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 적발된 ‘30세 대체선발 깜짝스타’..해프닝일까 부정한 성과였을까[슬로우볼]

안형준 2024. 5.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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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그저 해프닝일까 아니면 부정한 힘으로 얻은 성과였을까.

휴스턴 애스트로스 로넬 블랑코는 5월 15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경기에서 퇴장을 당했다. 이물질 적발로 인한 퇴장. 이날 선발등판해 3이닝을 투구한 블랑코는 4회 마운드에 오르다가 심판진에게 글러브 검사를 받았고 퇴장이 선언됐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2021년 투수의 이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강화했다. 심판이 투수의 손, 장비 등을 언제든 검사할 수 있고 규정된 로진 이외의 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퇴장시킬 수 있다. 이물질 적발로 퇴장을 당한 선수는 1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는다.

사무국은 규정에 따라 16일 블랑코에게 10일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MLB.com에 따르면 블랑코는 항소하지 않고 징계를 받아들였다. 원래는 항소할 예정이었지만 에이전트와 상의 후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턴 구단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 그리고 이번 일을 '별일 아닌 해프닝'으로 삼으려는 듯하다. MLB.com에 따르면 휴스턴 다나 브라운 단장은 "블랑코는 '항소하지 않고 돌아가서 보여주겠다'는 마음인 것 같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이다"며 "블랑코는 땀이 많은 선수다. 마치 농구코트를 뛰어다닌 것처럼 땀을 흘린다. 그저 땀이 로진과 섞인 것 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공을 던지지 않는 손(글러브를 낀 손)에는 로진을 바르면 안되는 것이 규정이고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모두 교육을 했지만 블랑코가 그 점을 미처 숙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저 땀이 많은 선수의 해프닝일 뿐이고 돌아가서 보여주면 되니 억울하다고 항소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조 에스파다 감독은 "글러브를 새걸로 바꾸고 계속 투구하겠다고 했지만 심판진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심판진은 1회 글러브를 검사했을 때는 끈적이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같은 글러브인데 말이다"고 항변했다. 블랑코는 땀이 많이 날 때는 왼팔에도 로진을 바른다며 "글러브에 로진이 묻었다면 왼손에도 묻어야 한다. 하지만 심판진은 내 맨손은 검사하지 않았다"고 역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이상한 항변이다. 글러브를 새 것으로 바꾸고 던지겠다는 것은 '미수였으니 넘어가자'는 것이나 다르지 않고 직전 이닝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부정행위의 가능성을 배제하게 된다. 1회에는 끈적이지 않았으니 4회에도 문제없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또 글러브에 이물질을 묻히는 투수들은 던지는 손에 그 이물질을 바르기 위해 묻히는 것인 만큼 글러브를 낀 손에 이물질이 묻어있는지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블랑코는 올시즌 초반 가장 돋보인 투수 중 하나다. 1993년생으로 30세인 블랑코는 2022년 28세 나이로 빅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2시즌 동안 24경기 58.1이닝, 2승 1패, 평균자책점 4.78을 기록한 것이 전부인 투수였다. 올시즌에는 기존 로테이션 투수들의 부상으로 개막 5선발로 기회를 얻었다.

프로 커리어 내내 한 번도 돋보인 적이 없었던 30세 블랑코는 시즌 첫 등판에서 무려 노히터를 달성하며 승리를 따냈고 승승장구했다. 퇴장을 당한 15일 경기 이전까지 7경기에서 44.1이닝을 투구했고 4승, 평균자책점 2.23의 빼어난 피칭을 펼쳤다. 사실상 올시즌 휴스턴의 에이스였다.

물론 성적의 급격한 향상을 무조건 '반칙' 탓으로 볼 수는 없다. 블랑코에게 이물질의 전형적인 '증상'인 회전 수의 급격한 증가는 없었다. 공 자체는 그대로였다. 블랑코가 지난 2년에 비해 올해 달라진 것은 바로 커맨드. 볼넷 허용 자체는 여전히 많아 예년과 비슷하지만 하이 패스트볼과 낮은 슬라이더의 커맨드가 확실히 좋아졌다. 그리고 체인지업 구사를 늘리며 투구 패턴에도 변화를 줬다.

하지만 이물질 적발을 당한 만큼 올시즌 초반의 놀라운 성과에 대해서도 의심의 시선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물질이 단순히 회전 수 증가의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고 휴스턴과 블랑코 측의 대응과 변명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휴스턴은 이미 큰 '사고'를 친 전력이 있다. 바로 몇 년 전 메이저리그를 그야말로 '뒤집어 놓았'던 사인 훔치기 스캔들이다. 또 한 번 '부정 행위자'로 불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번 블랑코의 이물질 적발 건을 '그저 웃어넘길 해프닝'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는 3년 전 이물질 문제로 홍역을 치렀고 이물질은 여전히 암암리에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3년 전에도 '전혀 그럴만한 커리어가 아닌 투수들'이 노히터를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쏟아내며 이물질 문제가 불거졌다. 과연 이번 블랑코의 이물질 적발이 그저 해프닝일지 또 한 번의 대형 스캔들의 서막일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로넬 블랑코)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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