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스피노자 철학의 꽃은 ‘형이상학’

고명섭 기자 2024. 5. 1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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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쓴 '스피노자의 형이상학'은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1632~1677)의 철학을 '형이상학'에 초점을 맞춰 일관성 있게 해석한 연구서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라이프니츠와 함께 17세기 유럽 합리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프랑스의 '역량 중심 해석'과 영미권의 '합리성 중심 해석'을 비판적으로 아우른다는 목표 아래 두 영역의 해석을 살펴 종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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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 위키미디어 코먼스

스피노자의 형이상학
역량과 합리성
김은주 지음 l 민음사 l 3만3000원

김은주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쓴 ‘스피노자의 형이상학’은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1632~1677)의 철학을 ‘형이상학’에 초점을 맞춰 일관성 있게 해석한 연구서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라이프니츠와 함께 17세기 유럽 합리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데카르트가 정신과 물질을 독립된 실체로 나누어 이원론으로 세웠다면,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정신과 물질을 다시 모아 신이라는 절대적 실체의 두 속성으로 이해했다. 스피노자의 사상은 변형돼 라이프니츠로 이어진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프랑스의 ‘역량 중심 해석’과 영미권의 ‘합리성 중심 해석’을 비판적으로 아우른다는 목표 아래 두 영역의 해석을 살펴 종합한다. 이런 종합을 시도할 때 지은이가 균형추로 삼는 것이 프랑스에서 스피노자 해석의 정전 구실을 해온 마르시알 게루의 해석이다. 지은이는 게루의 해석을 준거로 삼아 영미권 연구자들이 스피노자 철학의 어떤 점을 어느 만큼 자의적으로 재구성했는지 비춰본다. 프랑스 철학의 스피노자 해석을 중심에 두고 영미권 철학의 스피노자 해석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스피노자 철학은 20세기 후반 질 들뢰즈의 스피노자 해석 이후 새로이 조명받고 있는데, 최근에는 들뢰즈의 해석에서 영감을 얻은 마누엘 데란다, 로지 브라이도티, 제인 베넷 같은 철학자들에게서 신유물론의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피노자 사상은 ‘신 즉 자연’이라는 원리를 근간으로 삼는다. 이 원리에 입각해 스피노자는 자연을 ‘산출하는 자연’(natura naturans)과 ‘산출되는 자연’(natura naturata)으로 나누었는데, ‘산출하는 자연’이 신이라면 ‘산출되는 자연’이 우리가 아는 자연 곧 세상이다. 신과 자연이 하나인 셈이다. 또 스피노자는 신의 속성으로 ‘사유’와 ‘연장’(물질)을 들었는데, 사유와 물질은 앞세대 철학자 데카르트처럼 절대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신이라는 실체의 두 양태로서 공속한다. 이렇게 물질을 신의 속성으로 이해함으로써 물질의 행위자성을 허용하는데, 신유물론이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물질의 능동성과 활동성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책은 스피노자 형이상학의 뼈대를 이루는 주요 테제를 스피노자의 주저 ‘윤리학’의 순서를 따라 10장으로 나눈 뒤, ‘실체와 속성’(1부), ‘실체와 양태’(2부), ‘인과론’(3부), ‘개체론’(4부)으로 묶어 분석한다. 지은이는 스피노자에게 실체는 신=자연 하나뿐이지만 그 안에서 개별자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많아진다며, 이 스피노자 사상을 탐구하는 작업을 통해 “스피노자 철학의 꽃은 결국 형이상학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말한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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