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S+] 최저임금 심의 뇌관 '차등적용'… 쟁점은

이한듬 기자 2024. 5. 17.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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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위 새 구성 완료… 차등적용 놓고 치열한 공방 예상
'사용자 인건비 부담 감소' vs '특정 업종 저임금 낙인'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놓인 2024년도 최저임금 안내문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 첫 전원회의는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다음주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업종·규모별 상황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률을 다르게 적용하는 '업종별 차등적용' 도입을 둘러싼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와 경영계는 업종별로 최저임금 미만률 차이가 큰 만큼 사용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다르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하향을 목적으로 한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제도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최임위는 오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첫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최대 쟁점은 업종별 차등적용이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업종별 차등적용의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경영계가 차등적용의 근거로 내세우는 지표는 '최저임금 미만율'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 2022년 기준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2.8%) ▲정보통신업'(3.1%) 등은 최저임금 미만률이 낮은 반면 ▲농림어업(36.6%) ▲숙박·음식점업(31.2%)은 미만률이 높다.

기업 규모별로도 ▲300인 이상 대기업은 2.3%에 불과하지만 ▲30인 미만 19.9% ▲5인 미만 사업장 29.6%로 규모가 작을수록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이 늘어난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업종과 규모별로 차등적용하면 미만율이 높은 사업장의 사용자(사업주)가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어 근로자들의 고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1개국 중 19개국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는 사례도 경영계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도 경영계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이민자의 가사·육아 취업 필요성을 언급하며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을 받지 않고 유연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가족이 가사·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비자 체계를 개편하고 저렴한 임금을 받으며 가사노동자로 일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노동계는 정부와 경영계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고 맞선다.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노동 취약계층의 최소 생계가 가능한 하한선을 설정해 노동력의 질적 저하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만큼 차등적용을 해선 안된다는 이유다.

아울러 업종과 규모에 따라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도입될 경우 특정 산업군이나 기업에 '저임금 업종', '저임금 기업' 낙인이 찍혀 오히려 해당 분야로의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업종별 최저임금을 도입한 해외 국가들이 국가(연방)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임금을 결정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최저임금 하향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의 차등적용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설민주노동연구원 조현실 비상임 연구위원은 "국가최저임금제와 업종·지역별 차등적용을 병행하는 국가는 대체로 국가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와 경영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하향 목적의 차등적용과는 완전히 정반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부와 경영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최저임금 하향'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현행 최저임금법 4조는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 해인 1988년에만 업종별 차등적용을 한 차례 시행했고 1989년부터 지금까지는 업종 구분 없이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해 왔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는 매년 최임위 심의 과정에서 반복되는 논쟁이다. 지난해에도 치열한 공방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차등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쳐 찬성 11명, 반대 15명으로 부결된 바 있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새롭게 선임된 공익위원들이 대부분 보수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최임위 위원은 공익위원·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으로 나누어지며 모두 9명씩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데 만약 표결에서 사용자위원의 손을 들어줄 경우 차등적용 통과도 가능하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공익위원 다수가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적 노동정책을 설계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상생임금위원회에 참가한 인사"라면서 "특히 지난해도 최저임금위원 사퇴 요구가 컸던 권순원 교수가 위원으로 포함된 점은 윤석열 정부에는 반노동 국정기조 전환의 의지가 없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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