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장·차남, 그룹 디지털化 전면에… 쉽지 않은 경영승계 [2024 후계자들]

IT조선 전대현 기자 2024. 5.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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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신중하 팀장, 그룹 디지털 전환 총대
오너 일가 지분 신창재 의장 집중…지주사 전환 필요 ‘가시밭길’

지난 3월 교보생명은 5개 자회사(교보증권, 교보문구, 교보DTS,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디플래닉스) 대표를 한데 불러 모았다. 그룹 디지털 전환의 핵심 요소인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다짐하는 자리다.

지난해 3월 26일 교보생명과 주요 자회사 6자간 '교보그룹 데이터 체계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MOU 체결식이 진행됐다. (맨 오른쪽)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팀장(現 그룹데이터전략TF장) / 교보생명

계열사 대표와 교보생명의 디지털 관련 임원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 팀장급으로는 드물게 신중하 데이터전략팀장(현 데이터전략TF장)이 참석했다. 바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날 행사에 대해 교보생명이 얼마나 디지털 전환에 진심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향후 지주사 설립과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 디지털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임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룹의 데이터 전략이 경영승계 지렛대로 작용할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창재 회장은 ‘보험의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는 인사 중 하나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 추라는 판단에서다. 교보생명은 ‘고객 중심 디지털 혁신 가속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아직 전체 판매채널에서 대면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임에도 국내 유일 디지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하 교보라이프)을 출범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두 아들 모두 디지털 관련 업무…승계 작업은 아직

신용호 창업회장 부름에 따라 2000년 대표직에 오른 신창재 의장은 ‘양손잡이 경영’을 강조한다. 한 손으로는 기존 보험사업에서 수익성을 증대하고 다른 손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과거 역사가 미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위기의식하에 지속 성장을 주문한다.

두 아들에 대해서도 양손잡이 경영수업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자식들도 충분한 경영능력을 갖추면 후보가 될 수 있으나 반대라면 불가능하다는 철학을 고수한다는 후문이다. 확고한 후계철학을 앞세우다보니 승계 속도는 타 오너계 보험사 대비 더딘 편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이사회 의장 / 조선DB

장남 신중하(1981년생) 씨는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크레디트스위스 서울 지점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에 입사 ▲교보정보통신 디지털 혁신(DX) 신사업 팀장 ▲교보정보통신 디플래닉스 디지털 전략 총괄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4월 교보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뒤 현재 그룹데이터 TF장(부장급)을 맡고 있다.

그룹데이터부서는 ‘지속경영기획실’ 산하에 편재된 조직으로 신 의장 직속부서로 알려졌다. 그룹 내 6개 계열사 고객 데이터 통합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지주사 전환 과정에 있어 계열사 간 데이터 연계작업 등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차남 신중현(1983년생) 씨는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일본 SBI금융그룹 계열사 인터넷 전문은행 ‘SBI스미신넷뱅크’와 ‘SBI손해보험’ 등에서 전략·경영기획 업무를 보기도 했다.

2020년 교보라이프에 입사해 지난달 디지털전략팀장에서 디지털전략실장으로 승진했다. 디지털 플랫폼 강화를 비롯해 타 플랫폼과 파트너십 체결, 데이터·상품·자본 제휴 등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아직까지 공식석상에 나타난 적은 없지만, 그룹의 디지털 전환 첨병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다.

신창재 회장 2조원대 풋옵션 분쟁…기관투자자 리스크, IPO 험난

현재 두 아들 모두 교보생명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까지 경영승계 관련, 구체화된 것이 없어 향후 어떤 방식을 택할 지 불투명하다. 증여 외에는 두 사람에게 지분을 나눠줄 방법이 없는데, 신창재 의장 지분 전량 증여는 세금 이슈로 부담이 크다.

유상증자 등 신주발행을 통한 지분 매입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요 주주 어피너티컨소시엄(지분율 24%)과의 풋옵션(주식을 되팔 권리) 분쟁 탓이다. 신주발행 시 주식가치 희석으로 주주 반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컨소시엄과 풋옵션 행사가격(FMV)를 두고 이견을 쉽사리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가디언홀딩스(9.05%) ▲헤니르 유한회사(5.23%) ▲KLIC홀딩스(5.23%) ▲싱가포르투자청(4.50%)으로 구성됐다. 풋옵션을 조건으로 2012년 교보생명에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신창재 의장에게 주당 40만9000원에 주식을 되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해당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려면 2조원 이상 필요하다. 시장에서 판단하는 주당 적정가격은 19만원 선이다. 국제 중재판정부(ICC)에 신청한 2차 중재 결과는 이르면 3분기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창재 의장 지분율은 33.78%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다 합한 지분율은 36.37%로 지난해 초 36.91%대비 0.54%포인트 줄었다. 신창재 의장의 누나 신경애씨와 신영애씨가 지분을 각각 30만주씩 매도한 까닭이다.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컨소시엄을 비롯해 ▲코셰어 인베스터스(9.79%) ▲타이거홀딩스(캐나다 온타리오 교직원연금·7.62%) ▲한국수출입은행(5.85%) ▲KLI인베스터스(어펄마·5.33%) 등 재무적투자자(FI) 지분율이 상당하다. 추가적인 지배력 확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오너 승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는 있으나 상장이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 미지수다. 향후 FI와의 분쟁으로 기업공개(IPO) 절차가 무산된다면 경영승계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회사의 기업공개(IPO) 추진 과정 및 지배구조의 변동 가능성을 모니터링 중”이라며 “향후 IPO 등의 경과에 따라 회사의 지배구조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어 동 사안의 진행과정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보생명이 내년말까지 지주사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승계구도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지주 주식 대신 계열사 지분을 일부 증여한 뒤 계열사 경영을 우선 맡기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는 관측이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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