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처리비용 급등…양돈농 부담 크게 늘어

이민우 기자 2024. 5.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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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화시설 전기·인건비 상승
정부 지원예산도 줄어 운영난
지난해 분뇨량 62% 위탁처리
농가 경영안정대책 마련 시급
최근 가축분뇨 처리비용이 급등해 양돈농가들의 경영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가축분뇨로 만든 액비 저장창고 모습. 농민신문DB

올들어 가축분뇨 처리비용이 급등해 양돈농가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비 상승과 정부 지원 축소 등의 영향으로 분뇨 처리업계 경영이 악화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상황을 방치하면 농가경영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돈농가들에 따르면 사육 중 발생한 가축분뇨는 퇴·액비로 자원화하거나 정화 방류한다. 이 가운데 자체 시설을 갖춘 농가들은 자가 처리하고, 나머지 농가는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등 업체를 통해 위탁 처리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4월 발표한 ‘2023년 축산환경조사’를 보면 지난해 돼지분뇨 발생량은 1967만9000t에 달한다. 그중 752만8000t(38.3%)이 자가 처리됐고, 1215만t(61.7%)은 위탁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위탁 처리 물량이 자가 처리분보다 23.4%포인트 더 많은 것이다.

위탁 처리하는 농가들은 가축분뇨 처리업체에 수거비를 내야 하는데 최근 이 비용이 지역에 따라 종전 1t당 2만원대에서 3만∼4만원대로 급격히 치솟았다는 게 대한한돈협회 측의 얘기다. 최대 5만원이 오른 곳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급등한 가축분뇨 처리비용은 농가 수익성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비육돈 1마리당 순수익은 5만6739원에 그친다.

일반적으로 비육돈 1마리를 키워 출하하는 데 발생하는 분뇨량은 1t가량으로 추산된다. 김하제 한돈협회 환경방역팀 과장은 “가축분뇨 처리비용이 1t당 3만원대 이상이 되면 비육돈 1마리당 수익성은 3만원대로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축분뇨 처리비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데는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등 업체들의 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축분뇨를 퇴·액비로 만드는 과정에는 전기모터를 돌려 인공적으로 공기를 주입해 발효시키는 공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시설 운영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업체들이 분뇨 수거비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전남에서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을 운영하는 한 업체 대표는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14%가량 올랐고, 가축분뇨 수거차량 기사 등 필수 인력의 인건비도 올라 시설을 운영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처리업체들을 지원하는 정부 예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경영압박이 심해졌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부는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등 퇴·액비 전문 유통조직들이 경종농가 농경지에 퇴·액비를 살포하면 단위면적당 일정 금액을 지원해주는 ‘가축분뇨이용촉진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유통조직을 평가한 후 등급에 따라 1㏊(3000평)당 30만원·20만원·10만원 등으로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비·지방비를 포함한 사업비가 2021년 184억원에서 2022년 92억원, 2023년 64억원으로 쪼그라들면서 업체 지원도 급격히 감소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다른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관계자는 “그동안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등 유통전문조직은 경종농가에 비용을 받지 않고 퇴·액비를 살포하는 대신 정부 보조를 받아 조직을 꾸려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농가에서 받는 수거비와 정부 보조가 수익의 전부였는데, 정부 지원이 줄어들면서 경영이 악화한 업체들이 농가 수거비를 올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홍 친환경자연순환농업협회장은 “이대로 가면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이 연이어 폐업하고 이는 양돈농가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 관계자는 “가축분뇨처리지원사업비가 줄어든 것은 시설들의 사업 집행이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가축분뇨 처리비용이 늘었다는 주장에 관해선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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