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작 칼럼] 농업 미래에 대한 칼럼을 시작하며

관리자 2024. 5.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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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묻는다.

아직 한국농업에 희망이 남아 있느냐고.

한국농업의 진짜 문제는 그 희망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지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농업의 미래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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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묻는다. 아직 한국농업에 희망이 남아 있느냐고. 농민단체 대표는 농민이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소득에서 활로를 찾고, 연구자는 기후 스마트농업을 위한 첨단기술에 기대고, 정부는 유통구조개선을 통해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반면에 농업통계는 농업생산성은 정체되고, 농민은 늙어가고, 청년은 외면하고 있다는 걸 명확히 보여준다. 전후 사정이야 어떻든 농민은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기를 원하고, 소비자는 품질 좋고 신선한 농산물을 부담 없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당연한 일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미래가 현재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래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인내할 수 있다. 한국농업의 진짜 문제는 그 희망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해의 풍흉을 결정하는 기후는 극한으로 치닫고, 영세한 농가와 고령화된 농민이 주축인 농업은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은 고사하고 변덕스러운 기후에 저항하는 것마저 힘에 부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단기적인 물가안정을 위해 신선농산물 수입을 완전히 개방할 수도 없고,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국경을 단단히 걸어 잠글 수도 없다. 그러니 기후로 촉발된 농산물 가격 폭등 때마다 유통단계 축소와 스마트팜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우리 농업이 직면한 문제의 크기에 비해 대책은 너무 왜소하다. 다시 해가 뜨고 비가 내리면 해결책은 다음으로 미뤄진다. 그렇게 우리 세대의 문제는 다음 세대의 빚으로 전환된다.

‘농민신문’에서 칼럼 필진으로 참여할 것을 제안했을 때 나는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희망적인 미래를 이야기할 자신이 없었다. 1990년대부터 인구와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직장 생활을 한 나와 같은 세대에게 미래는 ‘더 밝은’이라는 수식어와 짝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할 세대에게 미래는 ‘암울한’이란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인구는 고령화되면서 천천히 감소하고, 노동인구는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사회는 탄력성을 잃어간다. 농촌은 그보다 더 빠르게 축소 지향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과감하게 버릴 건 버리고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래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어찌 쉬운 일일 수 있을까. 성장기에는 미래를 생각하며 타협할 수 있는 일도 쇠퇴기에는 현재의 사소한 이익에 더 목을 매게 되는 것도 상황을 더 어렵게 한다. 어찌 피하고 싶지 않을까.

기왕 받아 든 독배라면 내게 주어진 지면을 홍보 기사처럼 미혹한 희망으로 채우기보다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위한 토론으로 채우고 싶다. 농업계 안팎을 둘러보면 우리가 뒤로 미루고 미뤄온 수많은 난제가 바야흐로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듯하다. 당장은 쌀 가격 논쟁부터 신선농산물 수입을 통한 물가안정까지 수많은 쟁점이 농업계 내부 또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격렬하게 충돌한다. 하나하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없다.

끝으로 내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관점이다. 예를 들면, 귀농은 농촌 인구감소를 늦추지만, 영세고령농을 증가시켜 농업구조를 악화시킨다. 이는 청년농민이 진입하기 힘든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렇듯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무엇이 최선인지 나도 모른다. 단지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농업의 미래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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