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읽을 마음’ 북돋는 독서정책 펼쳐야

한겨레 2024. 5. 1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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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어로 생각하는 존재다.

평소에 책 읽을 계기가 부족하여 독서를 멀리하는 이들이 많지만, 여러 궁리를 하여 '읽을 마음'이 생기도록 권하는 사회적 활동이 크게 확산되기를 바란다.

국민이 책 읽을 마음이 들도록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일, 오이시디(OECD) 최저 수준인 행복지수를 책을 통해 높이도록 돕는 일,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독서 소외인들을 위한 독서복지 정책을 활발히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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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자가 여유롭게 독서를 즐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은 언어로 생각하는 존재다. 읽기가 창의력의 바탕인 이유다. 몸 건강을 위해 끼니를 거르지 않듯, 책 읽기로 마음과 정신 건강도 챙겨야 한다. 하지만 갖은 이유로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다. 외롭고 허기진 영혼을 굶긴다. 미국인 10명 중 3명이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 2배나 많은 비율이다.

얼마 전 발표된 지난해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서 독서 선호도, 즉 책을 좋아하는 비율을 통해 진짜 독서인구를 알 수 있다.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이용률을 합한 종합독서율은 초‧중‧고 학생 95.8%, 성인 43.0%이지만, 실제 독서 선호도는 학생 39.6%, 성인 18.3%로 독서율의 절반 아래다. 능동적인 독자가 적다는 뜻이다. 책을 감명 깊게 읽은 경험, 공부가 아닌 즐거움을 위한 독서 체험이 쌓이지 않으면 책을 좋아하기 어렵다.

왜 책을 읽어야 하나. 도정일 선생(책읽는사회문화재단 창립자 겸 이사장)의 말처럼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이다.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 불편이 없을지 모르지만,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생각의 넓이와 깊이의 확장은 달리 대체할 방법이 없다.

책방 ‘읽을 마음’의 생일책들. ‘읽을 마음’ 인스타그램 갈무리

경기도 광명시에 ‘읽을 마음’이라는 생일책 전문서점이 있다. 일찍이 서울 경의선 숲길의 ‘서점 리스본’에서 창안한 생일책 선물 사업을 특화시켜 주목받았다. 서점의 생일책은 선물 받는 사람과 생일이 같은 작가가 쓴 좋은 책을 서점에서 미리 포장해서 판매하는 일종의 비밀책이다. 이제 서점 밖의 생일책도 필요하다. 누구나 생일이 있으므로 직장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본인이 원하는 책을 생일책으로 선물하고, 직장인이 아닌 경우 본인이 원하는 책을 누군가 선물한다면 독서율 개선이 기대된다. 평소에 책 읽을 계기가 부족하여 독서를 멀리하는 이들이 많지만, 여러 궁리를 하여 ‘읽을 마음’이 생기도록 권하는 사회적 활동이 크게 확산되기를 바란다. 이런 일을 가장 앞장서 해야 할 주체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다.

지난 5월1일부터 독서문화진흥법이 개정되어 시행 중이다.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여건의 어려움으로 인해 책을 읽기 어려운 ‘독서 소외인’의 독서 활동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개정 내용의 핵심이다. 그렇지만 법이 있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그걸 실천해야 하는 것이 행정부의 소임이다. 국민이 책 읽을 마음이 들도록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일, 오이시디(OECD) 최저 수준인 행복지수를 책을 통해 높이도록 돕는 일,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독서 소외인들을 위한 독서복지 정책을 활발히 펼쳐야 한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24~2028)’을 보면, 국가의 5년 단위 독서정책 계획임에도 아무런 정책 의지를 찾기 어렵다. 이런저런 사업 메뉴들은 가득한데 정작 중점 정책과 로드맵, 예산 계획이 전무하다. 국가 독서정책이라 부르기 민망하다. 아이에게 책을 사주지 않는 책맹(冊盲) 부모처럼, 문체부의 독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려고 앞장선 기획재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국민의 총의로 만든 법을 행정부가 사문화시켜서는 안 된다. 독서는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풍요롭게 여는 원천이다. 정부는 국민의 ‘읽을 마음’을 추동하라.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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