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김지은 기자 2024. 5.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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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 보는 것 같네."

지난 16일 오후 2시쯤 서울 명륜동에 있는 문묘 앞마당.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과 서울 종로구청은 이날 '서울 문묘·성균관' 지붕 보수 공사 현장을 일반 시민들에게 깜짝 공개했다.

서울 문묘와 성균관은 조선시대에 공자를 비롯한 선현의 제사와 유학 교육을 담당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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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가유산청 출범… 전국 31개소 국가유산 수리현장 특별공개
16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성균관 대성전 지붕. 이날 문화재청은 지붕 보수 공사 현장을 일반 시민들에게 특별 공개했다. /사진=김지은 기자


"새로운 세상 보는 것 같네."

지난 16일 오후 2시쯤 서울 명륜동에 있는 문묘 앞마당. 하얀색 안전모에 노란 조끼를 입은 여성이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대성전 지붕을 보며 감탄했다. 그는 "600년 조선의 역사가 여기 다 담겨 있다"며 "우리 조상들이 참 대단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과 서울 종로구청은 이날 '서울 문묘·성균관' 지붕 보수 공사 현장을 일반 시민들에게 깜짝 공개했다. 스무명이 넘는 시민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문화재를 구석 구석 살펴보며 사진 촬영도 하고 메모를 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17일 국가유산청으로 명칭을 바꿔 새롭게 출범하는 것을 계기로 5월 한 달 동안 전국 31개소 국가유산 수리현장을 특별 공개했다.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이 지난해 국가유산기본법 등으로 제·개정되면서 문화재청 이름도 17일부터 국가유산청으로 바뀌게 됐다.

대성전 지붕, 왜 보수 작업 나서게 됐나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성균관 대성전 지붕. 해체 작업을 한 뒤에 지붕에는 목재만 남아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서울 문묘와 성균관은 조선시대에 공자를 비롯한 선현의 제사와 유학 교육을 담당하던 곳이다. 문묘의 대성전은 선조(재위 1567∼1608) 때인 1601~1602년에 지었다.

문화재청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화재 모니터링을 진행해왔다. 대성전은 2014년 B등급을 받으며 중점 관리 대상이 됐다. 2020년에는 양성마루에 균열이 생기고 처마 처짐 현상이 일어나면서 E등급을 받았고 그 때부터 본격적인 보수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은 대성전 지붕에 있던 기와, 철물 등을 모두 해체하고 남은 목재 부분의 훼손 정도를 파악했다. 지붕에 있던 부재들은 손상 정도에 따라 분류해놨으며 보존 처리 과정을 거쳐 재사용할 예정이다.

김현정 현창문화재기술단 부장은 "옛 부재들을 최대한 사용하는게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재사용이 어려운 부재들은 오히려 나중에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문화 기술 전문 위원들과 협의를 거쳐서 보존이 어려운 것들은 또 다른 제작 과정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18.8m 평고대, 피뢰침… 대성전 지붕서 발견된 '보물'

대성전 지붕에서 발견된 18.8m 길이의 평고대. 평고대는 한옥의 자연스러운 처마 곡선을 결정하는 고건축의 핵심 부재다.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은 지붕 해체 과정에서 대성전만의 고유한 특징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것이 18.8m 길이의 평고대다. 평고대는 한옥의 자연스러운 처마 곡선을 결정하는 고건축의 핵심 부재를 말한다.

김 부장은 "평고대가 18.8m나 되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보통 직선 목재를 곡선으로 하면 쉽게 부서진다. 보통 부분 부분 잘라서 연결하는데 이렇게 긴 평고대를 오랫동안 유지한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지붕 해체 과정에서 피뢰침이 발견되기도 했다. 피뢰침은 건물 최상단에 설치되는 금속 막대를 말한다. 낙뢰가 떨어졌을 때 전기가 흙 속으로 빠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해설 전문가는 "원래는 굉장히 길었던 건데 지금은 짧게 발견이 된 것을 볼 수 있다"며 "현재 명륜당에 있는 피뢰침은 사라졌고 대성전만 이렇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대성전 지붕에서 발견된 피뢰침. 낙뢰가 떨어졌을 때 전기가 흙 속으로 빠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김지은 기자

"건축 능력 뛰어나다" 깜짝 놀란 시민들

대성전 지붕 해체 작업에서 나온 기와들. 손상 정도에 따라 분류했다. /사진=김지은 기자

시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50대 김모씨는 "서울시에서 이런 행사를 한다고 해서 우연히 찾아왔다"며 "대성전 아래에서 실제 부재들을 살펴볼 수도 있고 나무도 만져볼 수 있어 신기했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직접 보고 듣지 않으면 역사적 의미를 알지 못했을텐데 너무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우리나라의 뿌리를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별 공개 수리현장 관람을 원하는 시민들은 각 관할 지자체에 일정과 장소 등을 확인 후 직접 신청하면 된다. 대성전 지붕 보수 작업의 경우,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된다.

김 부장은 "시민들이 문화재 복원 처리 과정을 직접 살펴보고 그 의미를 이해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보수 작업은 해체 이전의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구현하는 게 중요한 만큼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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