망을 걸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에 비해 Z세대는 2010년 이후 국제 문제를 배우기 시작해, 이스라엘 총리를 네타냐후로만 기억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생각할 때에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불법 점령을 먼저 떠올린다. 우경화된 이스라엘 정부가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처럼 인종 분리 통치를 한다고 믿는다. 민주당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은 젊은 진보를 ‘반유대주의’라고 비난한다.

민주당 내부 갈등을 더 뿌리 깊은 데서 보는 시각도 많다. 젊은 진보세력의 이념은 ‘사회정의 진보(Social Justice Leftism)’이며 기성 진보와 다르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정의 진보’는 인종·젠더·성정체성 등에 따른 구조적 차별을 반대하며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주장이다. 때로는 ‘워키즘(wokeism)’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에서 흔히 ‘PC(Political Correctness)’라 부르는 가치를 젊은 진보의 이념이라고 본다. 민주당의 기성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런 ‘젊은 진보’의 이념은 자유주의와 대척되는 것이며 민주당을 위기로 몰고 갈 것이라 믿는다.

기성 민주당 주류 오피니언 리더들은 ‘사회정의 진보'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험하다고 본다. 첫째, 인종이나 젠더와 같은 집단 정체성을 강조하는 젊은 진보는 개인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와 충돌한다. 둘째, 표현의 자유와 같은 자유주의의 핵심 가치를 부정한다. 셋째, 강자와 약자, 억압자와 피억압자로 세상을 나눠서 보는 세계관은 강자와 억압자에 대한 부당한 공격을 정당화하게 된다. 특히 세 번째 지점에서 기성 주류는 젊은 진보를 반유대주의에 빠지게 하는 이유라고 의심한다.

그렇기에 기성 진보는 젊은 진보를 경계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 선거 예측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를 설립했던 네이트 실버는 ‘사회정의 진보’가 사회주의를 대체하고 트럼프식 보수(MAGA conservatism)가 보수주의를 대체하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많은 기성 진보가 ‘사회정의 진보’를 트럼프식 보수처럼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고까지 예측했다(〈그림 2〉 참조).

젊은 진보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이들을 다르게 설명한다. 젊은 진보의 ‘사회정의 진보’는 미국 내 기성 진보와 같은 결이라는 것이다. 시민권 운동, 여성 참정권 등이 그 예시다. 기성 진보가 타협적인 태도 내지는 패배주의적 태도로 덮고 넘어가려 했던 잘못된 과거사를, 젊은 진보가 적극적으로 고쳐나가고자 한다고 평가한다. 젊은 진보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슈들이 인종적으로 더 다양한 젊은 세대들에게 더 피부에 와닿는다고 지적한다. 젊은 진보가 이스라엘을 적극 비판하는 이유도 팔레스타인의 민간이 겪는 참상에 대해 연대하고 같이 싸우려 하는 인간적 반응이라는 것이다.

대선 앞둔 바이든, 최악의 시나리오

공화당은 이러한 진보 진영 내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학가의 이념적 편향을 공격해왔던 공화당 의원들은 반유대주의에 대학이 온정적이라는 비판까지 퍼부으며 결국 하버드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 총장의 사퇴를 이끌어냈다.

전국적 시위의 발단도 공화당 주도로 컬럼비아 대학 총장 청문회를 열면서부터다. 다른 두 총장의 사퇴를 본 컬럼비아 대학의 네맛 샤피크 총장은 대학 내 반이스라엘 학생 운동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겠다고 청문회에서 약속했고, 결국 이에 저항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경찰을 불러들이면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컬럼비아 대학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반유대주의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명분을 댔지만 속내는 달랐다. 외부 압박을 견디지 못한 샤피크 총장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이러한 마이크 존슨 의장의 ‘정치적 동기’는 성공했다. 갈등의 불씨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되었다.

진보 진영 내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의 이념 갈등이 올 11월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까?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보면, 아직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 정책대학원 정치연구소에서 지난 3월 18~29세 유권자 201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꼽은 비율은 2%에 불과했다.

이슈의 중요도를 물은 또 다른 질문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덜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61%로, ‘더 중요하다’고 답한 34%를 크게 웃돌았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뉴스를 열심히 보는 비율은 38%로, 열심히 보지 않는다는 비율(60%)이 훨씬 컸다. 18~29세 유권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와 인플레이션이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점은 다른 세대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젊은 유권자들이 인플레이션 완화와 경제 회복세를 충분히 느끼기 전까지, 바이든의 재선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여론조사에서 대선 때 바이든을 찍겠다는 젊은 유권자는 28%이고 트럼프를 찍겠다는 비율은 25%다. 불과 3%포인트 차이다. 선거에서 실제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살펴도, 바이든의 넉넉한 우세는 점치기 힘들다.

적극 투표 의향 유권자(likely voter)에서는 바이든의 지지세가 트럼프의 지지세보다 13%포인트 높기는 하지만, 2020년의 격차는 29%포인트였다. 거꾸로 말하면, 그때보다 젊은 유권자층에서 트럼프가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 조사 결과대로 2024년 대선이 치러진다고 시뮬레이션을 하면 바이든은 격전지로 꼽히는 조지아주, 애리조나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에서 진다. 대선 패배가 예상되는 결과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슈가 중요도에서 경제에 밀린다고 바이든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젊은 유권자에게 팔레스타인 시민, 이스라엘 시민, 팔레스타인 정부, 이스라엘 정부 중 어디에 가장 공감하는지 물었다. 56%가 팔레스타인 시민이라고 응답했다. 정부끼리 비교해도 팔레스타인 정부 32%, 이스라엘 정부 29%였다. 팔레스타인 정부에 더 공감한다는 의견이 근소하게 앞섰다. 바이든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슈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긍정 18%, 부정 76%다. 부정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다.

바이든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실패하고 라파 공격이 진행될 경우다. 젊은 유권자의 표심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슈가 더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1968년(베트남전쟁)이나 1980년(주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당시 민주당 대통령들이 해외에서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린 것과 같은 상황에 바이든이 처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미국 명문 대학의 젊은 진보세대는 민주당 내 활동가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민주당 내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분열상도 기로에 놓였다. 바이든은 미국 전국 각지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경찰들의 시위 진압 모습을 보며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국승민 (미시간 주립대학 정치학과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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